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의 속도가 ‘구매’를 좌우한다?!
웹사이트 페이지 로딩을 기다리다가 화가 났던 경험이 있는가. 난 있다. 언젠가 친구의 JYJ 공연 예매를 도와준 적이 있었다. 예매가 시작되기도 전에 페이지가 느려지는 등 이상 징후가 나타났고, 급기야 예매가 시작된 시점에는 서버가 다운됐다. 15분 이상의 시간이 지나서야 서버가 복구됐는데, 이미 티켓은 다 팔리고 난 뒤였다.
생각해보니 흔한 일이었다. 학창시절 수강신청을 할 때도 웹사이트가 느려지는 일이 잦았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학내 컴퓨터실에서 수강신청을 하면 성공확률이 높다느니 하는 괴담이 돌았다. 얼마 전 위메프가 에어팟 반값특가 이벤트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서버는 터졌다. 애석하게도 바이라인네트워크 관리자 페이지에서도 이따금 있는 일이다. 기사 올리는데 업로드 속도가 느려지면 정말 화난다.
앞서 언급한 사례들은 대부분 대체재가 없는 한정된 상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고객이 몰려 서버에 과부하가 걸려서 발생하는 일들이다. 파격적인 가격이나, 한정된 좌석에 일시적으로 사람이 몰린다. 그 사람들이 빠져나가면 시간은 걸리더라도 대개 서버는 안정화된다.
이 때 쇼핑몰 입장에서 목표한 상품은 다 판매할 수 있기에 큰 손실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당신이 방탄소년단 급의 팬덤을 보유한 상품을 내놓지 않다면, 그러니까 대체재가 거의 없는 상품을 내놓지 않는다면 소비자는 당신의 상품을 굳이 기다려주지 않는다. 당신이 방탄소년단 급 상품을 내놨다 하더라도, 당신이 그 상품만 파는 것이 아니라면 문제가 된다. 쇼핑몰의 다른 상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고객에게도 서버 폭발의 여파는 미친다. 혹 있을 수 있는 상품 판매 기회는 날아간다.
구글 보고서에 따르면 3초 안에 콘텐츠가 로딩되지 않으면 사용자의 53%가 페이지를 이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CDN(Content Delivery Network) 전문기업 아카마이(Akamai)의 발표에 따르면 이탈률은 매출과 연결된다. 고객 이탈률이 줄어들면 구매전환율이 올라간다. 고객 이탈률이 높아지면 구매전환율은 낮아진다. 아카마이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통상 이커머스 사이트의 구매전환율은 1~3%를 보이는데, 웹사이트 페이지 속도가 느리다면 아마존급 구매전환율(13%, 아카마이 조사결과)을 만드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다.
그러나 페이지 로딩 속도에 문제가 생긴 것을 인식하더라도 쇼핑몰이 그 해결책을 강구하기에는 막막하다. 특히 내부에 IT인력이 부족하거나 없는 소호(SOHO, Small Office, Home Office) 쇼핑몰들은 더하다. 국내 소호 쇼핑몰 상당수는 카페24, 메이크샵 등 호스팅 업체를 이용해 사이트를 구축한다. 이런 경우 페이지 로딩 속도 저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일반적으로 호스팅 업체 담당직원에게 연락해서 해결책을 문의한다. 쇼핑몰이 직접적인 해결책을 강구하지 못한다.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문제가 문제인지도 모르는 경우도 많다. ‘지금 사이트가 좀 느리네? 좀 기다리면 빨라지겠지’ 생각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빠져나가는 매출은 꽤 크다. 하지만 많은 사업자들은 그 손실치가 얼마인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문제를 파악하는 방법
지금껏 고민인지도 몰랐던 쇼핑몰 속도에 대한 고민을 ‘정량화’하여 확인할 수 있는 솔루션이 있다. 아카마이가 2016년 4월 국내 발표한 데이터 모니터링 솔루션 ‘엠펄스(mPulse)’가 그것이다. 고객은 엠펄스 대시보드를 통해 웹사이트의 각 페이지의 PV(Page Views)와 페이지로딩 속도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현재 0~3초의 페이지 로딩시간이 걸리는 페이지는 녹색, 3~5초는 노란색, 5초 이상은 빨간색으로 표기하여 한 눈에 문제를 진단할 수 있다.
