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있는지도 몰랐던 네이버 뮤직을 없애더니 새 앱을 출시했다. 사실 네이버 뮤직 쓰는 사람 많았다. 그런데 ‘멜론 Top100’을 쓰는 사람과 까는 사람이 많다 보니 멜론만 있는 느낌이었다. 이래서 바이럴이 중요하다. 기자는 평소 벅스와 멜론, 애플 뮤직, 유튜브 레드를 뛰어다니는 메뚜기다. 프로모션할 때 자주 옮긴다는 의미다.

 

마케팅 천재 유병재

마케팅 이야긴데, 네이버가 YG PLUS와 제휴를 하더니 글을 잘 쓰는 유병재가 직접 리뷰를 하도록 했다. 사실 유병재 정도가 나서면 기자들 리뷰는 별 쓸모 없다. 이 기사도 쓸모없으니 위쪽의 X 눌러라. 여담이지만 YG PLUS는 YG그룹 신사업 담당 회사이며 MD·광고·음악 사업을 한다. 자회사로 화장품·외식·골프·패션모델·투자사업 등도 한다. 문어발 기업이다.

 

(출처=네이버)

 

유병재는 리뷰 첫 문장에서 “외국 사는 친구들이 스포티파이 쓰는 게 부러웠다”고 한다. 첫 문장에서 VIBE 앱의 핵심을 꿰뚫었다. 즉, 유병재 리뷰나 이 기사나 더 이상 읽을 필요 없다. 위쪽의 X 눌러라.

아쉽게도 유병재가 쓴 것치곤 글쓰기 수준이 떨어진다. 유병재가 쓰지 않았거나 어떤 의사결정자가 복잡한 가이드라인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예상이 든다.

 


혹시 스포티파이? 고르기 어려운 가수 시스템

앱을 가입하면 네이버 계정으로 로그인한 다음 취향 저격을 위해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고른다. 스포티파이와 완전히 동일한 시스템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순수하게 앱 리뷰의 관점에서만 말하자면 고르기 어렵다. 주로 아이돌과 일반적인 팝스타들이 뜬다. 아이돌이나 팝스타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그 음악들은 어딜 가도 자주 들리기 때문에 ‘좋아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하지는 않는다. 기자가 최근 즐겨듣는 아티스트는 ‘제임스 블레이크’다. 이 가수는 전혀 마이너하지 않다. 내한도 여러 번 했다. 그러나 찾을 수 없다. 결국 검색 탭에서 찾아들어야 했다.

 

고르기가 어렵다

 

비통한 마음으로 봄에 가장 많이 듣던 혁오를 고르자 혁오를 좋아하는 청취자가 좋아할 법한 가수들이 뜬다. 화장실 몰카로 유죄 판정받은 문문은 좀 빼자. 이런 걸 제외하는 것이 인공지능이 할 역할이 아닌가.

가수를 다섯명 고르고 나면 믹스테잎이 만들어진다. 네이밍이 적절하다. 30~40대가 어릴 때 실제로 만들어 듣던 게 믹스테잎이고, 요즘은 힙합을 하는 가수들이 개인 작업 후 앨범을 낼 때 쓰는 말이다. 테이프가 뭔지 10~20대가 정확하게 모를 수는 있지만 ‘믹스테잎’은 하여튼 좋은 음악을 모은다는 느낌이니까.

 

완성된 오늘자 믹스테잎

 


그런데 아까 그 다섯 가수로만 믹스테잎이 만들어진다. 이런 게 인공지능이라니.

여담으로 ‘바이브’라는 이름도 직역해서 ‘느낌’, ‘분위기’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는 있지만 사실 조금 한물가고 있는 이름이다. 오래 쓸 이름은 못 되는 느낌이다.

 

혹시 비트? 음악 모음이 이 앱의 진정한 가치

아래의 추천항목은 음악 모음이다. 좋아할 것 같아서. 들려주고 싶어서. 등의 이름으로 인기 항목, 바이브가 추천하는 음악 등을 큐레이션한다. 이중 몇 가지(VIBE PICK) 등은 개인화되지 않은 공통 항목이고, ‘좋아할 것 같아서’ 등은 믹스테잎취향을 반영한다. 즉, 애초에 기자처럼 믹스테잎 만드는 걸 실패했다면 계속 실패한 결과가 나온다. 내리다 보면 Top100 등의 차트도 있다.

 

느낌별 스테이션, 개인화가 돼 있다.

