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없어서 시작한 프로젝트에요.”

제주 숙박 스타트업 ‘다자요’는, 남성준 대표가 돈 한 푼 없어 앞길이 막막할 때 시작한 사업이다. 원래 하려던 사업은 시작도 전에 개발비만 날리는게 아닐까 걱정이 앞서던 상황이었다. 궁하면 통한다고, ‘에라, 망했네’ 싶었을 때 오히려 기발한 생각이 났다.

일명, ‘빈집 프로젝트’.

빈집 프로젝트는 다자요의 시그니처다. 제주의 시골에는 주인은 있지만 사람이 살지 않아 오랫동안 비어 있는 집이 많다. 공식 집계는 아니지만, 동네별 빈집과 감귤창고의 평균을 내 동네 수로 곱해보면 약 2만5000여 채가 사람이 살지 않아 비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남성준 대표는, 이 빈집을 공짜로 10년 간 빌리고 크라우드펀딩으로 리모델링 비용을 모아 관광객에게 대여하는 숙박사업을 시작했다. 한 마디로 “빈집을 공짜로 빌리고, 남의 돈으로 리모델링한 다음 숙박으로 돈을 버는 구조”다.

첫 프로젝트인 ‘도순동 돌담집’ 인테리어를 위한 펀딩 상품이 와디즈에서 불티나게 팔렸다. 2억원 규모 첫 펀딩은  100% 달성했고, 이렇게 만들어진 도순돌담집 연박숙박권 판매도 무려 390% 초과달성을 했다. 리워드형 펀딩은 10분만에 마감됐다. 지금까지 총 3번의 와디즈 펀딩은 모두 목표를 가뿐히 넘기며  ‘빈집 프로젝트’의 가능성을 알렸다.

남 대표를 제주에 이어 최근 서울에서 다시 만나 인터뷰 했다. 세번째 크라우드 펀딩을 준비하던 때였다. 인터뷰 이후에도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로부터 3000만원 규모 시드 투자를 받는 등 낭보가 이어졌다. 올 여름 문을 연 도순동 돌담집은 연말까지 예약이 거의 꽉 찰 정도로 입소문을 탔다.

도순동 돌담집은 파란집과 빨간집이 나란히 붙어 있다.

[관련기사: 제주 낡은 돌담집이 스타트업 만났더니…]

■포기는 빠를수록 좋다

숙박은 최근 몇년간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화두다. 남는 방을 빌려주고 돈을 받는다는 콘셉트의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의 연간 이용자 수는 최근 1억명을 넘어섰다. 국내서는 야놀자나 여기어때 같은 모텔 검색 앱이 호텔, 펜션까지 영역을 넓히며 성장한다.

특히, 제주는 관광으로 먹고 사는 섬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제주를 찾는 연간 관광객의 수는 1500만명으로 집계 됐다. 제주에서 창업하는 이들의 아이템은 대체로 관광객을 상대로 한다. 서울서 은행원, 이자카야 운영 등을 하다 15년 만에 제주도로 돌아온 남성준 대표도, 처음에는 ‘에어비앤비’ 같은 숙박 공유 서비스를 준비 했다.

“에어비앤비 같은 숙박 중개 플랫폼을 만들자고 생각했어요. 2015년만 해도 제주도에서 에어비앤비에 등록한 숙소가 300개가 안 될 때였거든요. 서울에서 일하며 모았던 3억원이 넘는 돈을 모두 써서 플랫폼 개발에 매진 했어요. 그런데 그 사이 시장 상황이 확 바뀌었어요. 에어비앤비가 제주도에서도 엄청 확장됐거든요.”

남성준 다자요 대표

돈은 돈대로 들어 갔고, 미래는 불확실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남 대표가 이때 가장 잘 판단한 것은 ‘빠른 주력 전환’이었다.

에어비앤비 같은 공룡이 제주에서도 몸집을 키워놨는데 계속 고집 부려봤자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터였다. 그리고, 당장 돈도 씨가 말랐다. 고민하던 차에 관점을 바꿨다. ‘중개 수수료’를 받아 매출을 올리는 플랫폼 대신, 숙박료를 직접 받는 임대 사업을 주력으로 해보면 어떨까.

마음을 바꾸고 나니 현실적인 문제가 생겨났다. 첫번째는 ‘집’이다.

손님을 받으려면 방이 있어야 한다. 때마침 제주 사는 후배한테 “동네에 빈집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이야길 들었던 게 떠올랐다. 제주에는 육지로 자식들을 내보낸 노인들이 많이 사는데 이들이 아프거나 혹은 세상을 떠나면서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이 계속 생겨난다는 얘기였다.

그 말을 꺼낸 후배의 아버지도, 젊은 시절 살던 제주 도순동 집을 오래 비워두고 시내에 나가 살고 계셨다. 여기서, 남 대표는 남들이 쉽게 하기 어려운 일을 행동으로 옮겼다.

“빈 집, 공짜로 10년만 빌려주세요”


집주인 입장에서는 황당한할 만큼, 뻔뻔한(?) 제안이었다.

■ 남의 집을 10년 무상으로 빌리는 노하우

남 대표를 처음 만나는 사람 열이면 열, 빼먹지 않고 물어보는 게 있다.

