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XS, 아이폰XS Max를 써봤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셀카를 저장했다

셀피를 찍지 않는다. 거울 셀카는 종종 찍지만 전면 카메라로 찍었다가 저장한 적은 없다. 얼굴이 긴 사람은 전면 카메라로 찍으면 얼굴이 갓 수확한 싱싱한 무처럼 찍히기 때문이다. 기자는 인스타그램을 즐겨 하지만 패션 사진만 찍고 얼굴은 굳이 저장하지 않는다. 스노우 같은 사기 보정 앱이 나와도 저장해본 적 없다. 같은 이유로 영상 통화를 잘 하지 않는다. 실수로 셀피 버튼을 누르면 내 얼굴이 나를 두들겨 패는 기분이 든다. 내가 때리고 내가 맞고 내가 사과하는 깊은 철학적 고민에 잠긴다. 왜 스마트폰 제조사는 얼굴이 긴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가.

아이폰 X이 나왔을 때 마지막 희망을 품고 셀피를 찍어본 적이 있다. 그리고 딱 3초만 놓아두었다 삭제했다. 저장한 사진을 보면 얼굴 길이는 일종의 핑계였고, 잡티와 안면 기름이 더 큰 문제였음을 깨닫는다. 학창시절 내 얼굴은 지금보다 기름이 더 심했다. 수학여행을 가는 버스 안에서 누군가가 플래시를 터뜨리면 신이 강림하듯 얼굴이 사라지고 거대하고 굴곡진 전구가 남았다. 나는 셀피를 저장해본 적 없고 수학여행 버스 안에서 찍은 사진을 받아본 적 없다. 찍은 친구들도 뒷면에 이름을 적으라고 할 때 기자를 부르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셀피를 저장한 적이 있다. 여행을 갔을 때다. 달 정도까지 높일 수 있는 셀카봉으로 찍고 기록용으로만 남겨놓고 다시 열어본 적 없다. 페이스북을 즐겨 하고 가끔 사진을 올리지만 내 셀피 카메라로 찍은 건 올려본 적이 없다. 내 아이폰 7은 중고지만 내 아이폰 7의 전면 카메라만큼은 새 제품이라고 말하며 팔아도 될 정도다.

그런데 아이폰XS와 XS Max를 사고 처음으로 저장을 해봤다. 이 폰으로 사진을 찍는다고 해서 얼굴 길이가 줄어들지 않는다. 그러나 인물 사진 모드로 얼굴 길이에 몇 가지 트릭을 줄 수 있었고, 무엇보다 잡티와 개기름이 나오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나오지 않는 것이 아니다. 아이폰 X과 카메라 특성 차이에서 기인한 것이다.

 

보케 기능은 집을 정리하지 않았을 때 매우 유용하다

 

이 칼 같은 배경처리를 보라

 

이 특성 차이는 뉴럴 엔진에서 오는 것이다. 연산 처리가 조금 더 빨라지고, 따라서 HDR을 조금 다르게 적용할 수 있는 A12 바이오닉 칩셋 때문이다. 이를 스마트 HDR이라고 한다. 기존 HDR은 사진을 찍을 때 여러 장을 찍어 이중 자연스러운 색과 표정 등을 골라내는 것이다. 스마트 HDR은 아예 찍기 전부터 사진네장을 준비한다. 찍기 전에 여러 포즈를 취하면 움직일 때마다 네장씩을 준비한다. 초당 수백 장의 사진들을 준비했다가 버리는 연산을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셔터를 누를 때에 가장 가까운 네 장의 사진은 인간이 인지할 수 없는 속도로 취합해 보여준다.

그 결과, 아이폰 X과 XS들의 카메라 결과물 차이는 대비에서 나타난다. X의 사진은 대비가 비교적 극명하다. XS들의 사진은 부드럽고 중간색을 많이 잡아내는 타입이다. 즉 개기름과 잡티는 X에서 훨씬 심하게 나타난다.

