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한 네이버 셀러와 술자리를 함께 한 적이 있었다. 간단한 안부 인삿말은 술잔이 오가면서, 조금 더 거친 이야기가 돼 오고가기 시작했다. 그는 “사무실 구석에 1000개에 가까운 재고를 쌓아놓고, 고객주문이 발생할 때마다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이게 뭔 짓을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무실 꼴이 그냥 X판이라고.

궁금증이 생긴 난 그에게 물었다. “요즘 풀필먼트가 뜬다고 하는데, 이커머스 물류대행 해주는 업체 많지 않아요? 제가 아는 데도 몇 군데 있는데 소개해줄 수 있어요”

조금이라도 그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내가 직접 물류를 할 수 있는 역량은 없지만, 그래도 취재 과정에서 만난 수많은 물류인들의 네트워크는 있다. 풀필먼트도 내가 참 좋아하는 꼭지 중 하나다. 많이 만났다.

하지만 그는 나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답변을 꺼냈다. “이미 알아봤지. 그냥 내가 포장하고 택배 보내는 게 나을 것 같더라고!”

소호(SOHO) 셀러의 사정

그가 풀필먼트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를 알려면 그의 사정을 알아야 한다. 그는 생활용품을 팔고 있는데, 일반적인 셀러와는 달리 ‘사입형’ 모델을 기반으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러니까 그는 상품을 판매하는 해외 도매상으로부터 일정 물량을 도매가에 구매하여, 사무실에 재고로 쌓아두고, 고객주문이 나올 때마다 포장하고 송장을 출력해서 붙이고, 택배업체에 넘긴다.

소호에서 성장한 동대문 사입을 병행하는 남성 패션 쇼핑몰 토키오의 물류센터 모습. 여긴 그래도 꽤 큰 규모를 만든거다. 이런 창고가 굉장히 여러개 있다. 토키오는 기사에 언급된 셀러와는 별 상관없는 쇼핑몰이다.

반면, 한국에는 동대문 셀러로 대표되는 ‘재고를 보유하지 않고’, 고객주문이 발생을 하면 그때그때 도매상에서 상품을 사입해서 판매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이들이 많다. 이런 방식은 혹여 팔리지 않을 수 있는 ‘재고부담’을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이 되지만, ‘주문후사입’ 모델이 갖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재고를 구비해두고 배송하는 모델에 비해 출고가 느려 소비자 입장에선 ‘배송속도’가 느려진다는 것이다. 국내 대형택배사들의 익일배송률은 90%를 훌쩍 넘는데, 우리가 실제 인터넷쇼핑몰에서 주문한 많은 상품들이 ‘다음날’ 도착하지 않는 이유다. [참고 콘텐츠: 동대문 사입현장 속으로 극락편-, 이거 후속편 기다리는 분들이 좀 있는데, 계속 늦어지고 있습니다. 안 쓰는거 아니에요. 밀려있는 콘텐츠가 여러 개라 후순위가 되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ㅠㅠ]

요즘에는 ‘드랍쉬핑’이라는 게 유행하기도 한다. 드랍쉬핑은 쉽게 이야기하면 재고를 보유하지 않는 셀러의 상품이 팔렸을 때, ‘도매상’, ‘제조업체’에서 직접 소비자까지 상품을 배송을 해주는 것을 말한다. 셀러는 도매상이나 제조업체가 구비한 상품을 쇼핑몰이나 마켓플레이스에 올려두고 열심히 팔기만 하면 된다. 도매상에서 셀러까지 이동하는 ‘소싱’ 물류과정이 줄어들어서, 주문후사입 방식에 비해 빠른 ‘배송속도’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다. [참고 콘텐츠: D2C한다는 아마존, ‘드랍쉬핑은 불가능한 이유]

네이버에 ‘도매배송대행’을 검색하면 나오는 업체들. B2B 도매몰을 표방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그의 경쟁력

