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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안경쓰기 앱 써보니 세시간이 지났다

미국 혁신 기업 와비 파커(혹은 워비 파커, Warby Parker)처럼 한국에도 AR 가상 착장을 할 수 있는 앱이 등장했다. 이름은 rounz, 라운즈.

이는 첫 시도는 아니다. 글래버, 더블리츠 등의 서비스가 가상 착장을 시행했다. 그러나 그리 높은 수준은 아니었다.

기자는 평소에 안경을 쓰지 않아 얼굴형에 어떤 안경이 어울리는지 모른다. 앱을 받아 실행을 해보자. 처음 실행하면 몇 가지 설명 뒤 얼굴 사진을 찍는데, 튜토리얼을 따라 동영상처럼 촬영하는 도중  9장 정도의 스틸이미지를 남긴다.

 

마스크를 쓰거나 안경도 써봤다. 마스크를 쓰면 얼굴인식을 못 하고, 안경을 쓰면 한다. 즉, 얼굴 윤곽 외에도 눈코입을 인식한다는 의미다.

 

사진을 다 찍으면 이런 식으로 분석을 하는데 왠지 기분 나쁘다

 

그런데 큰 허들이 있었다. 내 얼굴이다. 못생겨서 쳐다볼 수가 없다. 화면을 켜면 눈을 뜰 수 없을 지경이다. 내가 나를 때리는 형국이다.

 

안경을 씌우면 괜찮겠지 해서 씌워봤다. 한결 낫다. 그러나 왼쪽 뺨의 트러블이 계속 눈에 걸려 컨실러까지 바르고 새로 찍었다. 최대한 귀엽게 찍는다.

 

사진을 다 찍은 후의 미리 보기. via GIPHY

 

이후 얼굴에 맞춰 안경 추천을 받거나, 프레임을 선택할 때 몇 가지 간단한 설정을 해야 한다. 기자의 얼굴은 보통 혹은 보통보다 작은 편인데 보통을 선택하니 안경이 폭이 너무 넓게 나왔다. 억울하다. 설정에서 큰 편을 누를 때 상당히 굴욕적이다. 큰 편을 선택하니 얼추 안경 사이즈가 맞았다. 나는 억울하다.

 

 

여튼 안경을 써본다. 선글래스는 총 1,025개, 안경은 886개로 꽤 많은 편이며 이 모든 걸 다 가상으로 착장할 수 있다. 브랜드는 톰포드, 레이밴, 오클리, 구찌, 베디 베로 등 유명 브랜드가 입점해 있는다. 아쉽게도 국내에서 인기를 끄는 중인 애쉬크로프트, 로우로우, 젠틀몬스터 등은 입점해있지 않았다.

실사가 있는 안경의 경우 얼굴의 각도와 안경의 높이에 따라 안경 이미지가 조금씩 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델링 구현까지는 아니더라도 안경 모양을 실시간으로 어느 정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모든 건 AI의 결과다.

 

각도에 따라 안경이 자동으로 움직이며, 위아래로도 움직일 수 있다 via GIPHY

 

신 나서 안경을 여러 개 써봤다.

 

안경을 씌우다 보니 세시간이 훌쩍 지날 만큼 재밌었다. 이제 이 앱의 속셈을 알겠다. 눈이 안 나쁜 사람에게 앱을 받도록 유도해 오래 앱을 써서 눈을 나빠지게 만든 다음 안경을 팔려는 것이다.

안경을 쓰는 이에게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닐 수 있다. 도수를 반영하지 않은 상태라 얼굴에 왜곡이 없기 때문이다. 즉, 참고용으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이 앱은 알집으로 유명한 이스트소프트가 만들었다. 이스트소프트는 아예 자회사 딥아이를 차리고 딥아이가 안경 가게까지 차리도록 했다. 서울 강남에 쇼룸겸 안경 가게를 운영한다. 가상 착장을 해보고 정 성에 차지 않는다면 쇼룸에 가서 직접 착용해보는 것도 좋겠다. 앱 출시 전부터 동영의 온라인 쇼핑몰도 운영 중이다.

 

내 얼굴 보기가 싫다면 여러 모델 중 하나를 선택해도 된다. 이러다가 직접 쓰기 배너를 누르면 또 내 얼굴을 봐야 한다.

 

이 앱의 장점은 적정 기술, 쇼룸까지 연동시킬 수 있는 자본력, 많은 수의 브랜드를 입점시킬 수 있는 지구력이다. 주로 컨셉 디자인에만 머무는 AR을 실 서비스와 판매까지 연동하는 실행력이 대단하다.

단점은 현재 아이폰 트루뎁스 카메라(얼굴 굴곡까지 인식하는 카메라)에 비해 기술 수준이 떨어진다는 것인데, 이러한 강점은 반대로 보급기에 해당하는 핸드폰으로는 활용할 수 없으므로 단점이 아닐 수도 있다.

 

다양한 추천 항목이 있었는데 이 배너도 누르면 착장을 시작한다 via GIPHY

 

온·오프 옴니채널을 덜컥 구축했으니, 앞으로는 앱을 통한 앱 전용 이벤트, 할인, 실시간 재고 확인과 주문, 와비 파커와 같은 시험 착용과 저가 PB 제품 생산 등 무궁무진한 서비스 기획을 붙일 수 있겠다. 최근 봤던 AR 프로젝트 중 가장 완결성 있으며 재미도 있다. 이 글을 보고 의심이 간다면 우선 얼마나 정교한지를 한번 직접 시험해보자.

 

마음에 드는 안경을 찾아서 구매하려 했더니 카카오페이 결제가 안 된다. 다른 옵션으로 구매할 수 있었다.

 

아이폰

안드로이드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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