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주방과 클라우드 키친이란 무엇인가

우버의 전 CEO이자 현 시티 스토리지 시스템(City Storage Systems)의 CEO인 트레비스 캘러닉(Travis Kalanick)이 한국에서 클라우드 키친 사업을 한다는 소문이 전해졌다. 흔히 공유주방으로 알려져있지만 완전히 같은 말은 아니다.

클라우드 키친이란 인도에서 먼저 등장한 서비스로, 공유 가능한 주방을 사용하며, 배달을 하지 않는 레스토랑이 그 레스토랑이 입점하지 않은 지역에서 가상의 지점을 내고 배달 서비스를 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지점이 원래부터 하나도 없는 초기 창업자들의 가상 점포, 지점을 원래 운영하고 있었지만 지점을 없애고 온라인 지점만 운영하는 레스토랑 등도 포함된다. 즉, 부엌만을 갖추고 있는 가상의 점포인 것이 핵심이다. 공유형 주방을 사용하지 않으므로 클라우드 키친으로 부를 수는 없지만 온라인 전용 배달 점포는 한국에서 익숙한 개념이다. 중식집이나 야식집중 점포를 운영하지 않고 배달 전문으로 하는 곳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공유주방=주방 임대 혹은 키친 인큐베이터

공유주방은 그 개념이 점차 정립되고 있는 신조어로 여러 단계의 주방들이 포함된다. 예를 들어 주방만을 갖추고 임대하는 것도 공유주방으로 부르며, 거대 주방을 갖춰놓고 그 안에서 F&B 창업자들을 길러내는 시스템도 공유주방으로 부른다. 전자는 위워크나 패스트파이브의 식품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 안에서 네트워킹이나 피드백,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도 예상할 수 있다. 레스토랑 인큐베이터로 볼 수 있는 후자는 사회공헌사업이나 지자체 등의 사업 모델에 가깝다.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센터와 유사하다.

공유주방의 가장 큰 장점은 낮은 임대료겠으나, 두 번째로는 홀을 갖춰 빠르게 영업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도 있다. 물론 이 경우 기존에 존재하는 푸드코트와의 형태적 유사성이 발생한다. 또 다른 장점은 신메뉴나 새로운 브랜드의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 여러모로 테크 기업의 린스타트업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국내에도 공유주방, 키친 인큐베이팅을 하는 업체가 있다. 심플프로젝트 컴퍼니의 ‘위쿡’. 심플프로젝트컴퍼니는 위쿡에 입점한 업체들을 모아 아예 공유식당을 열기도 했다.

 

위쿡의 공유주방 형태, 위워크처럼 공유실과 개별실이 있다(출처=위쿡)

 

배달의민족 역시 공유주방 서비스를 운영한다. 이름은 배민 키친으로, 유명 맛집을 입점시키거나 배민이 직접 쉐프를 고용해 PB 요리를 만들어내는 형식이다. 서울시 강남 인근에서만 3호점까지 열어 운영 중인데, 현재는 초기 입점한 유명 점포들이 일부 빠진 상태로, 공유주방과 PB 상품 레스토랑의 중간 정도라고 보면 된다. 요리부터 배달까지 모두 한다는 점에서 클라우드 키친과의 유사성도 있다.

 

클라우드 키친과 공유주방의 차이

시티 스토리지 시스템(줄여서 CSS라고 부를 수가 없다)의 CLOUD KITCHENS는 단순히 공유주방 개념의 서비스라고 보기는 어렵다. 위에서 언급한 클라우드 키친은 신조어이자 보통명사지만, 시티 스토리지 시스템이 고유명사로 사용해 혼동의 여지가 있으므로 서비스명은 CLOUD KITCHENS로 표기하도록 한다. CLOUD KITCHENS는 공유주방을 포함한 레스토랑 배달 서비스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푸드플라이나 배민라이더스, 요기요플러스 등과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심지어 그냥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라고 생각해도 된다. 소비자가 할 행동은 요리를 고르고, 결제하고, 배달을 받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 앞서 CLOUD KITCHENS는 자사가 갖춘 주방과 조리기구를 제공하고, 음식이 완성되면 이를 배달한다. CLOUD KITCHENS 서비스 내의 음식점과 요리는 CLOUD KITCHENS에 의해 마케팅된다. 여기까지는 패스트트랙 아시아와 같은 컴퍼니 빌더와 유사하다. 그러나 배달의 경우 배달을 하지 않는 패스트푸드 가게(QSR, Quick Service Restaurants), 배달 불가의 일반 음식점, 푸드 트럭 등에게도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한다. 즉, 온라인으로 확장하거나, 온라인에서만 운영하는 레스토랑 전체가 대상이다.

 

CLOUDKITCHENS의 타깃(출처=CLOUDKITCHENS)

 

캘러닉 CEO가 한국을 고른 이유는 간단해보인다. 사람들이 배달 문화에 익숙하고, 따라서 배달원도 쉽게 고용할 수 있으며 창업 붐 역시 존재한다. 건물을 매입한다면 부동산 차익을 노릴 수도 있겠다.

공유주방과 클라우드 키친을 완벽히 나누기는 어렵다. 다만 공유주방의 포인트는 주방 설비의 사용이다. 따라서 공유주방에는 딜리버리 서비스가 꼭 포함될 필요는 없으며, 클라우드 키친은 온라인 전용 점포로 배달을 통한 판매를 전제로 한다. 두 단어가 혼용되는 이유는 대부분의 공유주방 입점 업체의 수익모델이 배달판매기 때문이다.

 

다른 클라우드 키친과의 차이점

CLOUD KITCHENS와 달리 클라우드 키친은 기존에 존재했던 사업 모델로, 지난 2017년 1월 인도의 스위기(Swiggy), 같은 해 3월 인도의 조마토(Zomato)가 론칭한 바 있다. 조마토는 원래 인도의 맛집 검색 서비스다. 인도판 옐프(Yelp)라고 생각하면 된다. 뛰어난 성장성을 바탕으로 투자를 받고, 그 투자금으로 옐프에 대항하는 미국 어반스푼(Urban Spoon)을 인수하고, 뉴질랜드나 유럽 여러 국가의 검색 회사들을 인수하기도 했다. 조마토는 ZIS(Zomato Infrastructure Service)를 론칭하고 공유주방을 구축했다. 특징은 빌딩을 매수할 것으로 보이는 CLOUD KITCHENS와 달리 번화가 인근 임대료가 싼 지역에 주방을 만들며 한 주방에 여러 개의 레스토랑이 들어가도록 설정돼 있다는 것. 이 주방은 임대하거나 구매할 수도 있다. 주방의 위치는 조마토의 데이터로 선택되며 사업을 운영할 때도 조마토의 풍부한 검색 데이터를 중심으로 도움을 준다. 이점은 CLOUD KITCHENS가 따라 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공유주방에 가깝게 같은 주방을 낮에는 피자, 밤에는 햄버거 브랜드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배송은 대행해주는 대신 직원 고용을 추천한다.

 

ZIS의 주문 시스템(출처=Zomato)

 

이같은 특성을 비교해봤을 때 CLOUD KITCHENS는 공유주방, 배달대행, 마케팅을 모두 제공하는 일종의 풀스택 B2B2C 서비스다. 음식점의 맛이나 가격에 큰 영향을 받겠지만, 일정 수준을 보장할 경우 한국에서의 흥행이 예상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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