그 네이버 셀러는 후발주자로 시장에 진입했다. 네이버쇼핑엔 그와 똑같은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셀러들이 수두룩하다. 그 중에는 이미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형성한 쇼핑몰을 가진 업체도 있고, 규모를 기반으로 더 저렴한 도매가에 상품 소싱을 하는 셀러도 있다. 도매상이 한 셀러와만 거래해준다? 그것도 소호(SOHO, Small Office Home Office) 셀러와? 그런 이상적인 모습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가 먼저 진입한 경쟁셀러들과 차별화 요인으로 생각한 게 ‘저렴한 가격’이다. 그는 “독립된 상품을 판매하지 않는 후발주자 입장에서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노출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결국 가격”이라며 “대략 15~20%의 마진을 남기고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판매하는 상품들은 대개 몇천원대 가격이다. 그러니까 상품 하나 판매하면 고작 몇백원이 그에게 남는 것이다. 사실 이렇게 상품가격으로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셀러들이 이미 수두룩하다. 간단히 살펴보기 위해, 지난해 인싸들의 잇템으로 꼽힌 ‘움직이는 토끼귀모자’가 지금 네이버에서 얼마에 팔리는지 검색해보자.

네이버쇼핑에 토끼귀모자를 검색해본 결과. ‘토끼모자’가 만들어내는 진흙탕을 한 번 보자. 처음엔 1만원정도에 판매되던 토끼모자가 지금은 5000원, 2500원에도 팔리고 있다. 내가 아는 토끼모자와는 다른 ‘혼종토끼’도 몇 개 보인다. 아마도 짝퉁이겠다. 셀러 관계자에 따르면 이 토끼모자는 도매가로 3500원 정도에 팔렸다고 한다.

여기에 그가 또 하나 경쟁요인으로 가져간 것이 ‘물류’다. 그가 재고부담에도 불구하고 사입형 운영구조를 선택한 이유다. 그는 “소비자 입장에서 오늘 주문했는데, 그 상품이 4~5일만에 온다고 하면 당연히 나한테 또 상품을 사지 않는다”며 “물론 브랜드가 형성된 유명한 쇼핑몰들은 조금 비싸게 상품을 팔더라도 소비자들은 ‘싸고 배송속도도 빠르다’고 좋아하는 경우가 있는데, 나는 아니다. 싸고 빨라야 소비자들이 좋은 평가를 남긴다”고 말했다.

왜 풀필먼트를 안쓰냐고?

그가 풀필먼트를 안 쓰는 이유는 결국 ‘가격’ 때문이다. 직접 포장하고 송장을 붙이고 택배사에 넘기는 과정은 분명 그에게 귀찮은 일이다. 하지만 상품당 고작 몇백원의 이윤을 남기는 그의 상황에서 풀필먼트 비용은 큰 부담이 된다. “다른 곳에서 팔지 않는 독립된 상품이나, 높은 마진율의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면 소호(SOHO)를 위한 풀필먼트는 없다” 그의 주장이다.

물론 초기 그의 상황을 봤을 때는 ‘풀필먼트’가 필요할 것 같기도 하다. 그의 사연은 이렇다. 그는 초기 우체국택배를 이용해 상품을 배송했다. 단가는 대략 2700원이었다. 그가 거래한 우체국은 월 300개 이상 상품을 팔아야 ‘픽업’ 서비스를 해줬다. 그러니까 300개 이상 상품을 못팔던 그는 직접 발품을 팔아서 우체국까지 가서 상품을 배송해야 했다. 여기에 우체국은 월 500개 이상의 상품은 팔아야 송장을 출력하는 프린터를 나눠줬는데, 역시 그는 그걸 받을만큼의 물량이 나오지 않았기에 자택이나 사무실에 있는 프린터에 라벨지를 넣고 송장을 직접 뽑아야 했다.

