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지방의 배달대행, ‘특이점’을 찾아서
배달대행 전국시대다. 배달대행업체란 쉽게 말해 음식배달계의 물류업체다. 이들의 역할은 간단하다. 음식점으로부터 배달음식을 픽업한다. 그리고 소비자에게 배달한다. 간단해 보이는 업무 뒤에는 숨은 노고가 있다. 배달대행 업체는 지역 음식점에 배달대행 영업을 한다. 배달기사를 직간접적으로 고용하고, 관리한다. 그렇게 구축한 배달기사와 영업 네트워크가 이들의 실력이다.
배달대행은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으로 대표되는 음식배달 플랫폼과는 다르다. 물류를 하지 않는 플랫폼과는 다르게, 직간접적으로 물류망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배달 플랫폼이 직접 배달대행을 수직계열화 한 사례가 많다. 하지만 이 경우를 제외하면 배달대행은 배달 플랫폼의 파트너이자 독립 사업자다.
같은 배달대행, 다른 사업자
같은 ‘배달대행’이라는 이름을 쓰는 다른 사업자가 있다. 첫 번째는 배달 플랫폼과 배달대행을 동시에 가져간 수직계열화 사업자다. 이들은 자사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주문을 처리하기 위해 배달대행을 내재화했다. 통상 ‘배달대행’이라는 이름을 잘 쓰지는 않는다. 우아한형제들이 배달대행업체 ‘두바퀴콜’을 인수하고 론칭한 ‘배민라이더스’, 알지피코리아(요기요, 배달통)가 인수한 ‘푸드플라이’, 강남 지역의 터줏대감 허니비즈의 ‘띵동’, 우버코리아의 일반인을 배달기사로 활용한 배달 서비스 ‘우버이츠’가 여기에 속한다.
두 번째는 지역구 배달대행업체다. 배달대행업체는 지역에서 알음알음 영업 네트워크를 구축한 강자들이다. IT와는 거리가 먼 이들이지만, 운영 및 배달기사 관리 효율을 위해 ‘솔루션’을 사용한다. 배달대행 프로그램업체는 전국의 배달대행업체(편의상 이제부터 이들을 ‘배달대행지사’라 부르겠다.)에게 솔루션을 공급한다.
세 번째는 배달대행 프로그램업체다. 이들은 ‘배달대행’이라는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다. 요즘 배달대행 프로그램업체들은 배달대행지사에게 솔루션만 공급하지 않는다. 가맹 배달대행지사망을 활용하여 프렌차이즈 본사를 지역 배달대행업체 대신 영업해준다. 지역 배달대행 업체 입장에서는 직접 접근하기 힘든 주문을 한 번에 많이 받을 수 있다. 대신 프로그램 업체는 지역 배달대행업체가 관리하고 있는 배달기사망을 공유 받는다. 알지피코리아가 투자한 바로고나 네이버와 현대차가 투자한 메쉬코리아, IT업계에 이름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선방하는 업체로 꼽히는 제트콜, 생각대로 같은 업체가 여기에 속한다.
그 자체로 물류업체인 IT업체
배달대행 프로그램업체는 그 자체로 하나의 ‘물류업체’다. 전국에서 확보한 배달대행지사망을 통해 배달대행지사가 영업하거나, 자사가 직접 영업한 업체들에게 ‘배달’ 서비스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당연히 배달대행지사와 배달대행 프로그램업체가 구축한 배달대행지사 네트워크가 튼튼할수록 서비스 제공 범위는 넓어지고, 서비스 품질 역시 좋아진다. 배달대행 프로그램업체가 배달대행지사와의 관계 구축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허나 배달대행지사와 원활한 관계 구축은 쉽지 않다. 통상 지역 배달대행업체는 여러 배달대행 프로그램을 동시에 사용하기 때문이다. 특정 지역의 배달 서비스 제공자가 메쉬코리아일수도, 바로고일수도 있는 상황이 여기서 발생한다. 그래서 몇몇 배달대행 프로그램업체는 배달대행지사에 대한 통제 강화를 위해 계약서에 ‘우리 프로그램만 사용하라’는 조항을 넣기도 하는데, 그걸 그대로 따르는 배달대행지사는 그렇게 많지 않다.
