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에 노조가 왜 필요하냐고요?”
네이버, 넥슨, 스마일게이트, 카카오. 올해 노동조합이 생긴 IT 기업들이다. IT노조라는 말은 일반에 다소 생소하다. 젊은 기업, 이직이 잦고 독자적으로 행동하길 바라는 개발자, 빠르게 변하는 경쟁환경 등을 생각하면 노동조합이라는 단어가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져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IT 기업들은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지회’라는 깃발 아래 뭉치고 있다. 보다 수평적인 의사결정 구조, 포괄임금제 폐지, 복지 강화, 고용 안정 등이 이들이 주장하는 바다. 이들은 어떻게 노조를 만들게 됐을까. 또 어떤 주장을 할까.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봤다.
총 두시간의 대화를 나눴고, 분위기는 예상보다 밝고 발랄했다. 가끔씩 나오는 드립과 개그는 기사에서 제외했다. 텍스트라 현장 분위기를 다 살리진 못했으니, 그 분위기가 궁금하다면 오디오클립 ‘IT TMI‘를 들어보길 권한다. 총 두 시간의 인터뷰를 두 번에 걸쳐 독자님들께 전한다.
1부: IT에 노조가 왜 필요하냐고요?
사회
IT TMI 제작 이래 가장 큰 이벤트를 준비했다. 이 네 분이 한꺼번에 미디어에 나온 것이 처음이다. 올해 IT 업계 최대 이슈인데, 주요 IT 기업 노조 지회장을 한꺼번에 모셨다. IT 노조가 왜 생겨야 했는지, 그리고 지금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그 이야기를 1부에서 먼저 해보도록 하겠다.
초대손님
(설립순) 오세윤 네이버 노조(공동성명) 지회장, 배수찬 넥슨 노조(스타팅포인트) 지회장, 차상준 스마일게이트 노조(SG길드) 지회장, 서승욱 카카오 노조(크루 유니언) 지회장
사회
IT에 왜 노조가 필요하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을 것 같다. 청취자들이 지회장님들 목소리를 잘 모르니, 발언 전에 자기 소속을 밝혀주면 좋겠다.
오세윤 네이버 노조 지회장(이하 공동성명)
공동성명이다.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은 확실히 우리나라가 굉장히 노동에 대한 교육이 안 돼 있어서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노동조합이라는 것은 노동자가 있고 노동성이 있는 곳이면 당연히 있어야 되는 거다. 유럽 같은 경우에는 판사노조도 있고, 프랑스를 보면 경찰노조도 있다.
회사라는 게 돈이 있어야 되고, 일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 두개가 제일 중요한 거다. 그런데 노동자가 개인으로 있으면 너무 힘이 약하니까 노동조합이란 걸 만들어야 되는 거다. 사회적으로도 필요한 거다. 노동조합이 꼭 노동자를 위해서만 필요한 게 아니다. 미성년자의 장시간 노동 같은 사회적 문제 때문에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는 걸 유럽 사람들은 다 인정했다. IT에 노동조합이 생긴 게 이상한 게 아니라 그동안 없었던 게 이상한 거다.
사회
네이버도 그렇고, IT 기업이 생긴지 20년이 돼 간다. 그 동안 IT 기업에 노조가 없다가 올해 다 생겨서 이런 질문이 나온 것 같다. IT 산업은 아무래도 미국 실리콘밸리 가 중심이다. 그쪽을 롤모델로 삼아 가는데 페이스북이나 이런 데 노조가 없으니까, 그런 곳도 노조가 없는데 우리나라에 왜 필요하냐는 생각을 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
배수찬 넥슨 노조 지회장(이하 스타팅 포인트)
거기에 대해서 넥슨 노조가 답변하겠다. 일단, 실리콘밸리에 IT 노조가 없어서 우리도 노조가 없어도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 실리콘 밸리에 노조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실제로, (페이스북에 노조가) 없긴 하지만 그것 때문에 노조가 없는 것 아니냐는 말은 이치에 맞지 않다. (실리콘밸리에 노조가 있는지 없는지) 관심도 없는 거다. (실리콘밸리 노조 유무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한테 노조가 당연히 필요하고, 얼마나 이게 절실하느냐의 문제다. 우리가 노조를 만들자마자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가입한 걸로 그 절실함을 입증할 수 있을 것 같다. 노동자로서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 많은 것이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월급이 꼬박꼬박 나오는 게 필요하고 그 월급이 평생 동안 유지돼야 노후도 대비할 수 있다. 지금 IT 업계에서 정년퇴직이라는 게 가능한가하는 불안감이 있다.