 

탭을 잘 둘러보면 중심에 ‘DJ’ 항목이 있다. 들어가 보면 장르별 구분, 느낌별 구분을 해놨다. 장르는 흔히 아는 EDM, 힙합, 테크노 등을 AI로 구현했고, 그냥 뿌려주는 장르 스테이션도 있다. 느낌별 스테이션은 지금인기, 힙터질때, 우울할때 등 기분별로 구분해놓았다. 이거 어디서 많이 봤는데? 그렇다. 비트다. 비트의 느낌이다. 무료 라디오 앱을 표방하다 규제와 수익성의 한계와 더불어 사라진 국내 음악 혁신 앱이다. 비트의 핵심인력들은 비트 폐업 후 네이버로 이직했다. 즉, 비트의 인력이나 노하우가 투입됐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 서비스는 상당히 괜찮다. 비트는 당시에도 선곡잘하기로 유명했다. 또한, AI가 그동안 충분히 발전한 만큼 믹스테잎, 듣는 음악, 좋아요를 반영해 음악을 선곡한다. 같은 ‘우울할 때’를 눌러도 사람마다 다른 노래가 나온다는 의미다.

사실 음악 선곡은 예상할 수 있는 바다. 네이버는 이미 클로바 AI 스피커 서비스를 위해 음악들에 상당한 태그를 붙여서 모아놓았을 것이다. 이걸 돌려막기하면 된다. 좋은 말로는 원소스멀티유즈(OSMU).

믹스테잎 만들기를 실패한 날, 이 음악 모음이 나를 살렸다. 음악 모음에서 듣던 음악을 토대로 다음날의 믹스테잎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유저가 듣는 음악의 데이터가 쌓일수록 AI는 진가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믹스테잎을 처음 만들 때는 좌절했지만, 들을수록 더 좋아하게 될 느낌이다.

 

하트 기능

비트와 스포티파이에서처럼 각 노래와 아티스트에 하트(좋아요)를 매길 수 있다. 이 하트는 AI 음악 추천의 단서가 된다.

 

올곧은 좋아요 취향

 

특이한 기능을 발견했는데, 아이폰의 제어센터에서도 좋아요를 누를 수 있다. 문제는 인터랙션이 없어 똑바로 눌렸는지 아닌지는 확인할 수 없다는 것. 앱에 들어가야만 확인 가능하다. 좋아요를 한 항목들은 모아볼 수 있다. 유병재가 지적한 것처럼 좋아요를 다시 눌러도 좋아요는 취소되지 않는다.

 

제어센터 재생창의 정지와 FF 외 되감기가 없고 햄버거 버튼이 있는데, 이걸 누르면 좋아요를 할 수 있다. 반응은 없지만 좋아요가 눌린다.

 

지나치게 유사한 인터페이스

인터페이스를 보다 보면 두 가지 생각이 든다. 스포티파이와 애플 앱스토어다. 우선 스포티파이의 검은 배경과 듀오톤을 양심 없는 수준으로 가져다 썼다. 이것이 국내 대표 기업이 할 행동인지는 생각해봐야 하겠다.

듀오톤(Duotone)이란 흑백과 같은 이미지에 블랙과 화이트 대신 두 가지 컬러를 집어넣어 흑백의 강렬함에 컬러의 서정성까지 가져가는 컬러 매칭법이다. 이름은 듀오톤이지만 검은색은 어디에나 존재하므로 실제로는 세 가지 색을 쓰게 된다. 웹디자인에 주로 쓰며 스포티파이의 트레이드마크다.

 

이런 게 듀오톤이다(출처=스포티파이)

 

볼드한 제목을 쓰고 아래에 리스트로 항목을 나열한 다음, 오른쪽 일부를 잘라 보여주어 좌우 스크롤을 유도하는 건 애플 앱스토어의 디자인 공식이다. 애플이 2016년부터 보여주는 모바일 디자인 트렌드 중 하나로 컴플렉션 리덕션(Complexion Reduction)이라고 부른다. 이 항목 역시 카피 수준에 불과하다. 애플 인터페이스에 통일성 있게 맞췄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럼 안드로이드는?

물론 인터페이스를 참고할 수 있다. 똑같으니까 문제인 것이다.

 

왼쪽은 VIBE, 오른쪽은 애플 앱 스토어다

 

총평

수준급의 라디오와 개인화 기능, 예쁜 인터페이스가 강점이다. 물론 이 인터페이스는 훔쳐 온 것이다. 멜론이나 벅스보다 사용이 단순한 것이 강점이며, 찾아서 굳이 듣는 사람에게는 부적합할 수도 있다. 그냥 라디오처럼 추천곡을 듣는다면 바이브를 실험해보는 것도 좋겠다. 벅스나 멜론에도 라디오 기능이 있지만 사람이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믹스테잎을 만들고 나면 세시간까지 무료가 적용되며 이후 요금은 월 $7.99부터 시작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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