배달대행 프로그램업체가 언론에 발표하는 ‘콜수’는 자사 영업으로 만들어낸 것뿐만 아니라 배달대행지사가 영업한 콜수도 포함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몇몇 배달대행지사는 그들이 영업한 주문을 배달대행 프로그램업체가 자사가 만든 것처럼 홍보하는 것에 짙은 반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지방의 배달대행
서울은 배달대행업체들의 최대 격전지다. 1,000만 명의 인구가 밀집된 지역인 만큼 배달 수요는 충분하다. 수요가 많은 만큼 공급자가 많다는 것은 숙제다. 과포화된 서울에서 눈을 돌려 ‘지방’에 터전을 마련한 배달대행업체들이 있는 이유다. 이들은 대개 서울에서 인기를 끈 서비스 모델을 벤치마킹하여 ‘지방’의 특성에 맞춰 론칭한다. 서비스 제공 지역만 다르지 서비스의 겉모습은 비슷비슷하다.
땡큐는 2015년 11월 ‘대구’에서 만들어진 편의대행업체다. 배달대행이 ‘음식배달’에 초점을 맞춘다면, 편의대행은 배달대행을 포함한 다양한 심부름 서비스를 대행해준다. 집 안에 출몰한 벌레를 잡아준다거나, 은행 계좌이체를 해준다거나, 아이돌 가수의 티켓팅을 대행해준다거나 한다.
물론 편의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의 주력 서비스는 ‘배달대행’이다. 서울에서 편의대행 서비스 ‘띵동’을 제공하는 허니비즈에 따르면 주문의 70%는 배달대행에서 발생했고, 땡큐의 경우도 주문의 70~80%는 배달대행에서 발생하고 있다.
땡큐의 창업 당시 자본금은 단돈 1,000만원에 불과했다고 한다. 당시 서울에서 화제가 된 배달대행 서비스 <띵동>과 <배민라이더스>를 벤치마킹했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서울을 피해 경쟁자가 별로 없는 ‘블루오션’인 대구를 공략했다는 설명이다. 대구는 땡큐 운영사인 옐로우퓨처를 창업한 권영민 대표의 고향이기도 하다. 땡큐가 처음 입지한 곳은 ‘계명대학교 상권’인데, 계명대학교를 졸업한 권 대표에게 친숙한 지역이었다고.
권영민 옐로우퓨처 대표는 “서울에서 창궐한 배달대행업체들이 몇 년 동안 싸워도 강남, 서초, 송파구를 벗어나는데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았다”며 “대구에도 괜찮은 상권들이 있는데, 오히려 그곳에서 기업 가치를 키워서 역으로 서울권을 진출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땡큐의 현재 주문 처리 건수는 배달대행 건수만 월 10만 건. 대구를 넘어 창원, 청주까지 세 개의 배달대행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부산, 평택지역에도 곧 서비스를 제공한다. ‘편의대행’ 앱은 운영하다가 잠시 개편작업을 위해 닫아놓고 있는데, 장차 현재 배달대행 솔루션을 편의대행까지 확장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지방 배달대행의 특이점
서울과 지방의 배달대행은 무엇이 다를까. 지방만의 특이점, 대구만의 특이점을 알고 싶었다. 땡큐가 서비스를 시작한 대구는 바로고, 메쉬코리아, 생각대로와 같은 서울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배달대행업체들이 함께 경쟁하고 있는 곳이다. 지방만의 특질을 이해하면 서비스 지역 확장, 혹은 지역 창업에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특이점1, 소비자와 공급자의 차이
소비자들의 특성은 서울과 대구가 큰 차이가 없다는 게 권 대표의 설명이다. 대구 역시 서울과 마찬가지로 ‘주거지 상권’은 배달대행 주문이 많고, ‘유흥상권’은 편의대행 주문이 많다. 땡큐는 그 두 상권이 공존한다고 판단되는 대구 계명대학교 상권을 첫 번째 거점으로 삼았다.
반면, 지방의 공급자는 서울과 큰 차이가 있다고 한다. 이익에 따라 파트너를 쉽게 바꾸기도 하는 서울과 달리 대구 업체들은 정으로, 의리로 파트너를 선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쉽게 거래하고 있던 업체를 바꾸지 않는다. 그래서 땡큐가 배달대행 프로그램업체로 배달대행지사를 영업하려고 했을 때,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특이점2, ‘특별한’ 수요에 주목하라
편의대행 서비스라면 ‘유흥업소’ 밀집지역에 주목해야 한다.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배달대행, 특히 편의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핵심고객군이 된다. 이건 지방이나 서울이나 비슷비슷하다는 게 권 대표의 설명이다. 실제 서울에 있는 배달대행업체들이 강남권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이유 중 하나다. 강남권에서 편의대행 서비스를 시작한 허니비즈는 초기 유흥업소 종사자가 전체 고객의 약 30%를 차지했던 시절이 있었다. 허니비즈가 인수한 ‘해주세요’ 역시 강남 유흥업소 종사자들이 애용하던 서비스였다.