“아니, 대체 누가 자기 집을 공짜로 빌려줘요?”

이 부분은 남 대표가 지역의 상황과 지역민을 잘 아는 사람이어서 가능했다. 제주라는 섬의 특성상, 대체로 이주민에 배타적인 분위기가 크다. 관광을 왔다거나, 짧게 머물렀다 가는 사람은 모르지만 제주에는 ‘괸당문화’라는 것이 있다. 괸당은, ‘친척’의 제주말이다. 오래 아는 지역민끼리 서로를 잘 챙겨주는 것인데, 그만큼 이주민에게는 배타적이라는 뜻이다.

남 대표는 제주에서 태어나 대학까지 마쳤다. 부모님 세대부터 선후배동기까지 제주에 꽤 아는 사람이 많다. 게다가 남 대표 성격도 주변인을 잘 챙기는 스타일이다. 주변 경조사에 빠지는 일이 없고, 찾아온 후배나 친구들을 굶겨 보내지 않는다.

남 대표는 제주 애월에 ‘미하스’라는 스타트업 단지를 운영하기도 하는데, 미하스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남성준 표 집밥일 정도다. 새 밥을 짓고 고기를 구워 먹여가면서 주변인을 챙긴다. 그가 제주의 빈집을 빨리 파악하고 곧바로 집주인 설득에 나설 수 있었던 데에는 그렇게 만든 네트워크의 공이 컸다.

네트워크는 남 대표가 가진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다.

물론, 집을 빌리는데 인맥만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다. 빈집 주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마음 속 욕구를 파악해 가려운데를 긁었다. 남성준 대표가 빈집의 주인들에게 내건 조건은 하나다.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할 만한 인테리어를 해주겠다, 부동산 자산 가치를 키워주겠다 ”

집은 마치 생물과 같다. 그 안에 사람이 살지 않으면 관리가 되지 않아 더 빨리 늙는다. 온기가 없어진 집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오래되어 낡은 집은 손 볼 데도 많아진다. 집에 사람이 계속해 든다는 것은, 꾸준한 유지관리가 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낡은 집을 고쳐 새 집처럼 만들어 임대 사업을 하다가, 10년 후부터는 임대 수익을 공유하겠다는 계획은 빈 집 주인의 마음을 움직였다. 어차피 비어서 놀 집을 공짜로 인테리어 하고, 미래 수익을 계획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도순동 돌담집 원 주인이 남 대표의 설득을 받아들인 이유다.

“무슨 일이든 ‘합리’를 먼저 따지는 것은 도시 사람들의 생각이죠. 지역에 있는 사람들은 ‘집을 꾸미자니 돈이 들어가고, 종가집이라 팔기도 어렵고, 언젠가는 고향에 돌아갈텐데 그때 내가 살 곳은 있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해요. 돈 안 받고 10년을 빌려주는 대신 예쁜집이 생기는 거라고 이곳 분들은 생각하죠. 기본적으로 빌린 사람도 빌려준 사람도 모두 흐뭇한 결과가 나온 거죠.”

도순동 빈집이 돌담집으로 재탄생되고 나서, 원래 살던 할아버지의 반응이 제일 좋았다. 도순동에는 얼마전부터 큰 빌라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빈집을 허물어 빌라단지가 들어서던 중이었고, 동네 사람들도 돈을 벌려면 도시 같은 아파트나 빌라를 지어야 하나 고민하던 시점이었다. 도순동 돌담집은 지역민들이 그런 생각을 바꾸게 된 계기가 됐다.

“아버지(도순동 돌담집 원 주민)는 돌담집 고친거를 보고 엄청 좋아하세요. 이제는 새로 들어선 빌라를 보고, 저 빌라들이 마을을 망친다고 생각하시더라고요. 어느순간부터 지역 사회에서 투사같은 분이 되셨어요. (돌담집이) 제주의 것이고, 제주의 것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 새로운 투자처를 만들어라

빈집은 구했지만, 그 다음 난관은 공사 비용이었다. 제주의 환경은 미리 예측할 수 없다. 눈이나 비가 오면 공사를 멈추고 하늘이 갤 때까지 무한정 기다려야 한다. 제주도 사람들은 제주시와 서귀포시 사이 거리를 서울과 대전 사이 만큼이나 멀게 느낀다. 날씨가 궂으면 두 지역을 잇는 도로를 이용하기 어렵다.

예상외로 공사가 길어지면서 남 대표도 자금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이럴때 지인이 소개해 준 곳이 와디즈였다. 남 대표를 만나러 와디즈의 임원이 제주도를 찾았고, 도순동 공사 현장을 살펴본 후 곧바로 펀딩에 들어가자고 제안했다.

세 차례의 크라우드 펀딩을 모두 초과달성했다.

투자자에 돈을 빌리고 이자와 보상을 주는 채권형펀딩을 3%의 이율로 시작했다. 3%면 정책금리수준이다. 2억원 규모 펀딩은100%를 넘기면서 마감됐다. 투자를 받고 나니 남 대표도 더 책임감이 커졌다. 그런데 그런 남 대표에게 오히려 “천천히 만들어도 되니 제대로 지으라”고 격려한 것이 얼굴도 모르는 투자자들이었다.