사회
개발자들은 이직도 잦고, 프리랜서로 일하는 분들도 많다. 그래서 노조의 필요성이 적게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정년’이라는 단어가 낯설게 느껴진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이하 크루 유니언)
이직이나 프리랜서도 어떻게 보면 약간 상위에 있는, 더 많이 알려진 분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예술계도 비슷하다. 많이 알려져 있는 배우나 운동선수는 고연봉에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지만 대다수는 그렇지 않은 상황이다. 왜냐하면 개인이 그것을 다 책임져야 되기 때문이다. 산업적으로 개발자 전체의 이익을 향상시킬 수 있는 노력을 하는 게 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사회
사회자가 노조와 반대되는 입장에서 질문을 하도록 하겠다. 돈이 많은 큰 회사 노조에 ‘귀족노조 아니냐’는 비판들을 한다. 네 분은 사실 다 좋은 회사라고 인정받는 곳에 다니고 있다. 그런 면에서 (귀족 노조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크루 유니언
귀족노조라는 말은 혐오단어라고 생각한다. 쓰지 말아야 될 단어다. 귀족이라는 프레임을 덮어씌우면서 대화를 할 수 없게 만드는 거다. 그렇게 따지면 모든 사회적 제도가 급여라든가 생산 수준에 맞춰서 차등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것과 동일한 논리가 될 수 있다. 지금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건 급여 같은 부분일 수도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처해 있는 환경이 다르고 문제점이 다를 수 있다. 보통 문제로 많이 지적하는 것들은 사내 의사결정구조 같은 것들이다. 그런 부분은 사실 생활수준이나 이런 부분의 차이는 아니다. 모두에게 동일하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공동성명
계속 같은 질문이 나오는데, 노동자가 있는 곳에는 당연히 노동조합이 있어야 된다는 말로 갈음이 될 줄 알았다. 유럽 같은 곳은 정부에서 차관도 노조에 가입한다. 참여연대에도 노동조합이 있다. 회사에서 돈을 받고 일하는 직원이 있는 곳이면 노동조합은 꼭 있어야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사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조를 만들게 된 현안이라는 것이 있지 않나
차상준 스마일게이트 지회장(이하 SG길드)
52시간 근무제가 7월 1일부터 시작을 했다. 회사에서 제가 근로자 대표로 뽑히면서 요구했던 것은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좀 들어 봐야 겠다, (의견을 수렴할) 게시판 같은 걸 하나 주면 안 되겠냐”였는데 안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이틀만에 (협상안에) 사인하게 됐다. 저희가 법인마다 근로자 대표가 따로 있는데, 제가 있는 법인이 800명에서 1000명 수준이다. 그 사람들의 의견이 제 어깨에 있는데 한 마디도 듣지 못한 채로 사인을 한 거다. 이게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이다. 노동조합이 필요하겠다, 노동3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네이버 (노조지회)를 찾아 갔는데 그 시기에 비슷하게 넥슨도 찾아왔다. 두 노조가 거의 같은 시기에 만들어졌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사회
포괄임금제랑 유연노동제가 많이 부딪히는 부분도 노조가 만들어진 계기라고 들었다.
스타팅 포인트
포괄임금제랑 유연노동제가 상충되는 이슈는, 포괄임금제는 일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이다. 야근수당 이라는 것을 이미 다 지불했기 때문에 초과근로, 야간근로, 주말근로 등 돈을 추가로 더 지불하지 않아도 사람들한테 일을 시킬 수 있다. 그런데 유연근무제는 일이 적당하게 주어진 사람이 있을 때는 10시간 일했다가, 6시간 일했다가 하는 식으로 일을 조율할 수 있다. 일을 많이 시켜도 되는 제도랑 일이 별로 없을 때 할 수 있는 제도가 동시에 공존하니까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은 거다.