하지만 그가 이 상황에서 선택한 대안은 ‘풀필먼트’가 아니었다. 이커머스 셀러를 위한 공유오피스에 입주한 것이다. 그가 입주한 공유오피스에서는 입주 셀러들의 물량을 모아 ‘규모’를 만들고, 더 저렴한 가격에 셀러들에게 택배 서비스를 중개해준다. 2700원에 보내야 했던 택배를 1850원 정도면 보낼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공유오피스에는 공동 집하장도 있어서 매일 오후에 오는 택배업체에게 포장 및 송장이 붙어있는 택배박스를 인계하기만 하면 돼서 편하다. 직접 우체국에 가야되는 번거로움이 없어졌다.

이런 공유오피스가 생긴지는 시간이 조금 지났다. 대표적인 게 쇼핑몰 호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카페24가 2011년 설립하여 현재 전국 33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 ‘카페24 창업센터’다. 카페24는 창업센터 입주자에게 단순히 공간만 제공하지 않는다. 창업센터 입주사라면 온라인 판매를 위한 촬영 스튜디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해주며, 사무실에 구비된 송장 프린터도 이용할 수 있다. 여기에 카페24 전문컨설턴트의 비즈니스 컨설팅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된다. 카페24 관계자는 “창업센터 입주사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택배서비스’다. 입주사들의 택배비를 CJ대한통운과 제휴하여 VAT별도 1555원에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며 “창업초기 셀러가 개별 택배 발송을 할 경우 보통 2300원~3000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한다면, 카페24 창업센터 입주고객은 운영초기부터 택배비를 30~40%까지 절감할 수 있는 것”이라 말했다.

카페24 역시 입주 셀러들의 물량을 모아서 ‘규모’를 만든 택배 대행 서비스를 핵심가치로 이야기한다. 카페24에 따르면 현재 카페24 창업센터의 평균 입주율은 80% 수준이며, 1좌석 기준 월20만원부터 시작하는 이용료로 이용할 수 있다.

그 네이버셀러는 “사실 셀러가 아니라면 딱히 이 공유오피스에 들어올 이유는 없을 것”이라며 “(혼자 집에서 포장했을 때에 비해) 임대료가 부담되기도 하는데, 이것저것 고려해서 남는 것이 더 많다는 판단하에 공유오피스에 남아 있는 것”이라 설명했다.

결국은 수지타산

결국 네이버셀러인 그가 풀필먼트를 쓰지 않는 이유는 ‘더 효율적인 대체재의 존재’와 ‘단가’ 때문이다. 여기서 대체재란 첫 번째는 도매상의 ‘드랍쉬핑’ 모델이며, 두 번째는 이커머스 셀러를 위한 ‘공유오피스’가 만드는 저렴한 택배단가다. “비싸서 풀필먼트를 안 쓴다”가 재고를 사입해서 온라인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그의 입장에서 말하는 ‘본질’이다.

그에 따르면 풀필먼트업체를 알아봤을 때 해당 업체는 건당 택배단가가 ‘2500원’에, 피킹, 패킹 등 물류센터 작업비용을 별도로 건당 1000원 정도에 과금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이 비용구조로 그가 풀필먼트업체를 이용하며, 1만원짜리 상품을 15%의 이윤을 남기고 판다고 하면 남는 것이 이렇다. 먼저 네이버쇼핑 수수료 6%(최대)를 떼면 9400원이 남는다. 여기서 고객에게 추가로 받는 2500원의 배송비 기준으로 네이버가 부과하는 수수료가 100원인데 그것을 제하면 9300원이다. 9300원에서 풀필먼트 센터 작업비용으로 건당 1000원을 제하면 8300원이다. 여기에 창고 보관료가 별도로 계상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기존 1만원짜리 상품을 팔아, 1500원을 벌고 있던 그의 입장에서 이렇게 보면 풀필먼트업체를 이용하면 ‘역마진’이 나온다.

그는 “그렇다고 풀필먼트업체가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소호 셀러 입장에선 더 좋은 대안이 많은 것 같다”며 “나 같은 경우도 조금 더 물량이 늘어나면 무리해서라도 물류센터를 임대해서 구축하는 방향으로 효율을 만들지 않을까 싶다. 물류는 온라인 셀러들에게 있어선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놓칠 수 없는 접점이기 때문”이라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