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마의 RS-COMPUTER

1986년 등장했던 퓨마의 RS-COMPUTER가 재발매됐다. 물론 매진됐다. RS-COMPUTER는 퓨마의 RS(Running System) 신발 뒤꿈치 부분에 소형 컴퓨터를 단 제품이었다. 일명 컴툭튀. 기능은 당시치곤 혁신적이다. 운동시간, 운동한 거리, 소모 열량을 기록한다. 이를 컴퓨터(애플 IIe, 코모도어 64등)에 연결해 기록을 볼 수 있었다.

 


 당시 RS-COMPUER의 홍보 영상

 

그 RS-COMPUTER가 재발매됐다. 현대에 맞게 3축 가속도 센서, 블루투스 4.0, LED 상태 표시등을 달고 있다. 측정하는 내용은 비슷하지만 이를 스마트폰 앱에 무선 전송할 수 있고, 원래 존재했던 두 가지 버튼에 상태표시등 기능을 넣었다. 배터리 충전은 USB로 할 수 있다.

외관은 레트로 그대로다. 전혀 변화를 주지 않았고 더 소형으로 만들 수 있는 컴퓨터 부분도 원래의 크기 그대로 만들었다. 퓨마가 레트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

 

RUN의 중의적인 의미를 활용한 광고

 

외관은 그대로지만 버튼의 쓰임새와 버튼 표기가 조금 바뀌었다

 

레트로의 가치

레트로가 유행하는 데 어떤 사회·문화·경제적 의미를 부여하기 이전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존재를 아는 게 먼저이지 않을까 싶다. 점점 노인들의 브랜드가 돼가고 있던 구찌에 깜짝 발탁 후 구찌를 다시금 최고의 브랜드 반열에 올려놓은 것이 미켈레다. 미켈레는 원래 구찌 소속의 액세서리 디자이너로, 사내 위치는 높았으나 디자이너로서는 무명에 가까웠다. 그러나 CEO가 바뀌고 나서 잠깐의 면접을 통해 덜컥 구찌의 수석 디자이너를 맡게 된다. 흔히 하이패션 시장의 수석 디자이너는 다른 곳에서 알려진 이들을 데려와 쓰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알레산드로 미켈레(미셸)는 도대체 어느 시대 사람인지 모를 외모와 패션을 갖고 있다.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특기는 빈티지,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의 패턴 등을 자유롭게 섞어내는 것이다. 또한, 무시대, 무규칙, 무성-이라는 자신의 취향으로 인해 젠더리스 패션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때 ‘무시대’에 집중하면 레트로가 나온다. 과거의 것을 입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게 만들어낼 수 있는 인물들이 검증된 제품을 입고 사용할 때, 그 시대와 현재를 아우르는 새로운 멋이 탄생한다. 이것이 2018년 현재의 레트로의 가치다. 2018년, 10대와 20대가 가장 선망하는 브랜드는 구찌가 됐다. Guccigang이나 구찌뱅(9UCCI Bank) 같은 노래도 있다.

레트로 바람은 다른 영향도 있겠으나 주로 그 시대(70~80년대)를 풍미했던 브랜드들이 살아나는 계기가 된다. 휠라와 같은 사망 직전의 브랜드가 다시 전 세계에서 팔리게 됐고, 체하는 재미없는 브랜드가 돼버린 타미힐피거가 힙스터의 갑옷으로 돌아왔다.

퓨마는 적당한 선에서 항상 사랑받고 있었으나 기존 제품으로 프리미엄급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방법에는 서툴렀다. 이번 시도는 적극적이며 또한 성공적이다. 연도에 맞게 RS-COMPUTER를 86족만 생산하며 1-86까지의 넘버링을 붙였다. 레트로의 가치에 한정판 이슈까지 더한 것이다. 제품은 50만원 이상의 고가에도 순식간에 모두 판매됐다. 판매된 제품들은 어느 누군가의 인스타그램에서 엄청난 수의 좋아요를 받을 것이며, 이것이 이 제품의 궁극적인 가치다.

 

 

기능에 집중하면 이 가격은 이해할 수 없다. 걸음 수 측정은 스마트폰이나 피트니스 밴드로 하자.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