SG길드
포괄임금제가 되어 있으면 일할 시간을 많이 오버해도 된다. 그런데 유연근무제는 유연하게 왔다 갔다 해야 되는 거다. 본래는 근로기준법이 40시간 이라고 적혀 있는데 52시간이 기본이 된 거고, 대부분의 회사가 마찬가지일 거다. 회사는 가만히 있고, 중간 관리자가 52시간까지 일을 시키면 일을 잘한 게 되는 거다.
사회
(포괄근무제가) 악용이 되는 상황이 생기는건가
SG길드
그렇다. 당연히 (직원들은) ’40시간만 일하면 되지’하고 생각할텐데 이 두 개가 상충을 하는 거고, 회사는 중재를 하지 않아도 된다. 가만히 있으면 알아서 ‘노동자-노동자’ 사이에서 갈등이 벌어진다.
스타팅포인트
넥슨에서 추가로 말씀드리자면, 실제로 이런 일들이 일어난다. 시스템이 존재했을 때 어떤 조직장은 굉장히 올바른 분이라 자기 조직원들한테 ‘주 40시간 정도만 일을 해도 된다’고 말을 하고, 어떤 조직장은 ‘포괄수당을 다 지불한거고, 여기까지는 정당한 업무지시이니 50시간 일을 하라’는 분도 있다.
사회
중간 관리자가 누구냐에 따라 업무시간과 근무환경이 달라지기도 하겠다
스타팅포인트
그렇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 혹은 팀 바이 팀이라고 말한다. 어느 팀에 있느냐에 따라서 근무환경이 달라지는 케이스가 나온다. 회사가 반드시 보장하는 시스템에서 안에서 나의 워라밸이 결정 되는 게 아니라 나의 운, 그리고 개인이 짊어져야할 책임 이런 걸로 인해서 워라밸이 달라지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
사회
올해 IT 업계에 노조가 여럿 생긴 이유가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작되면서 그 영향을 크게 받은 것인가
스타팅포인트
그렇다
공동성명
저희는 그보다 먼저 노조가 생겼기 때문에 직접 영향을 받은 건 아니다. 노조를 만들 때 여러 이유 중 하나가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는 거였다. 저희 같은 경우에 포괄임금제만 있던게 아니라 재량근무제가 있었다.
사회
재량근무제는 유연근무제와 유사한 건가?
공동성명
전혀 아니다. (재량근무제도) 물론 유연할 수 있다. 그런데 그건 원래 재량껏 일할 수 있는 사람, 예를 들어 보험업계나 기자처럼 일하는 장소와 시간을 특정할 수 없는 경우에 40시간 일한 걸로 간주하고 임금을 지급하는 그런 거다. 저희가 사실 그렇지는 않다. 저희는 사무실에 정확하게 일하고 있고 어떤 일을 하는지를 당연히 지시를 받아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 유연근로제 가이드에서 ‘프로그래머는 재량근로제 대상이 아니다’라는 가이드가 나왔기 때문에 폐지가 됐다. 포괄임금제는 노조가 생기면서 없어졌다. 저희가 네 지회 중에서 유일하게 포괄임금제가 없는 곳이다.
사회
카카오도 지금 포괄임금제가 있나?
크루 유니언
있다. 네이버가 없어지면 저희도 당연히 없어질 줄 알았는데…(전체 웃음).
사회
포괄임금제 없었졌단 보도가 나왔을 때 이래서 노조가 필요하구나 이런 얘기가 꽤 있었다.