“채권자들에게 완공 날짜를 공지했는데, 맞추지 못할까봐 걱정했죠. 그런데 와디즈 투자자들이 오히려 “천천히 하라”고 하더라고요. 아니, 이 사람들 뭐지? 싶었어요. 와디즈 서포터들이 일반 투자자들하고는 좀 다른 것 같더라고요. 좋은 아이디어를 공유해주기도 하고, 후속 투자에 참여하는 분들도 많고요. ”

이 과정을 거쳐 도순동 집의 인테리어가 끝나고 숙박권 리워드의 펀딩을 열었는데, 이것도 10분이 안돼서 완판됐다. 상품권의 가격은 2박에 39만원. 언제 내려갈지도 모르는 제주의 숙박권을 미리 사둘 사람이 있을까 싶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남 대표는 다자요의 빈집 프로젝트가 일명, ‘로켓’이라 비유되는 스타트업처럼 한 번에 빵 터지는 사업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꾸준한 우상향 그래프는 그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현금이 도는 사업인데다가, 실제로 한 번 사두면 언젠가는 숙박에 쓸 수 있는 아이템이라는 것이 강점이라는 설명이다.

■ 트렌드를 읽어라

“새 소리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다자요가 빈집 프로젝트를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하며 올린 영상이다. 이 영상 안에는 두 가지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최근 제주를 찾는 주요 관광객 층이 누구인지, 이들이 제주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캐치해낸 것이다.

우선, 제주도청이 낸 최근 통계 결과를 보면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비중이 크게 줄었다. 그 자리를 20~30대 여성의 자유 여행이 채웠다. 이들은 제주가 줄 수 있는 독특한 느낌을 체험하고 싶어한다. 로컬 느낌이 나는데다, 독특하면서도 개인의 안전과 사생활이 보호될 수 있는 그런 여행을 지향한다는 뜻이다.

제주에는 매년 1500만명의 관광객이 오지만, 새로운 문화 체험을 할 곳은 드물다. 남성준 대표가 겨냥한 것도 이 부분이다. 제주의 빈집을 옛 모습 그대로 살리되, 내부는 호텔처럼 편안한 숙박. 눈을 떠서 문을 열면 감귤 밭이 펼쳐지고 새 소리가 들리는 곳. 제주에는 수많은 호텔이 지어지고 있지만, 공실이 늘어나고 있다. 똑같은 호텔로는 경쟁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제주에 숙소는 많아지는데 숙박객이 원하는 시설은 없어요. 수요와 공급에 미스매치가 일어나는 거죠. 최근 분위기는 ‘독채’입니다. 제주에에서 제주의 지역 특색을 가득 담은 독채는 프라이빗하면서도 로컬한 느낌을 주죠. 도순동 돌담집에서 어르신들은 옛 추억을 떠올리고요, 젊은 사람들은 새로운 경험을 신기해합니다. 이런 레트로한 걸 ‘힙’하다고 느낀다는 거죠.”

게다가 최근에는 환경보호에 대한 요구도 커진 것도 빈집 프로젝트에 호재였다. 남 대표에  따르면 빈집 프로제트의 효과는 100개 객실이 있는 호텔 833개를 대체할 수준이다. 이렇게 되면 건물 신축에 따라 사라질 수 있는 면적 250만 제곱미터를 보호할 수 있는데 이는 우도 1.3배에 달하는 규모다.

■ 계속 성공 레퍼런스를 만들어라
빈집 프로젝트는 계속해 새로운 시도를 한다. 지역의 감성을 살린 예쁜집이라는 콘셉트를 넘어서, 그 자체를 자그마한 쇼룸으로 발전시켰다. 다이슨 청소기, 발뮤다 토스터기 같이 예쁜 가전 제품을 들여놓고, 실제로 이곳에서 하루 이틀 살면서 이 상품을 써본 이들의 제품 구매를 이어주는 새로운 시도를 한다. 공간의 가치에서 라이프스타일로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

“와디즈 펀딩을 하면서, 숙박을 하는 동안 물건을 써보고 마음에 들 경우 공동구매를 할 생각이 있느냐 물었더니 90% 이상이 써보고 구매하겠다고 답하더라고요. 가전이고 침구고 모두 다자요 숙박이 테스트베드가 되는 거죠.”

남 대표는 빈집 프로젝트를 제주를 넘어 육지로도 확장할 생각이다. 이미 일부 지자체에서는 남 대표를 초빙, 다자요의 프로젝트를 공유하고 배우고 있다. 전국의 50여개 가옥이 다자요에 프로젝트를 의뢰한 상태다.

그러나 당분간은 제주의 빈집에 조금 더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제주의 봉성리 2채와 화북, 그리고 바닷가마을 쪽으로 3개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한다. 현재 애월 봉성리의 옛 양옥집과 돌집을 개조 중이다. 남 대표의 고민은 이 집의 부뚜막을 살려야 하는가, 에  쏠려 있다. 제주에 수많은 빈집이 더 예쁘게 태어나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