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배송에 얽힌 쿠팡의 두 가지 비밀

쿠팡의 로켓배송에는 두 가지 비밀이 있다. 하나는 쿠팡맨의 숫자. 둘은 정규직 쿠팡맨의 비율이다. 이 두 지표의 구체적인 숫자는 절대 공개되지 않는다.

쿠팡측은 말한다. 쿠팡맨의 숫자는 현재 3,000여명이라고. 구체적인 숫자는 공개할 수 없지만, 지난해보다는 조금 늘었다고 한다. 지난해에도 3,000여명이었다.

쿠팡측은 말한다. 현재 쿠팡맨의 정규직 비율은 공개할 수 없다고. 그리 높지 않은 것은 맞다고 한다. 그래도 2년 이상 근무한 쿠팡맨의 경우 대부분 정규직이 된다고 한다.

쿠팡의 두 가지 비밀은 ‘평행선을 그리는 쿠팡맨의 숫자’라는 결과로 귀결된다. 쿠팡이 쿠팡맨 채용을 안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열심히 뽑는다. 하지만, 중간에 일을 그만두는 쿠팡맨이 열심히 뽑는 쿠팡맨만큼 많다. 김범석 쿠팡 대표가 발표한 2017년까지 1만 5,000명 쿠팡맨 양병설은 그렇게 꿈으로 남은 모습이다.

23일. 구글에서 ‘쿠팡맨 채용’을 검색해봤다. 여러 채널에 채용공고가 올라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들은 왜 쿠팡을 떠나는가

쿠팡맨이 쿠팡을 떠나는 대표적인 이유는 ‘업무강도’ 때문이다. 쿠팡맨 한 명이 하루에 처리하는 물량은 로켓배송 초기 50여개에서 지난해 기준 200여개까지 꾸준히 늘었다. 이미 쿠팡맨의 배송량만 봐선 택배기사가 처리하는 그것과 큰 차이가 없다.

그만큼 쿠팡은 빠른 성장을 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2017년 매출은 2조 6,846억 원이다. 2016년 매출 1조 9,159억 원보다 40% 이상 늘어난 수치다. 2015년 매출은 약 1조 1,137억 원이었으니 2년 사이 2.3배 이상의 성장을 이끌어냈다. 쿠팡이 지난 1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로켓배송 상품품목은 350만 개, 로켓배송 누적배송 건수는 10억 개가 넘었다.

반면, 배송기사인 쿠팡맨의 숫자는 어떤가. 김범석 대표가 2015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공개한 쿠팡맨의 숫자가 3,500명이었다. 2016년에도, 2017년에도, 2018년에도 쿠팡맨은 3,000여명에 머물고 있다. 처리해야 하는 박스는 늘었는데, 배송기사의 숫자는 변하지 않았다. 물론 이는 물류 측면에서 ‘규모의 경제’를 만들기 위해선 필연과도 같은 결과다.

이에 대한 쿠팡맨의 불만이 있다. 업무는 과거에 비해 확실히 늘어났는데, 그들의 급여는 만족할 만큼 오르지 않았다. 역설적으로 문제는 쿠팡이 자랑하는 ‘서비스’를 만든 직고용 구조에서 나왔다.

쿠팡맨은 택배기사와 다르게 고정된 급여를 받는다. 배송건당 수수료를 받는 택배기사는 더 많은 물량을 처리하면 할수록 많은 돈을 번다. 택배업체가 성장하여 처리하는 물량이 많아지면, 택배기사가 버는 돈도 자연스럽게 많아지는 구조다. 쿠팡은 아니다. 물량이 많아진다고 돈을 더 받지 않는다. 그냥 예전보다 힘든 것이다.

물론 쿠팡맨이 택배기사에 비해 갖는 장점도 있다. 쿠팡은 택배기사에 비해 쿠팡맨이 갖는 강점으로 ‘배송차량’, ‘유류비’ 지원, ‘4대 보험’, ‘연차 휴가 적용’ 등을 꼽는다. 쿠팡맨의 ‘안정성’과 택배기사의 ‘일한 만큼 지급받는 급여’, 선택해야 하는 문제다. 떠나는 이와 들어오는 이들 사이에서 쿠팡맨 숫자의 평행선이 만들어진다.

