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까막눈이 DPoS 투표해봤다

“EOS를 가진 사람 중, 실제 투표에 참여해보신 분 있나요? 일반 개인이 투표에 참여하기란 쉽지가 않아요. 개발자 출신이 아닌 경우, 투표에 참여하기 불편합니다. 투표율이 낮을 수밖에 없어요. 전체 토큰을 가진 사람 중 30% 밖에 투표에 참여하지 않아, 토큰 발행량의 적은 부분만 갖고도 대표가 되는 상황이에요. 소위 대표성의 문제가 생겨나죠.”

TTC 프로토콜 정현우 대표가 지난 23일, 서울 서밋에서 한 발언이다. TTC 프로토콜은 위임 지분 증명 방식(DPoS, 디포스)을 택한다. 쉽게 말하면, 모든 사람이 투표에 참여하는 직접 민주주의 방식은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투표로 소수의 대표를 뽑고, 이들이 지지자의 이익을 실현하게 하자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 투표가 소수의 엘리트만 참여할 수 있도록 복잡하게 되어 있다면 어떨까. 블록체인이라는 거대한 거버넌스가 실제로는 소수의 이익을 위해서만 돌아갈 위험성이 생긴다. 투표는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어야 하며, 정확한 정보를 알고 선택해야 투표자가 손해든 이익이든 감수할 수 있다.

  • 참고:  TTC 프로토콜이란?

TTC 프로토콜은 탈중앙화 인센티브 기반 소셜 네트워크 프로토콜이다. 사용자들이 참여를 통해 보상받는 새로운 형태의 SNS를 쉽게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표방한다. 중국내 1000만명 회원을 확보한 SNS ‘타타유에프오’가 댑으로 참여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온라인 서비스와 연동 가능한 블록체인 솔루션을 제공하고, 파트너 플랫폼 이용자는 기여도에 따라 TTC 토큰을 받는 구조다. 계획에 따르면 파트너 서비스 사용자는 내년 초부터 앱 내 기여도에 따라 암호화폐를 보상받고, 서비스 내 결제 과정에서 토큰을 이용할 수 있다.

[관련기사: 피키캐스트, 블록체인 ‘TTC 프로토콜’에 합류한다]

솔직히 말해 기자는 블록체인 까막눈이다. 기술을 제대로 이해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광풍이 일었을 때도 채굴은 커녕 암호화폐 지갑 한 번 만든 적이 없다. 이날 TTC 프로토콜 서밋에 참여했던 것은, ‘내 직업의 미래’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콘텐츠나 소셜네트워크,  플랫폼, 게임 등에 관심을 갖고 취재하는데 최근들어 이들과 ‘블록체인’이란 단어가 심심찮게 엮인다. TTC 프로토콜 역시 블록체인 기반 소셜네트워크 프로토콜을 지향한다. 주변에서 “너는 IT 기잔데 블록체인 좀 알아?”라고 물어볼 때마다 “모른다”고 답하는 것도 조금 창피했다.

정현우 대표의 말처럼 누구나 프로토콜 기반 소셜네트워크에 쉽게 참여할 수 있을까? 직접 해보지 않고는 모른다. 이날 현장에서 앱스토어에 접속해 ‘TTC connect(TTC 커넥트)’를 다운로드 받았다. 이 앱은 TTC 프로토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리고 어떻게 생태계에 참여하는지를 실습해볼 수 있는 일종의 가이드다. 아직 테스트 버전이 운영 중이다. 앱을 다운로드 받으면 1000토큰이 연습용으로 주어진다. 다시 말하지만, 이 1000토큰은 연습용 가짜다. 현금화 한다거나 TTC 프로토콜 파트너 커뮤니티에서 쓸 수 없다.

앱을 내려받아 잠깐 써 본 결과, 결론부터 말하자면 투표 자체는 쉬웠다. 그러나 누구에게 투표를 해야할지에 대해서는 아주 막막했다. 처음 민주주의라는 걸 접했는데, 내 이익을 대변할 이가 누구인지 정당이나 후보자가 구분조차 안가는 상황이었다. 밋업이 끝난 다음날인 24일, TTC 프로토콜 장채선 이사에게 전화를 걸어 구체적인 사용방법을 물어봤다. 아래 글은 장 이사의 설명에 도움을 받아 작성됐다.

TTC 커넥트 앱 실행 모습. 투표 카테고리에 들어가면 대표 후보자들이 나온다. 1번부터 36번까지 후보자가 레벨로 나뉘어져 있다. 후보지 밑에는 작은 글씨로 지금까지 생성한 블록의 수와 생성 성공률, 득표 수 등이 나온다. 기본으로 주어지는 1000 토큰으로 투표에 참여해보고 다음 날 일어나니 약간의 보상이 생겨났다.

 

투표에 참여하기 정말 쉬운가?

쉽다. 앱 하단에 메뉴가 세개 밖에 없다. 그 중 두번째가 투표 카테고리다. 터치하면 총 36개의 후보지가 나온다.  주루룩 나와 있는 목록 중에 그냥 아무 거나 하나 골라서 투표를 하면 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국회의원이든, 시의원이든 누군가를 뽑으려면 최소한 누가 누군지 구분이 되어야 하지 않나.

