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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을 버리고 바라본, LG G7 씽큐 리뷰

LG의 이름만 듣고도 왠지 아무도 기대를 하지 않지만 LG의 이번 스마트폰 화두는 인공지능이다. 왠지 AI의 이름을 들으면 승부하고 싶은 욕구가 든다. 그래서 승부해봤다.

 

AI 카메라

기자는 사진 찍는 걸 몹시 귀찮아한다. 인터뷰 때 인물사진, 기자의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이 아니라면 대충 찍는다. 그런데 G7에는 AI 카메라라는 기능이 있다. 화면에 비치는 사물을 분석해 모드를 바꿔주는 것이다.

왼쪽이 원본, 오른쪽이 AI가 바꿔놓은 파란 하늘

 

하늘을 찍었다. 억지로 푸른 빛을 약간 넣어주는 것이 보인다. 요즘 한국의 하늘은 회색이다. 어린이집에서 하늘을 그리라고 하면 회색으로 칠한다고 한다. 파란 하늘은 인공지능만이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위는 G7 음식 모드, 아래는 아이폰7과 푸디 앱

 

음식을 찍어봤다. 음식의 경우 일관되게 붉은빛을 넣고 푸른빛을 줄인다. 붉은 쪽이 확실히 맛있어보인다. 윤기나는 부분을 부각하는 느낌도 있다. 같은 방식이지만 카메라 성능에 맞춰 놓았으므로 흔히 사용하는 음식 앱 필터보다는 낫다.

AI 모드로 찍는 동안은 잠깐씩의 혼선은 있으나 뭐든 대강 찍는 기자보다는 훨씬 좋은 결과물이 뽑힌다. 그러나 사진찍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부족한 성능일지도 모르겠다. 접사 등의 좋은 옵션이 있음에도 사진을 쨍하게 만드는 느낌이 강하다. RAW 파일을 남겨준다면 후에 활용도가 높아질 것 같다. 동시에 스마트폰에서 무슨 RAW까지 바라냐는 말도 들을 수 있다. LG기 때문에 기대하는 것이다.

 

광각과 아닌 사람의 다리길이 차이

렌즈에는 광각이 포함돼 있는데, 풍경찍기 좋다. 인물을 찍을 때는 조심하자. 얼굴이 탕수육 접시같이 나오는 수가 있다.  다리쪽을 의도적으로 왜곡하면 키가 198cm로 나오기도 한다. 다리만 길어져서 별로 예뻐 보이지 않는다(기분은 좋다).

 

아웃포커스를 적용하기 전과 후, 둘은 같은 사진이며 중간 정도의 흐림 효과도 가능하다

아웃포커스 기능은 사용하면 찍히는 사람이 지구의 중심 같은 효과가 나온다. 체감상 아이폰X보다는 아웃포커싱을 조금 더 잘 잡고 갤럭시 S9보다는 못 잡는다. 엉뚱한 데 자꾸 포커스를 맞출 때가 있다. 

 

구글 렌즈

G7에는 픽셀2에도 탑재된 비전 AI인 구글 렌즈가 있다. 화면에 비추는 것을 검색해주는 것이다. 구글 I/O 2018에서 대호평을 받은 기능이다. 하지만 호평은 이르다. 알파고와 싸우는 이세돌의 마음으로 문제를 내봤다.

꽃 검색을 해봤다. 나름 답을 내놓지만 기자도 꽃을 모른다. 무승부다. 하지만 한국에는 아재들의 필수품 다음 꽃 검색이 있다. 다음 앱 기본 기능이다.

꽃 이름 발음에 주의하자

잘 찾는다. 역시 한국 사람이라면 한국 AI를 써야한다. 다시는 한국을 무시하지 마라.

 

한국차 무시하네

자동차를 검색해봤다. 한때 국민차였던 마티즈 중 해당 제품은 올 뉴 마티즈다. 그러나 구글 렌즈는 JIPE라고 검색했고(JEEP의 스페인어다) MINI, 사브 등을 내세웠다.

한국을 먹여 살린 명차 다마스를 찍었더니 Microvan 결과가 나왔다. 사실 이건 할 말 없는 결과다. 다마스와 마이크로밴은 거의 똑같이 생겼기 때문이다.