아카마이가 내세우는 엠펄스의 차별점은 퍼포먼스 데이터만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비즈니스 매핑(Business Mapping)’ 데이터도 함께 수집하여 볼 수 있다. 예컨대 이탈률(Bounce Rate, 전체 세션수 대비 한 페이지만 머물고 나간 사람의 비율), 국가별 리퀘스트(Request), 구매전환율, 수익(Revenue) 등을 사이트 방문자의 브라우저별로, 운영체제별로 확인 가능하다. 일부 데이터를 샘플링해서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데이터를 끌고 와서 정확도가 높다는 것 또한 아카마이가 강조하는 엠펄스의 타사 솔루션 대비 강점이다.
엠펄스 이용고객은 엠펄스를 통해 구매 전환율을 높이는 등 전략 의사결정을 위한 데이터를 수집, 열람, 비교할 수 있다. 한준 아카마이코리아 부장은 “엠펄스를 사용하면 페이지로딩 시간이 줄어들고 늘어남에 따라 자사의 수익과 구매전환율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데이터를 통해 로그인(Sign in) 페이지가 아니라 실제 고객 구매전환율이 높게 나타나는 ‘상품상세(Product Detail)’ 페이지를 개선해야 한다는 인사이트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엠펄스를 이용하고 있는 이커머스 고객사인 슛빙(Syuppin)의 사가와 사토시 CIO는 “GA(Google Analytics)를 이용했을 때는 퍼포먼스를 향상시켰을 때 어떤 효과가 있는지 관련성을 분석하지 못했다. 엠펄스 도입 후에는 웹사이트 로딩시간 1초 단축이 실제 어느 정도 매출 상승과 연결되는지 예상할 수 있게 됐다”며 “슛빙 사내 정보시스템부에서는 항상 엠펄스 대시보드를 통해 ‘이탈률’과 ‘페이지 로딩 시간’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확인한 지표를 통해 문제가 생긴 부분에 대해서는 SEO(Search Engine Optimization) 등 실행계획을 수립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엠펄스를 이용해 다양한 데이터를 모니터링하고 문제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은 알았다. 그럼 실제로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선 어떤 방법을 쓸 수 있을까. 아카마이가 제시하는 간단한 페이지 로딩속도 개선 솔루션으로 ‘이미지 매니저(Image Manager)’가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상품 이미지 등 쇼핑몰에 업로드 된 상품 이미지의 용량을 고객이 사용하는 브라우저와 디바이스에 맞춰 80% 이상 압축하여 웹사이트 트래픽을 줄이는 것이다. 아카마이의 강조점은 파일을 압축한다고 쇼핑몰 이용고객에게 보이는 이미지의 품질이 저하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부장은 “이미지 매니저는 인간이 지각할 수 있는 최상의 품질(Perceptual Quality)로 개별 이미지의 압축률을 각각 다르게 내보낼 수 있다”며 “사이트 트래픽을 줄이는 방식으로 최적화를 만들고 검증할 수 있는 것”이라 밝혔다.
아카마이는 한 신용카드 회사를 예시로 들었다. 이 회사는 아카마이가 회사에 특정 페이지의 속도 저하 문제를 알려주기 전까지 그것을 인지조차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문제는 간단했다. 웹페이지 속도 저하가 발생하고 있는 페이지에서는 438kb의 이미지가 로딩되고 있었다. 반면, 웹사이트의 다른 페이지는 86kb의 이미지가 로딩됐다. 이는 짧은 시간 안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지만 대부분 고객은 그것을 인지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아카마이측 설명이다.
페이지 로딩 속도 개선은 매출 상승으로 이어진다. 아카마이가 9일 시현한 데모화면에 따르면 이미지 매니저를 적용한 한 쇼핑몰의 페이지 로딩속도는 2.52초에서 2.17초로 줄었다. 이와 함께 고객의 이탈률(Bounce Rate)은 53%에서 50%로 감소했다. 구매전환율은 3.22%에서 3.78%로 늘었다. 마지막으로 수익은 3042만 달러에서 3227만 달러로 늘었다. 이런 변화는 단 3일만에 나타났다는 게 아카마이의 설명이다.
기사를 다 쓰고 나니 문득 얼마 전 CJ대한통운 택배대란 기사로 터져버렸던 우리 웹사이트가 생각났다.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