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규모 e스포츠 경기장, 액토즈 아레나가 던지는 메시지

새 권투 경기장이 생겼는데, 특이한 점이 있다. 관중석은 없고 링만 있다. 대신 링을 비추는 조명과 카메라가 화려하다. 선수의 숨소리 하나까지 잡아 전달하려는 듯 음향 시스템이 첨단이다. 관중은 링 앞에서 소리지르지 않고, TV와 스마트폰으로 경기를 보고 환호한다. 이 권투 경기 촬영 공간을 운영하는 곳은 방송사가 아닌, 한 체육관이다.

액토즈소프트(대표 구오하이빈)가 4일 공개한 e스포츠 전용 경기장 ‘액토즈 아레나’는, 마치 링을 강조한 새 권투 경기장 같았다.  e스포츠 경기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국내 다섯번째로 생긴 e스포츠 경기장인데 규모 면으로는 지금까지 중 가장 작은 편에 속한다. 경기석 12석에 관람석 100석 규모다. 배틀그라운드만 해도 선수석이 80석이 필요하다는 걸 고려하면, 현장 관중석을 크게 고려하진 않은 편이다.

액토즈 아레나 전경

그러나 경기를 중계하기 위한 시설을 살펴보면 액토즈 아레나의 규모는 충분해 보인다. 총 길이 14미터(m), 해상도 5760×1080의 플렉서블 LED와 10. 2채널 서라운드 입체 음향 시스템을 채워넣었다. UHD 4K 제작환경을 갖췄고, ‘크로마 키’ 스튜디오를 만들어 여러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고려했다. 액토즈소프트는 내년 공개를 목표로 e스포츠 오디션 프로그램 ‘게임스타 코리아’ 등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이 공간에서 촬영할 계획이다.

구오하이빈 액토즈소프트 대표는 경기장을 공개하며 “기존 프레임을 벗어난 색다른 모델로 누구나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e스포츠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존 e스포츠가 관객을 현장으로 끌어 모아 흥행을 담보했다면, 앞으로는 시청자를 상대로 한 e스포츠 관련 프로그램을 더 많이 만드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비전을 보여준 발언이다.

구오하이빈 액토즈소프트 대표

액토즈소프트가 액토즈 아레나를 통해 확보하길 바라는 ‘팬’은 경기장에 모인 오프라인의 관중보다는, 스마트폰 모니터를 통해 경기에 환호할 온라인 시청자다. 오프라인 경기장에는 아무리 많은 팬이 모여봤자 수백, 수천명을 넘지 못한다. 예전에는 회사들이 기업 이미지 홍보를 위해 e스포츠 선수단이나 경기장을 꾸려 왔다. 그러나 오프라인이 온라인과 결합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제는 TV 방송으로만 경기가 송출되던 시대와는 달리 유튜브나 트위치 등 게임사가 콘텐츠를 직접 송출할 수 있는 채널이 많아졌다. 물론, 기존 방송국과 협업도 가능하다. 게임사 입장에선, e스포츠 콘텐츠를 통해 자사 게임 홍보는 물론, 더 큰 수익을 챙길 수 있는 비즈니스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굳이, 우리 회사 게임만 고집할 필요도 없다. 게임 개발, 유통에서 콘텐츠 제작, 유통으로 사업의 범위가 넓어지는 셈이다.

액토즈소프트의 움직임은 정확히 이런 관점과 일치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e스포츠에 본격 투자해 왔다. 지난해 7월 e스포츠 브랜드 WEGL(World Esports Games & Leagues)을 공개한 이후, 지스타에서 12개 종목 대회를 치러냈다. 지난해 e스포츠 영역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하기 앞서 몸을 푸는 상태였다면 올해는  e스포츠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로 e스포츠 콘텐츠 확보를 꼽았다.

조위 액토즈소프트 이사는 “(최근 e스포츠 경기가) 온라인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트렌드 자체가 변하는 경향이 확실히 있다”며 “10년전만 해도 대회가 끝나고 나서 일어나는 트래픽이 없었는데, 지금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되면서 트래픽이 크게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트래픽이 회사 입장에선 주목할만한 사업 기회라는 이야기다.

조위 액토즈소프트 이사

액토즈소프트는 이날 글로벌 전략도 발표했다. e스포츠 경기는 물론 오디션 프로그램 등 각종 관련 콘텐츠를 국내서 먼저 만들어 이후 중국, 일본, 미국 등으로 확대해나간다는 전략이다. 국내서 만들어 중국과 일본 등의 아시아 지역 동시 송출도 고려한다. 다시 말해 한국을 테스트베드 삼아 성공한 프로그램을 글로벌로 갖고나가겠다는 뜻이다. 이 경우에도 국내 e스포츠 경기장이 클 필요는 없다. 글로벌 무대로 진출하기 위한 로컬 스튜디오를 하나 만든 셈이다.

조위 이사는  “인구 면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제일 크지만 인재양성, 구단 운영의 체계화 등은 한국이 아직 세계 최상급”이라면서 “한국에서 시청자가 리그 운영에 대한 피드백이 빠르므로 한국을 테스트베드 삼아 글로벌로 진출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액토즈소프트의 발표 중 주목할만한 것은중국에서의 펍지 대회 개최다. 모회사가 중국에 있다는 것을 십분 활용, 상하이경종문화엔터테인먼트 주식회사와 손잡고 중국에서 배틀그라운드 경기를 개최한다. 상하이경종문화엔터테인먼트는 신화 웨이보로부터 e스포츠 경기 중계에 대한 독점 라이선스를 받은 곳이다. 이날 발표는 중국 내 배틀그라운드에 대한 인기를 반영했다.

자료출처= 상하이경종문화엔터테인먼트 주식회사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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