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만 떼돈버는 주주 자본주의, 코인 이코노미가 대안”

우리는 성공한 플랫폼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작은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여러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성장해서 결국 지배적 플랫폼이 된다는 스토리다. 이 플랫폼들은 어마어마한 금액에 매각되거나 주식시장에 상장돼서 성공사례로 남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큰 부를 얻는 것은 창업자나 투자자 등 소수일 뿐이다. 플랫폼을 만드는데 결정적 기여를 한 참여자들은 플랫폼이 아무리 성공해도 얻을 것이 별로 없다.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하면서 창업자들은 억만장자가 됐지만, 열심히 동영상을 올린 이들은 얻은 것이 없다. 우버도 세계적인 기업이 됐지만, 기사들은 택시 기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버가 성장한다고 해서 우버 기사들이 금전적 혜택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김서준 해시드 대표는 코인 이코노미가 이런 주주 자본주의 시스템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김 대표는 22일 부산에서 열린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주최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에 연사로 참여, 블록체인으로 인한 경제구조를 혁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플랫폼에 기여한 이들이 정당하게 자기 몫을 가져갈 수 있게 하는 새로운 경제 구조의 단초가 블록체인이라는 것이다.

김서준 대표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인공지능 수학 교육 플랫폼 ‘노리’의 부대표 출신으로, 이더리움에 투자해 큰 돈을 번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이더리움 등 블록체인이 지금 ‘주주 자본주의’에서 벌어지는 부의 독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이날 컨퍼런스에서 강조했다.

김 대표는 “현재의 인터넷 프로토콜이 단순히 정보를 복사해서 전달하는데 역할이 그치고 있기 때문에 이같은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며 “경제 참여자 주체 사이에서 직거래로 거래될 수 있는 프로토콜을 만든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경제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지적한 금융 자본주의의 폐해는 은행, 증권사, 보험회사 같은 거대한 중개자가 막대한 부를 독식한다는 점이다. 중개자가 설립하는 지금의 경제 체제 아래서는 중심부에 있는 사람들만 자본주의의 과실을 따먹고, 가장자리로 물러나 있는 이들은 영원히 부자가 될 기회를 잃게 된다는 점이다.

김서준 해시드 대표(가운데) 이강준 두나무앤파트너스 대표(오른쪽)로부터 받은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그에 따르면 ‘우버’ 같은 성공한 유니콘 역시 소수의 창업자와 굉장히 적은 수의 투자자만 이익을 독점하는 문제를 가진다. 우버 본사는 전체 매출의 20%에 달하는 수수료를 가져가는데, 이 수익은 우버의 생태계에 참여한 구성원에 돌아가지 않는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생각의 전환으로 가능합니다. US달러로 우버의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우버의 주식으로 결제하는 새로운 방식이 나온다면 초반부터 우버 생태계에 참여한 기사들도 요동하는 스톡옵션을 통해 플랫폼의 주식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유틸리티 토큰의 개수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 플랫폼이 커지고, 여기에 참여하고픈 사람이 많아질수록 그 가치는 더 커집니다.”

대안 모델을 위해서는 이더리움에서 가능한 두스마트 계약(contract)을 집중해볼 필요가 있다. 스마트 계약에서는 중개자가 근본적으로 필요하지 않다. 블록체인 위에 컴퓨터 프로그래밍 코드로 작성된 계약서가 올라와 있고, 그에 근거해 에스크로가 작동한다. 계약에 따라 상품이나 서비스가 전달됐을 때 에스크로로 걸려있던 이더가 전송이 되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근본적으로 상품이나 서비스가 전달됐다는 것을 이더리움 블록체인 위에 만들어진 스마트 계약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면 중개자가 없는 전혀 다른 형태의 경제가 가능하다”며 “우버 같은 경우 잘 조율된 프로토콜 형태로 플랫폼을 개방해 놓고, 누구나 이 위에서 기여한 만큼 토큰을 획득할 수 있는 스마트 계약 개념으로 전환한다면 굉장히 다른 형태의 경제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하는 사람, 돈 버는 사람이 따로 있는 ‘주주 회사’라는 형식 대신 김 대표가 제안한 것은 더 오랜 역사를 가진 ‘협동조합’이다. 협동조합에는 특정 투자자나 영업이익을 가져가는 사람이 없다. 각자 일한만큼 플랫폼에 기여한 만큼 가져가는게 협동조합의 모습이다.

김 대표는 “지금은 주식회사 효율성에 밀려 협동조합이 잘 안되지만, 블록체인이라면 협동조합의 의의를 구현할 수 있다”며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에서 생겨나는 수수료(이윤)는 이들 코인을 처음 만든 사람이 아니라 순수하게 해당 프로토콜을 위해 기여한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개념 아래서 블록체인이 중앙집중화의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전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블록체인이 조금 더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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