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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쫄이로 신체 사이즈를 재준다? 조조수트 치욕스러운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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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의 개인화에 대한 화두가 처음은 아니다. 치수를 직접 입력하면 가상 착장을 해주는 다양한 3D 서비스가 있었으며, 상담사가 직접 방문해 치수를 입력해주는 스트라입스 같은 서비스도 있었다. 그런데 딥러닝 시대가 되니 개인화에 대한 공급 욕구는 더 늘어나고 있다. 수요 자체는 공급 이전에 늘어나진 않았다. 컨슈머는 개인화된 옷을 아직 입어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트라입스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눈에 띄는 성공을 만들어낸 적은 없다. 그나마 스트라입스도 점차 직접 신체 사이즈를 재는 프로그램을 줄이고 설문 형태로 사이즈를 만드는 중이다.

 

치수를 입력해 3D 아바타를 만들어 가상 착장을 해보는 미테일 서비스, 국내에서는 코오롱 럭키슈에뜨가 도입한 적이 있다

 

조조(ZOZO)는 일본 쇼핑몰 조조타운(ZOZO TOWN)의 자체 브랜드다. 스타트 투데이(Start Today) 기업에서 운영한다. 조조타운은 연 매출 1조원에 달하는 일본 쇼핑몰로써, 일본뿐 아니라 중국 등지에도 진출해 있다. 그런데 조조타운의 목표는 패션계의 라쿠텐이나 아마존이 아니었다. 온라인판 유니클로나 GAP이다. 자사 물건을 개인화해서 팔겠다는 포부로 신체를 측정하는 수트를 만들어 팔기 시작한 것이다.

 

첫 조조수트, 간츠 느낌이다

 

처음 등장한 조조수트(Zozosuit)는 오스트레일리아에 있는 웨어러블 센서 기업인 StretchSense의제품이었다. 옷을 입었을 때 늘어나는 정도를 파악하는 전자 제품으로, 옷 안에 부품이 들어있어 이 센서들이 치수를 재는 방식이었다. 일종의 소형 컴퓨터를 장착한 물건이다. 그러나 이 방식은 조금 더 저렴한 마커 인식 방식으로 바뀌었다. 수트에 300~400개의 폴카 닷(땡땡이) 마커를 두고 이를 앱으로 찍어 치수를 생성해내는 방식이다. 사실 몸은 캔버스로 사용하고 마커를 찍어 조립하는 것에 가깝다.

 

비교적 저렴해진 조조수트, 직접 입어보면 수치스럽다

 

두 번째 조조수트는 저렴하게 제작할 수 있는 만큼 무료로 제공한다. 조조닷컴이 진출하지 않은 한국에서는 배송비로 4~5달러 정도를 내야 한다.

촬영은 조조 앱을 받은 후 명령에 따라 하면 된다. 시계방향을 기준으로 총 12번을 찍는다. 이후 치수가 만들어지는데 완전히 정확하지는 않지만 의류를 구매하기엔 부족함 없는 수준이다. 3D로 만들어진 내 몸을 보는 것이 경악스럽다. 매일 보던 그 몸이 3D 모델링으로 변해 있는 것이 공포스럽다.

더 심한 공포도 있다. 쫄쫄이를 입은 내 모습이다. 평소 히트텍 류의 내복을 입었을 때 이 정도로 몸에 밀착되지 않았으므로 이러한 절망은 느껴본 적이 없다. 화려한 폴카 닷 패턴은 내 몸을 더욱 비참하게 만든다. 이 치욕을 견디고 나서야 내 몸은 온라인 세계로 진입할 수 있다.

이렇게 심리적 장벽을 몇 겹이나 겪고 나서(물론 혼자 스스로만 겪는 일이니 참을 수 있다)는 zozo.com 사이트에서 옷만 고르면 된다. 더 이상 사이즈 고민은 없다. 만약 촬영 후 몸매가 변했다면 또다시 촬영을 진행하면 된다. Zozo.com의 의류는 대부분 유니클로 같은 가벼운 스타일이다. 아직 조조 사이트가 한국진출을 한 것은 아니므로 매번 직구를 해야 하고, 배송비까지 물어야 하지만 배송비를 차치해도 티셔츠는 반팔 기준 25달러 정도로 무리스럽지 않다. 특히 한국에서 사이즈를 구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매력적일 것이다. 배송비는 5달러다. 특히 셔츠는 48달러로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 비교적 저렴한 수준이기도 하다. 물론 여러 제품을 사도 배송비는 여전히 5달러. 한국 진출까지 한다면 3달러 이하로 구매할 수도 있겠다. 일본 현지에서는 맞춤 수트도 판매하고 있다. 수트와 셔츠 포함 24800엔 수준으로, 한국에 진출하면 30만원 미만인 초저가가 된다.

 

옷을 살 때 사이즈를 입력하지는 않지만 핏을 고를 수는 있다

 

셔츠의 경우 팔길이 등을 고를 수 있을 정도로 섬세하다

 

만약 조조닷컴의 의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조조수트를 그냥 신체 사이즈를 재는 용도로만 사용해도 되겠다. 5달러로 평생 치수를 잴 수 있으니 나쁜 판단은 아니라고 본다. 또한, 가족이나 친구 중 신체 사이즈가 비슷한 이가 있다면 하나로 여럿이 사용해도 되겠다.

조조는 이렇게 호기심-구매-수치심-경이로움의 단계를 거쳐 의류를 판매한다. 마에자와 유사쿠(Maezawa Yusaku) CEO의 말처럼 앞으로 옷에 사람이 맞추는 시대를 지나, 옷이 사람에게 맞추는 시대가 올 것이다.

 

 

글.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영상. 박리세윤 PD dissbug@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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