그렇다면 디테일이 뭉개지지는 않을까? 인물 사진 모드로 박리세윤 PD의 옷을 찍어봤다. 디테일이 살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나는 처음으로 내 폰에 셀피를 저장했다. 특히 스튜디오 조명으로 찍어 배경까지 다 날려서 있어 보인다. 이 사진은 다음 아이폰이 나올 때까지는 내 마음속 넘버원 셀피로 남을 것이다. 하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영상과 사운드

또한 만족스러운 부분을 꼽으라면 영상 촬영이다. 영상 촬영 시 기존에는 풀HD로 촬영시 초당 프레임 수(Frame per Second)가 30fps에 머물렀으나 60fps까지로 늘었다. 더 재미있는 기능은 영상 촬영 시 스테레오 녹음. 양쪽 스피커에서 서로 다르게 나는 그 소리를 말한다. 아이폰X으로는 촬영할 수 없던 기능이다. 아래 동영상 소리를 들어보자.

 

 

사운드 재생 시에도 스테레오 스피커가 더 유기적으로 활용된다. 물론 영상이 이러한 지원을 하고 있어야 한다. 아리아나 그란데의 ‘no tears left to cry’ MV를 추천한다. 애플 뮤직 미국 계정을 사용한다면 볼 수 있다. 유튜브에서 보려면 화질을 최대로 설정하고 보도록 하자. 스피커로 들었을 때 공간감이 느껴진다면 스마트폰이 스테레오 사운드를 지원한다는 의미다.

아이폰 XS·아이폰 XS Max 중 무엇을 사야 할까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햄릿의 고통을 느낀다. 그 무책임한 질문에 무책임하게 대답하고 싶다. 그래서 결론은 애플스토어 가서 만져보라는 아무나 할 수 있는 대답밖에 할 수 없다. 결정은 남에게 미루면 좋지 않다.

두 제품의 성능은 완전히 같다. 카메라와 칩셋, 화소 밀도 모두 동일하다. 그렇다면 차이는 크기와 가격밖에 남지 않는다. 이중 자신에게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를 따져본 후 선택해야 한다.

 

XS와 Max 중 하나로 찍었는데 둘중 뭘로 찍었는지 헷갈린다. 그만큼 사진이 비슷하다

 

크기는 단순히 스크린 크기 차이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폰에는 큰 화면과 작은 화면이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아이폰 6와 7, 아이폰 XS는 작은 화면이다. 아이폰 6+, 7+, XS Max는 큰 화면이다. 작은 화면의 폰은 아이패드에 있는 홈 화면 가로 모드가 없지만 큰 화면에는 있다. 웹사이트나 앱을 띄울 때도 큰 화면 제품이 더 많은 정보를 나타낸다. 여기서 약간의 사용성 차이가 발생한다.

 

아이폰8+와 XS Max의 크기는 비슷하고 화면 크기는 차이난다

 

영상을 볼 때도 차이가 있다. 화소 밀도가 같기 때문에 작은 화면을 당겨서 가까이 보는 것과 멀리서 보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작은 화면(XS)을 가까이 당겨서 볼 때가 큰 화면(XS Max)을 볼 때보다 이론적으로 더 별로다. 물론 이 화소 밀도가 사람의 눈으로 구분할 수 없는 영역까지 갔으므로 이 구별은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같은 화질인데도 사람들이 40인치가 아닌 55인치나 65인치 TV를 사는 이유와 같다. 편안하기 때문이다. 가만히 놓아두어도 안 보일 것들이 보인다. 영상이 삶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하면 XS Max를 고르기를 바란다.

아이폰 XS의 장점은 핸디함이다. XS Max를 들고 다니는 것은 어떨 때는 약간 부담이 된다. 특히 운동할 때와 바지에 넣을 때 존재감이 정말 강렬하다. 오른쪽 하단을 끌어내려 한 손 모드를 실행할 수 있지만 과거의 홈 버튼 더블 탭에 비해 쉽지 않다. 매일 들고 다니는 제품치고는 큰 부담이 된다면? 아이폰 XS를 고르면 된다.

두 제품의 공통점은 매끄러운 그립감이다. 그러나 모두가 케이스를 씌울 것이다. 강화유리 수준이 조금 더 높아져 아이폰X보다 스크래치가 적지만 그래도 모두가 케이스를 씌울 것이다. 웬만하면 스크래치가 나지 않겠다고 아무리 말해도 케이스를 씌울 것이다.

케이스를 씌우겠지만 골드 컬러는 과하지 않은 구릿빛이니 참고하고 가끔 케이스에서 꺼내 확인하도록 하자. 자랑할 때 쓸만하다.

 

 

글. 이종철 기자 [email protected]
영상. 박리세윤 P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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