땡큐도 마찬가지다. 땡큐는 ‘창원’ 진출을 할 때 유흥업소 밀집지역인 ‘상남동’에서만 서비스를 오픈했다. 실제 땡큐의 편의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 중 유흥업소 종사자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설명이다.
땡큐에 따르면 이들 고객이 이용하는 주문은 ‘계좌이체’ 대행 주문이 제일 많다. 유흥업소 종사자들은 대개 급여를 현금으로 받기에 은행가는 것이 귀찮아 1만원 정도 심부름비를 내고 편의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그 외 속눈썹이나 담배 심부름, 겸사 음식배달까지 주문하며 ‘편의대행’ 플랫폼으로만 하루에 3~4회 이상 주문하는 고객도 있다고 한다.
특이점3, 배달비 지불에 대한 심리 장벽
땡큐가 지방에서 서비스를 론칭하며 어려웠던 점은 ‘배달비’ 지불에 대한 고객의 심리적인 장벽을 해소하는 것이었다. 서울은 소위 ‘맛집배달’ 서비스로 포지셔닝한 배달업체가 난립하면서 배달비를 지불하는 것에 대한 고객의 심리적인 거부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다. 최근에는 배달의민족 같은 배달앱들도 자체앱에 ‘배달비’ 결제 옵션을 넣는 등 배달비를 당연히 지불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지방은 달랐다. 처음 대구에서 서비스를 론칭할 때 고객에게 배달비 지불을 심리적으로 납득시키는 과정이 굉장히 힘들었다는 게 권 대표의 설명이다. 참고로 예전에는 없었던 배달비가 갑자기 생겼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배달비가 음식가격에 숨어있었다. 세상에 공짜 물류는 없다.
특이점4, 배달대행지사의 ‘힘’
서울에서는 배달대행 프로그램업체들이 강세다. 배달대행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 배달대행지사는 프로그램업체들이 영업한 업체의 B2B 주문을 배달대행지사가 영업한 지역 주문보다 우선 처리하도록 요청 받는 경우가 많다. 지사와 프로그램업체 사이의 힘의 축이 프로그램업체 쪽으로 쏠려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반면, 지방은 그런 우선처리 요청을 받는 경우가 드물다는 설명이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요청하더라도 말을 듣지 않는 배달대행지사가 많다고 한다. 지방의 배달대행지사는 자신들이 영업한 지역 주문을 우선 처리하고, 솔루션 업체들이 영업한 주문은 후순위로 미루는 경우가 꽤 많다는 후문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런 업체들을 통합하는 전국 배달대행지사망을 구축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전국구에서 만납시다
서울에서 성장한 배달대행 프로그램업체들이 ‘전국’을 노리는 것처럼, 지방에서 성장한 배달대행 프로그램업체들이 ‘전국’을 노리는 경우도 있다. 땡큐 역시 지방에서 천천히 만들고 있는 네트워크와 운영역량을 기반으로 ‘전국구’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 사실 땡큐가 수익을 만들고자 하는 부분은 배달대행보다는 ‘편의대행’에 있다. 배달대행은 편의대행 서비스를 제공하기 전 지역 인프라를 확장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는 설명이다.
이미 ‘전국구’ 서비스에 돌입한 서울의 배달대행 프로그램업체는 시장의 부침을 몸소 경험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곧 지방에서 전국으로 진출한 이들이 먼저 진출한 이들과 한 전장에서 만난다. ‘블루오션’이 ‘레드오션’이 되는 시기도 머지 않아 다가온다.
사족이지만 조금 생소할 수 있는 국내 최강 퀵서비스 프로그램업체 ‘인성데이타’가 대구소재 기업이다. 조용하게 강한 이들도 지금은 전국구에서 놀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기사 잘봤어여 앞으로 더욱 치열한 시장이 될것같네여 아직터지지 않은 세금문제까지 생각해본다면 두세차례 큰파장이 ㅠ밀려올듯하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