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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한 것들의 전유물, 맥북 in the air

과거의 맥북 에어는 한국인들에게는 포터나 다마스 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다. 수도 없는 대학생과 사회초년생이 맥북 에어 하나로 꿈을 일궜다. 그들은 이제 부장님이 되어 “대구가면 대구탕 먹자”는 농담을 하고 있을 것이다.

 

 

요즘의 맥북 에어는 더 이상 서민의 것이 아니다. 조금만 무리하면 살 수 있었던 100만원대 초반의 제품과는 다른 것이 됐다. 귀족의 취미생활, 고급 인력의 세컨드 노트북 정도랄까. 적은 돈으로 세계를 불같이 호령하던 이들은 유튜버가 되기 위해 데스크톱 시절로 돌아갔다.

새 맥북 에어의 외형은 쐐기형으로 부른다. 기존의 맥북 에어는 실버 컬러 단색에, 물방울 디자인으로 부르는 것이었다. 초창기 앞면이 지나치게 얇아 맥북 에어 블레이드로 부르기도 했다. 유튜브가 엉망이었던 시절, 그 누구들은 맥북 에어로 바게트를 잘라서 먹기도 했다. 쐐기형의 디자인은 2015년 등장한 맥북(2015)에서 처음 등장했고, 현재 대부분의 맥북에 적용되고 있다.

 

가장 얇은 부분들
가장 두꺼운 부분들

 

물방울 디자인과 비교하자면, 상하판 높이차가 적고 끝으로 갈수록 뾰족해지는 타입이다. 물방울 디자인 제품들은 중간에 볼록한 부분이 있다. 따라서 가장 두꺼운 부분을 비교하면 과거의 맥북 에어가 더 두껍고, 가장 얇은 부분도 과거의 맥북이 더 얇다. 실생활에 별로 영향을 주지 않는 부분이지만 무릎에 놓고 쓸 때, 손목을 올려서 쓸 때 자국이 덜 남고 통증도 덜하다.

사용감은 완전히 다르다. 과거의 맥북 에어도 키보드를 누를 때 불편함이 없었다. 당시 기자는 잡지 에디터로, ‘잡지 같은 글을 쓰기엔 가장 좋았다.’ 혼탁한 세상 속에서 맥북 에어와 나만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불을 끄고 백릿에 의지해 한글자씩 꾹꾹 써 내려가며 초년생의 눈물과 회한을 담았다. 그 글은 서툴고 저열했으며, 분노가 가득했지만 날카롭다. 맥북 에어와 닮아있었다. 새로 사도 몇 년은 된 것 같고, 몇 년을 사용해도 새 것 같은 외모는 주머니가 얇은 초년생에겐 아주 그만이었다.

 

구형 맥북 에어 11형 신형 맥북 에어 13형. 크기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다
화면 크기 차이는 상당하다

 

2019년의 맥북 에어는 그렇지 않다. 애플 고유의 3세대 나비식 메커니즘 키보드가 탑재된 맥북 에어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다. 흐느낄 때 어깨와 함께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 있다. 외형은 맥북이지만 단단함은 아이맥을 보는 느낌이다. 원래의 버릇대로 꾹꾹 누르지 않고 건조하게 굴어야 한다. 키보드를 쾅 내리찍는 일도, 일이 풀리지 않을 때 하염없이 스페이스 바를 누르는 일도 없다. 그런 장난을 받아줄 정도로 허술하지 않다.

아마 맥북 에어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장소는 회사를 제외하면 커피숍일 것이다. 그래서 커피숍에 새 맥북 에어를 놓아봤다. 과거의 맥북 에어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펼치면 바로 사무실이 되는 단단함, 맥북 프로에서 느꼈던 그 기분이다.

이 제품은 실제로 맥북 프로와 더 닮았다. 레티나 디스플레이(2560 x 1600)를 탑재했고, 맥북 프로에만 있던 키보드 양옆의 스피커도 달았다. 조개 같던 앙다문 입은 과거의 것에 비해 무뚝뚝하고 두텁다. 땅에 내리면 바로 뿌리를 내린다.

 

베젤 너비는 비슷하지만 키보드 깊이, 스피커 등의 차이가 난다

 

그래서 맥북 에어는 이제 카테고리가 애매한 제품이 돼버렸다. 성능은 맥북 프로만큼 좋지만 가격도 맥북 프로와 큰 차이는 없다. 같은 13.3인치 중 가장 저렴한 제품 기준으로 맥북 에어는 159만원, 논터치바 맥북 프로는 169만원이다. 무게도 120g 차이뿐.

그렇다고 해서 맥북 에어가 맥북 프로는 될 수 없다. 캐시 속도 차이가 있으며 GPU 스펙에서도 차이가 있다. 또한, 그 맥북 프로에 없는 것들도 있다.

맥북 에어의 키보드는 맥북 프로(나비식 2세대)와 다른 3세대다. 커다란 터치패드에 포스 터치가 적용돼 있으며, T2칩과 지문인식 센서(터치 ID)도 있다. 터치 ID는 기존의 전원 버튼 위치에 자리해있는데, 기존 잠금해제 방식(비밀번호)보다는 편하고 안심이 되지만, 애플워치나 아이폰을 통한 잠금해제보다는 불편하다. 니어락 등의 앱으로 근처에 오면 잠금 해제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이미 많이 보편화돼 있다. 물론 비밀번호 대신 입력 등의 장점이 있긴 하다. 그러나 아이폰처럼 모든 보안 인증을 대체해주진 않는다.

T2칩은 대부분의 멀티미디어에 관여하는 보안 인증 하드웨어다. 부팅을 했을 때 유효성을 검사하고, 카메라의 화이트밸런스나 컴퓨터 온도, 디스플레이 밝기제어, SSD 암호화 등을 담당한다. 즉, T2칩이 있는 맥북은 도난당해도 내부의 데이터 유출 가능성이 낮다. T2칩은 새로운 맥북 프로에도 적용돼있지만, 업데이트가 이뤄지지 않은 논터치바 맥북 프로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작은 맥북이 사라지는 시기

11형 맥북 에어도 언젠가는 등장하겠지만 지금은 13형 제품밖에 없다. 더 작은 맥북을 구매하려면 12형 맥북을 사면 되지만, 이 제품 저가 모델은 7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사용했고, i5 등이 아닌 코어 m3를 사용한다. 주로 윈도우 태블릿에 사용하는 제품으로 성능이 뛰어나다곤 볼 수 없다. 그러면서 가격은 맥북 에어보다 비싸다. 즉, 12인치 맥북은 버리는 제품이 됐다. 사양을 높일 수는 있지만 가격문제가 생긴다.

 

총평

맥북은 맥북, 맥북 에어는 맥북 에어다. 부족한 점이 거의 없다. 그러나 공기 같다는 이름이 무색한 무게이며, 고급 옵션들을 탑재해 고급이 되라고 강제하는 시대. 야망을 태우기엔 무리한 금액, 비용치고는 부족함 없는 외모와 능력, 기름기 흐르는 어른이 돼버린 맥북 에어는 더 이상 푸른 눈의 힙한 존재가 아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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