공동성명
사실 저희가 유연근로제 안에서 선택시간 근로제를 도입했는데, 거기에 코어타임이 있다. 꼭 일해야 하는 시간이다. 그게 없도록 저희가 근로자 대표로서 협의를 했고, 시행되고 있다. 실제로 포괄임금제가 폐지 되고 선택시간제가 도입된 다음에 설문을 했는데 실제로 노동시간이 조금 줄었다고 하더라. 물론 그게 드라마틱하게 줄어들거나 그렇진 않았다. 갑자기 있던 업무가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그리고 일부 조직장 같은 경우는 여전히 ‘시간을 넘기지 마라’고 하면서 업무는 줄어들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런 부분은 일단 기초는 마련됐으니 시간이 흐르면 좀 바뀌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크루 유니언
카카오에서 이야기하겠다. 비교를 해보자면 영화라든가 드라마 현장도 최근에 노동 시간에 대한 개념이 생기고 있다. 영화는 예전부터 노조가 있었고, 드라마는 최근에 이슈가 됐다. 마찬가지다. ‘왜 노동개념을 시간 단위로 봐야 하냐’ 이렇게 질문 하시는 분도 있고, 심지어는 ‘왜 시간제 노동자로 스스로를 낮추느냐’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다.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시간 단위로 본다는 건 나의 노동을 낮춘다는게 아니라 내 일의 범위나 크기를 측정한다는 거다. 그래야 합리적인 부분이 있는데 지금은 측정이 안 된다. 포괄임금제에선 측정할 필요도 없고, 특히나 드라마 같은 경우 (측정이)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실제로 해보면 다 된다. 안 되는게 아니다. 예전에는 시스템을 고치는 것보다는 사람을 쓰는게 더 낫기 때문에 그랬던 거다. 저희도 비슷하다.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실제 시스템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먼저다. 그리고나서 정 안 되면 협의를 할 수 있지만 그런 부분 없이 현실이 어쩔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사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괄임금제가 안 없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크루 유니언
어떻게 보면 정부 눈치를 보는 걸 수도 있다. 정부에서 올해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1년이 다 지났는데, 아직까지 말이 없다. 안 할것 같다는 관측도 있다. 약간 눈치를 보고 있는 면도 있는 것 같다. 포괄임금제가 불법이라는 것은 알려져 있는데, 이걸 제대로 할거냐 말거냐를 두고 눈치를 보고 있는 거다.
사회
일반생산직과 달리 개발이라는 업무는 노동시간과 노동생산성이 비례해서 증가하지 않지 않나. 예를 들어 같은 버그를 찾는데도 누구는 10분이, 누구는 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같은 종류의 업무라도 사람에 따라 처리하는 속도가 다를 수도 있는데.
공동성명
뛰어난 사람이 같은 시간에 많은 성과를 냈다면, 그 성과에 대해서는 공정한 평가를 통해 (인센티브 등을)지급하면 된다. 하지만 회사에 제공한 (노동) 시간에 대해서는 당연히 그에 맞게 (보상이) 지급해야 한다. 사측이야 당연히 원래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가 지급 해야 되면 돈이 더 많이 나가니까 안 하고 싶어하는 거겠다.
크루 유니언
특히나 무형의 서비스에 대해서는 측정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게 많은데, 여기 사회자 분들도 마찬가지다. 서비스나 아이템 단위로 말하다보면 (성과 측정에 대한) 개념이 없어진다. 기자도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지 않나? 그게 꼭 맞는 현실은 아니다. 바꿀 수 없는 현실은 아니라고 본다.
사회
민주노총의 여러 산별 노조 중에서도 화섬노조(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화학섬유식품노조)를 택한 이유가 있나?
크루 유니언
카카오는 대답하기 편하다. 세 분(네이버, 넥슨, 스마일게이트)이 계셔서 택했다. (웃음)
스타팅포인트, SG길드
저희도 똑같이 그렇다. 네이버가 있어서 (웃음).
공동성명
그래서 제가 답변을 해야 할 것 같다. 노조를 만들어야겠다고 여러 사람이 결정한 시기에 마침 파리바게트 노조가 있었다.
[관련기사: 파리바게트가 불러온 IT노조 설립 나비효과]
파리바게트가 정의당 비상구를 통해서 화섬노조를 만나서 노조를 만들었다고 방송에서 들은적이 있다. 저희도 노조가 필요하다곤 생각했지만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는 몰랐다. 노동운동을 원래 했던 사람도 아니고. 그래서 비상구를 찾아갔고, 거기서 화학섬유식품산업 노조 분들 만났는데, 일단 저희가 생각했던 것처럼 그렇게 강하게 드라이브를 한다거나 그러지 않았다. 우리 말을 충분히 듣고 우리의 의견대로 우리의 상황에 맞게 그런 것을 많이 해 줄 수 있는 곳이라고 느꼈기 때문에 함께하게 됐다.
사회
노조하면 센 이미지를 많이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나 보다. 특히 민주노총은 그런 이미지가 더 강한데.