3PL 하기엔 부족한 쿠팡맨

지난 9월 국토교통부는 쿠팡의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가 신규 택배 운송사업자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이제 쿠팡도 택배용 화물차에 발급되는 ‘배’ 번호판을 취득할 수 있다. 충분한 번호판만 확보된다면 쿠팡도 타인의 화물을 유상으로 운송하는 3PL(3자물류) 사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쿠팡은 3PL 사업을 하기엔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내비친다. 부족한 인프라 때문이다. 현재 쿠팡이 보유한 배송기사와 물류센터만으로는 자사 화물만 처리하기에도 벅차다는 것이다.

쿠팡은 부족한 쿠팡맨의 숫자를 매우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실험해왔다. 이미 로켓배송은 쿠팡맨만의 배송 서비스가 아니다. 한진 등 외부 택배업체를 활용한 아웃소싱이 혼용되고 있다. 지난 8월 쿠팡이 시작한 일반인을 활용한 배송 서비스 ‘쿠팡플렉스’ 역시 한정된 쿠팡맨만으로 다루지 못하는 로켓배송 물량 처리를 보조한다.

사실 택배기사는 쿠팡맨이 아니다. 일반인 또한 쿠팡맨이 아니다. 이들이 제공하는 로켓배송은 쿠팡맨이 제공하는 로켓배송과 서비스 품질 측면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쿠팡맨 또한 이제는 택배기사만큼 배송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이미 혼종이 된 로켓배송에서 쿠팡이 과거 쿠팡맨이 전담하던 시절의 서비스 품질을 만들어낸다면, 그건 쿠팡의 실력이다. 대단한 것이다.

비밀이 풀릴 날을 기다리며

쿠팡은 어려운 도전을 하고 있다. 국내 누구도 하지 않는 배송기사의 직고용 모델을 실험하고 있다. 티몬의 슈퍼배송은 뭐냐고 물을 수 있겠다만. 그건 롯데택배가 티몬인 것처럼 브랜딩해서 배송해주는 것이다. 티몬 배송기사는 티몬 직원이 아니다.

쿠팡과 같은 도전이 전혀 없었냐면 그건 아니다. 과거 우아한형제들이 쿠팡을 벤치마킹하여 ‘배달기사’ 직고용 모델을 실험한 적이 있었다. 한국에서 오토바이 배달기사는 택배기사와 같은 특수고용직노동자다. 건당 임금을 받는 자유직이며, 그들 각각이 개인 사업자로 취급 받는다. 이런 배달기사에게 직고용을 통해 안정된 고용환경, 급여를 주고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만들고자 한 것이 우아한형제들의 복안이었다.

지금 우아한형제들은 배달기사를 직고용하지 않는다. 우아한형제들 내부에선 배달기사 직고용을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는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배달기사를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예컨대 서로 같은 급여를 받는데 왜 나한테만 많은 주문을 주느냐는 이야기가 배달기사 사이에서 돌았다. 건당 임금을 받는 배달기사들이 서로 많은 주문을 잡고자 주문정보가 올라오는 모바일 단말기에 눈을 떼지 않으며 경쟁하는 모습(이걸 업계에선 ‘전투콜’이라 부른다.)과는 정반대다.

얼마 전 쿠팡 고위관계자를 만날 기회가 생겼다. 그 분과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마음 깊은 곳에 품고 있었던 질문을 꺼냈다.  지금도 쿠팡이 배송기사를 직접 고용하는 모델을 밀고 나가는 것이 맞다 보느냐고 물었다. 그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그렇게 가는 것이 맞다고 대답했다. 앞으로도 쿠팡은 계속해서 쿠팡맨을 채용한다고 한다.

나는 그의 확신을 믿고 싶다. 그의 확신을, 로켓배송에 얽힌 두 가지 비밀을 당당하게 공개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더 많은 쿠팡맨이 쿠팡에서 자부심을 느끼며 일을 하고, 만족할 만큼 보상받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라마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쿠팡이 거대한 성장을 만드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나는 기꺼이 쿠팡을 ‘위대한 기업’이라 부를 것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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