누구에게 투표하나?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선거에서 투표를 할 때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정당과 공약을 본다. 그리고 후보의 생애나, 이력을 살핀다. 마찬가지로 TTC 프로토콜의 대표 선거에서는 ‘블록 생성 성공률’과 ‘레벨’을 고려하면 “내 이익에 가장 부합할 것으로 예상되는” 후보를 선택할 수 있다.

블록 생성 성공률은, 블록 생성을 시도했을 때 성공한 비율을 말한다. 예컨대 100번을 시도했을 때 절반을 성공하면 50%의 성공률로 표시된다.

레벨은 각 대표 후보가 지금까지 받은 득표수에 따라 정해진다. 투표를 많이 받은 1등부터 10등까지가 1레벨이다.  TTC 프로토콜은 21초마다 한 번씩 블록생성의 턴이 돈다. 총 36개의 대표 중 21개만 한 번의 턴에 한 번의 블록생성 참여 기회를 가진다. 그런데 1등부터 10등에 속한 1레벨은 매 턴마다 블록생성에  참여할 수 있다.

만약 내가 투표한 후보자가 블록 생성에 성공해 보상을 받는다면, 나 역시 기여한 토큰 만큼 그 보상을 나눠가질 수 있다. 블록을 생성하는데 1만개의 토큰이 들어갔고, 내가 100개의 토큰을 투표에 썼다고 가정하자. 나는 투표자들에게 주어지는 보상 부분에서 1만개 중 100개에 해당하는 1% 만큼의 몫을 가져올 수 있다. 통상 블록이 생성될 때 생기는 보상풀에서 대표자의 몫과 투표자의 몫이 나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11등부터 20등까지인 2레벨은 10번의 참여기회 중 6번만 참여가 가능하고, 21등부터 30등까지의 3레벨은 4번만 참여가 가능하다. 레벨이낮을 수록 블록생성에 참여할 수 있는 확률이 줄어든다. 반대로 블록생성에 참여할 수 있는 횟수가 늘어난다면 보상을 받을 확률도 커지는 만큼, 우선적으로 상위 레벨의 대표에 먼저 눈이 가게 된다.

투표 수 1등만 계속 독식하는 구조 아닌가?

그렇지는 않다. 쉽게 말해 고위험 고수익 구조다. 만약 투표 수가 낮은 후보를 선택했는데 블록생성에 성공했다면 받는 보상이 커진다. 왜냐면 블록생성에서 얻는 이득을 전체 투표자가 모두 나눠갖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상위 레벨에 득표 수가 많다는 것은 투표 참여자가 많다는 뜻이다. 더 많은 사람이 이익을 나눠 갖는 것보다, 적은 수의 투표자가 이득을 나눠 가지는 것이 한 개인에 돌아가는 몫이 많아진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투표한다고 가정할 때, 어떤 이들은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고수익을 노릴 것이다. 그렇게 아래 레벨로 투표가 몰리면 순위 자체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

투표 주기는 얼마나 자주 돌아오나

21초다. 이 기준은 다른 블록체인 생태계는 물론, TTC 프로토콜에서도 바뀔 수 있는 기준이다. 단순히 보면 테스트넷을 운영하기 가장 효율적인 숫자인데, 투표 주기가 짧을 수록 투표자의 의사를 정확히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투표 말고, 생태계 참여자는 토큰으로 무엇을 할 수 있나

투자의 개념으로 투표를 하는 것 외에, 쉽게는 현금화 할 수 있다. 그러나 TTC 프로토콜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토큰으로 생태계를 더 활성화 시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한 대표적 사용처가 디앱(Decentralised Application, DApp)이다.

디앱이 뭐냐면, TTC 프로토콜이라는 커다란 생태계 안에 들어와 있으면서도, 각자 개별 서버로 데이터를 주고 받는 앱이라고 보면 된다. 예컨대 피키캐스트는 TTC 프로토콜의 디앱으로 들어간다. 그러니까 앞으로 피키캐스트 이용자들은 피키캐스트 안에서 댓글을 남기거나 좋아요 같은 걸 누를 때 마다 TTC 프로토콜의 토큰을 보상으로 받는다.

지금은 타타유에프오와 얼라이브이라는 디앱이 활성화 되어 있다.  여기에서  사진을 올리고 라이크 받고 팔로우를 모아 지갑으로 연동하면, 거기에 매일 TTC 프로토콜의 토큰인 ‘TTC’이 쌓인다. 이 토큰을 갖고 자신이 활동하는 커머스나 커뮤니티에서 포인트처럼 쓸 수 있다. 예컨대 네이버에서 물건을 사고 결제의 일부를 네이버 포인트로 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대표로 참여하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대표는 수퍼 노드, 또는 블록 프로듀서(생성자)라고 불리기도 한다. 상식적으로는 더 좋은 컴퓨팅 파워를 가진 이가 대표로 참여할 수 있다.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들이 선거에 나올 때 일정 자격 조건이 부여되는 것처럼, 수퍼 노드 역시 아무나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으로 TTC 프로토콜의 경우 최근 발간한 백서에 포괄적인 조건은 적혀있으나 구체적인 사안은 정리되지 않았다. 조건을 까다롭게 정해야 하는 이유는, 만약 수퍼노드의 서버가 지체 현상이 일어난다거나 장애가 발생했을 경우 다른 참여자들이 피해를 입게 되기 때문이다. TTC 프로토콜 측은 대표 참여와 관련, 자세한 내용을 메인넷 론칭 전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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