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언맨’의 자비스는 클라우드 기반 음성 AI로, 집 내부의 모든 기기, 아이언맨 수트와 관련된 모든 사항을 음성명령으로 이행한다. ‘어벤져스’에서 아이언맨이 핵폭탄을 안고 치타우리 종족의 우주선으로 날아갈 때, 자비스는 토니 스타크가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 믿고 연인인 “페퍼 양에게 (전화)연결할까요?”라고 물을 정도로 지능적이다. 유머도 기본 탑재했다.

그런데 이런 자비스가 갑자기 비전이 된 이후, 토니 스타크는 자비스가 아닌 프라이데이 OS를 사용한다. 부드러운 영국 억양을 쓰는 자비스와는 달리 프라이데이는 비교적 딱딱하게 말하고, 유머를 먼저 던지지 않는다. 음성 명령에만 충실하며 토니 스타크의 기분을 알아채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토니 스타크는 프라이데이와 대화할 때 자비스가 그립다는 듯 한숨을 쉬는 장면도 있다.

자비스는 모든 보이스커맨드 AI의 목표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도 자비스와 같은 음성 비서를 코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자비스까지는 아니라도, 구글은 듀플렉스(Duplex)로 부르는 사람의 음성과 거의 같은 목소리로 전화예약을 대신해주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저커버그가 만든 자비스는 얼굴인식을 한다(출처=techcrunch)via GIPHY

 

그러나 이것은 제작자들의 꿈일 뿐 소비자들은 너무 인간 같은 AI에게 반대로 불편함을 느낀다. 즉, 음성이나 비전 AI는 아직 불편한 골짜기를 넘지 못했고 지금 당장은 넘으면 안된다.

너무 무섭다 via GIPHY

 

IT 컨설팅 업체 가트너(Gartner)가 2018년 1~2월 실시한 컨슈머 대상 AI 설문조사의 결과다. 소비자는 “로봇이 어느 정도 인간과 비슷할 때 불편하냐”는 질문에 “정해진 대답을 할 때 가장 편하다(편함 79%)”고 대답했으며, 인간처럼 감정을 표현할 때나 얼굴을 갖고 있을 때, 또는 인간을 닮았을 때 불편해했다.

 

소비자들은 AI가 인간과 비슷한 모습을 하거나, 인간처럼 인지할 때 특히 싫어한다(제공=가트너)

 

만약 스크린이 있는 AI라면 사람보다는 만화 같은 형태로 말할 때 편안함을 느끼는 비율(60%)이 높았다 얼굴을 갖고 있는 음성비서 중 Jibo와 같은 형태가 가장 좋다는 의미다.

 

Jibo는 무리하게 인간을 따라하지 않는다. 대신 LG가 Jibo를 따라한다 via GIPHY

 

AI가 감정을 표현하는 것 외에, 서울에 사는 토니 스타크들은 로봇이 감정을 알아채는 것도 싫어했다. 그러니까 ‘금요일 운영체제’는 감정을 이해해도 가만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응답자들중 70% 이상이 AI를 통해 자신의 건강상태를 파악하는 것, 안전한 거래를 위해 음성인식이나 얼굴인식 등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편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금요일이 사용자의 얼굴인식 이상을 하기를 원치는 않았다. AI가 사용자의 목소리나 표정에서 감정을 추출하는 것이 불쾌하다는 소비자는 62%, AI가 데이터 수집을 위해 항상 마이크를 켜놓는 것을 기피하는 소비자는 63%로 나타났다. 그러니까 쓸모없는 감성 운운하지 말고 묻는 말에 대답이나 잘하게 하자.

 


아버지의 분노가 느껴진다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도 있어

소비자들은 자신의 편리를 위해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동시에 이 정보가 새나갈지에 대해 걱정한다. 응답자 65%가 AI가 개인정보를 보호하지 못할 것이라고 믿는다. 실제로 가트너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2016년, 딥 러닝 기반 텍스트 학습 엔진인 딥텍스트(Deeptext)를 도입해 포스팅을 학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용자에게 개인 맞춤화 서비스를 노출한다는 전략이지만, 사용자 개인만의 정보가 페이스북 안에서는 사라진다는 문제도 있다. 사람들은 이렇게 불안해하면서도 왜 AI를 쓰는 걸까?

저커버그는 아이언맨인 척 하지만 실은 블랙 위도우(스파이다)다(출처=vulcanpost)

 

사람들은 언제 AI를 쓰고 싶어 할까

사람들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반복적인 업무를 싫어한다. 따라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면 AI를 사용하겠다는 응답자가 58%로 가장 많았다. 실제로도 구글 검색을 직접 하는 것보다 구글 홈에 맡기는 게 더 빠르다. 또한, 소비자는 돈을 절약할 수 있을 때(53%)도 AI 사용을 원했다. 최저가 검색 등을 말하는 것이다. 또한, 교통편, 날씨 등 원하는 정보를 더 쉽게 찾을 수 있을 때(47%) AI를 사용하는 비율도 높았다.

 

AI 자동화에 대한 소비자들의 민감도(제공=가트너)

 

보이스 커맨드 AI가 아닌 AI를 통한 자동화에 대해서도 다르다. 소비자는 주택의 보안, 집안 내 시설 관리, 건강 상태 모니터링 등에는 자동화를 사용하려 하지만 심리적 영향이 큰 영역에는 자동화를 원치 않았다. 예를 들어 운전, 투자처 결정, 입고 나갈 옷 정하기 등에 대해서는 AI가 아닌 직접 처리하길 원했다.

 

신뢰성이 관건

즉, 소비자들은 AI가 인간같기를 원치 않고, 자신이 꼭 결정해야 하는 일(운전, 투자, 아웃핏)에 간섭하기를 원치 않는다. 반면 가전 등의 자동화, 정보 검색 등 해야 하지만 귀찮은 일에는 열려있다. 동시에, AI가 개인정보를 침해할까 봐 많은 걱정을 하고 있으니, 이 정보가 새나가지 않는다는 신뢰성을 심어줘야 할 것이다.

더 자세한 내용은 가트너에서 확인하자.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