공동성명
보통 민주노총이라고 하면 머리에 뿔 달린 거 아니냐고 그러는데(웃음), 그렇지 않다. 결국 노동조합은 민주적인 단체다. 대의원이 있어서 평조합원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들을 수 있다. 조합원이 원하면 대의원이나 지회장을 당연히 탄핵도 할 수 있는 구조다. 노동조합이 마음에 안 들면 당연히 들어가서 그 안에서 민주적 의사결정을 통해서 바꾸는게 맞는거지, 그게 조금 마음에 안든다고 안 들어가는거는 올바른 선택은 아닌 것 같다.
사회
IT노조가 민노총 화섬노조에 들어갔다는 걸 갖고 문제 삼는 측도 있다.
크루 유니언
어떤 단체에 가입한다고 해서 그게 나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산별노조도 마찬가지다. 민주노총이 하나의 인격을 가지고 있는 구조는 아니다. 안에 100만 조합원이 있고 수많은 지회나 분회가 있다. 사실상 개별 활동을 지원해주는 것에 가깝다. 저희도 화섬식품 노조에서 지원을 받는 거지, 명령을 받는 구조가 아니다. 옛날 식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실제 노조도 그렇게 조직되지 않는다.
스타팅포인트
네이버가 아니더라도 화섬식품 노조를 찾아갔을 것 같다. 왜냐면, 지금 우리나라에서 젊은 산업의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든 케이스가 많지 않다. 최근에 파리바게트에서 젊은 제빵사가 노조를 만들었고 네이버에서 IT인들이 노조를 만들었다. 이런 사람들이 다 젊은 산업의 노동자들이다. 우리의 목소리를 가장 잘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은 이 사람들과 같이 일을 해 본 사람들, 청년들과 좀 어울릴 수 있는 윗 세대다.
크루 유니언
오히려 더 다양한 분들이 계시니까 저희도 배울 수 있는 부분, 새롭게 느끼는 부분도 있다. 어떻게 보면 IT는 IT끼리 모여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할 수 있는데 실제 노동자의 현실에 들어가보면 비슷한 지점이 많다. 특히나 회사와 관계에 있어서는 IT냐 뭐냐가 중요한게 아니다. 대부분 다 비슷한 현실에 처해 있다. 오히려 그런 쪽에 계신 분들에게 용기도 얻고, 저희의 생각을 이야기해 드릴 때도 있다. 다양하게 모여 있는게 좋다는 생각도 든다.
스타팅포인트
이번에 봉제노조가 신설이 됐다. 예전에 청계천 쪽 (봉제 노동자), (전태일 열사) 계승하는 노조의 시작점부터 최근 (산업의) 노조가 다 모여 있다.
SG길드
좋은 점 중 하나가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연령대가 있다 보니까, 우리가 생각하는 것이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는 것에 대한 질문을 던졌을 때 그분들의 경험을 들을 수 있는 거고. 그분들한테는 신선한 피가 들어와서 이야기 하는 것을 듣고 요즘 젊은 친구들은 이렇게 생각하는 구나 하고 생각하는 것도 있다. 또, 우리나라 사회 문제 같은 것들이 있지 않나. 위 아래 소통이 끊기고 수많은 사람이 대화가 잘 되지 않고 그런 것들이 되게 많다. 많았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소통이 굉장히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사회
네 분 뿐만 아니라 다른 노조 분들과도 자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나
공동성명
저희는 자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다. 노조라는 게 결국 많이 모일수록 힘이 커지는 구조고, 저희 같은 경우에도 여럿이 노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상황들이 발생할텐데 그럴때 경험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해서 서로 돕고 연대하고 의견을 나눈다.
사회
비슷한 시기에 민주노총에 들어오지 않은 한국오라클 노조나 안랩 노조도 이야기를 나눠 봤나
공동성명
오라클은 민주노총인데, 산별이 다르다. 거기는 사무금융이다. 오라클 노동조합은 파업할때 가서 지원발언을 한 적이 있다. 한노총은 아무래도 다르다보니…
사회
지원연설도 가고, 안 하던 일인데. 아예 안 하던 일,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건데 삶이 좀 달라지지 않았나? 노조 같은 것 해본다는 생각을 전에 해본 적이 있나?
공동성명
없다
SG길드
사실 저는 되게 오래 전부터 있어야 된다고 생각을 하긴 했다. 전공이 원래 음악이다. 그렇게 안 보여도(웃음). 드럼을 오랫동안 했다. 음악 생활을 하다가 게임 개발도 같이 하고, 이렇게 살아왔는데 노조를 시작하면서 삶이 좀 많이 바뀌었다. 원래 혼자 있기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한두평 되는 연습실에 앉아서 하루 열시간 스무시간씩 연습했다. 일도 혼자서 하는 일 위주로 많이 했다. 이 일을 시작하면서 사람들이랑 어떻게 해야 사이좋게 잘 지내나, 이런 거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이렇게 해야지만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을 수 있구나 하는 걸 배우고 있는 단계다. 그런 부분에서 제 삶이 많이 바뀌었다는 걸 느낀다.
사회
다른 분들은 그럼 어떻게 지회장이 되었나?
공동성명
지회장은, 그때 노조를 만들려고 여러군데서 모이려고 할때 결국은 그래도 – 왜 그런 표현을 쓰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 총대를 멜사람이 필요하다고 해서, 저는 원래 그런거에 대해 별로 거부감이 없고 어떻게 보면 철이 없게 낙관적인 사람이라서 잘 안 될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총대 멜 사람이 필요하다면 제가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지회장이 되고 난 다음에 바뀐 건, 모범적인 답안을 드리면.
사회
아니요. 모범적이지 않은 걸로 말해달라.
공동성명
(웃음) 구조적인 모순이 있을 때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그런 기회가 없다가 이건 구조를 바꾸는 일이잖나. 그리고 사람들의 삶을 보람있게 하는 일이고. 굉장히 그거에 대한 보람을 느끼고 있고.
사회
모범적인 답안이지 않나?
공동성명
모범적인 답을 하고 나서 이야기 해야 할 것 같아서(웃음). 저는, 지회장 하기 전에는 점심때 운동도 많이 하고 굉장히 워라밸을 챙기면서 살았다고 생각하는데 노조 하고 나서는 저의 복지는 좀 없어진 거 아닌가(웃음)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스타팅포인트
노동조합에서는 포괄임금제가 폐지되도 초과수당을 못 받을 거다(웃음).
사회
사실, 싫은 얘기도 해야 하고 사측과 싸울 일도 많고, 괜히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을 거라는 불안감도 있을 것 같은데
스타팅포인트
결국에는 제가 아니면 나설 사람이 없을 것 같았다. 기다리기만 해서는 다른 사람이 전혀 바뀌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나가고 있는 상황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가장 먼저 앞서 나가야 이사람도 같이 뛰어 나올 수있겠구나 싶어서 먼저 손을 들었다.
크루 유니언
저만 손 안 든 것 같은데(웃음). 저희는 사실 원래 분위기도 그렇고, 그렇게 큰 결심이라고 보지는 않았다. 각자의 역할을 하는데 나는 지회장 역할을 한다, 스스로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부담감을 낮추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사회
제가 아는 어떤 노조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더라. 모든 사람이 다 자기한테 불만을 토로한다고.
공동성명
아무래도 조합원들이 조합원의 문제를 같이 해결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한 거니까 그럴 수는 있는데, 결국은 그게 위원장한테 몰리는 구조가 되서는 안 된다고 생각을 한다. 조합원이 함께 일하면서 가는거지, 한 사람이 이걸 해결할 수 있고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사회
노조 지회장도 처음이겠지만, 사측도 처음 아닌가? 노조 상대하는 것은?
공동성명
산업을 불문하고 노조가 생기는 기업은 모두 처음이다. 처음이라는게 노동조합과 대화를 잘 못 이어나가는 것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경험이 많은 노무법인 등과 이야기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회사에서 노조가 어떤 스탠스(태도)를 취할지는 사용자의 뜻인 거다. 그런 측면에서 조금 많이 아쉽다. 첨단을 달리는 산업이고, 이미지가 좋은 산업인데. 그리고 진보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고. 그렇게 때문에 그 대표들은 이미지도 좋다. 그러면 당연히 직원이나 노동자에 대해 잘 대할거라는 일말의 기대가 있었는데…
사회
말로 더 할 필요가 없는 건가(웃음). 이제 시간이 되어서 1부를 끊고 가자. 1부는 노조를 만들기까지의 이야기였고, 본격적인 이야기는 2부에서 이어서 가자
공동성명
그러면 제 마지막 말이 프리퀄이 되는 건가(일동 웃음).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