한국차라서 인식을 못하나 싶어 BMW 차량을 찍어봤다. 구글은 아직 패밀리룩을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다만 상당히 근접했다.

 

국산같지만 글로벌 기업이라 해외에도 그대로 판매하는 차량을 찍어봤다. 전복이 나왔다. 맛있겠다. 연관 검색어로 등장하는 르노 플루언스는 국내에서 SM3로 판매되는 차량이다. 즉, 별 관련이 없다. 대체 저 사진 어디에서 전복을 찾아낸 걸까. 앞으로 말리부 오너를 전복왕으로 부르기로 한다.

 

브랜드 내 차종이 적은 브랜드(포르쉐)만큼은 제대로 인지했다. 깨알같은 우리은행.

결론: 차종이 궁금하면 그냥 뒤에서 모델명을 읽거나 커뮤니티에 물어보자.’

 

구매까지 이어지긴 하나 핀터레스트 등도 검색된다.

옷을 한번 찾아봤다. 얼추 비슷한 게 나온다. 이 옷은 뒷모습이 포인트라 뒤도 찍어봤다. 역시 얼추 비슷한데 비싼 것들을 찾아준다.

 

흔히 입는 라이더 재킷을 찍어봤다. 역시 비슷한 제품들을 찾아준다.

 

위의 제품들이 너무 흔치 않은 것들이라 정확한 제품을 찾지 못하나 싶어 완제품/글로벌 브랜드인 신발들을 찾아봤다. 정확한 검색결과가 나오고 아마존 등으로 연결돼 바로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인공지능 이 녀석 대단하다.

 

두가지 음성비서

자 이제 음성 AI와의 대결을 시작할 차례다. 과연 네까짓 게 대답할 수 있겠냐는 질문을 고른다.

미세먼지를 검색하면 Q보이스는 바로, 구글 어시스턴트는 검색결과를 보여준다. Q보이스의 승리. 날씨, 문자, 알람 등의 결과는 대부분 Q보이스가 낫다. 국뽕이 차오른다.

그러나 이외의 것들은 그냥 구글 어시스턴트 쓰자. Q보이스는 그건 아직 못한다고 계속 말한다. 그럼 언제 할거야. 구글 어시스턴트도 그렇게 대단한 성능은 아닌 게 또 문제다. 그냥 미세먼지나 알람 같은 데만 쓰자. 구글 어시스턴트는 물론 구글 앱에서는 잘 작동한다. 예를 들어 “김땡땡에게 메일 보내줘”, “6월 5일에 일정 등록해줘” 같은 것들. 알파고 영 성능이 별로다. 역시 인간 비서가 낫겠다. 최저임금은 꼭 지키면서.

 

LG폰이라 꺼내기 부끄럽다면 아이폰 모드(노치디자인)와 갤럭시 모드(오른쪽)를 선택하자. 블랙 색상을 선택하면 정말 아무도 모른다

 

AI 스피커 대체 가능성

마이크 성능이 5m 정도를 인식한다고 하고, 핸드폰 자체가 거의 스피커 수준으로 큰 소리를 내니 알렉사 등의 스피커를 쓰지 않고 대신 쓰면 어떨까? 작은 집에서는 충분히 가능하다.

5m까진 아니고 3m까지는 ‘오케이 구글’과 ‘하이 엘지’를 무리 없이 대답한다. 문제는 음원 앱이다. 멜론과 네이버 뮤직을 끼고 있는 스피커가 해당 앱에서 노래를 실행하는데 LG폰으론 그럴 수가 없었다. “벅스에서 노래 틀어줘, 멜론에서 노래 틀어줘”라고 말하면 “알겠습니다”라면서 앱만 실행한다.

해답은 유튜브다. 유튜브에서만 노래를 듣는다면 가능하다. 전원만 잘 연결돼 있고 좁은 영역이라면 AI 스피커 대체는 가능하다. AI 스피커의 최대 단점인 이동시킬 수 없다는 점도 보완된다. AI 스피커 대비 단점이라면, 폰이 자주 대답을 안 한다.

 

디스플레이

화면은 LG니까 자세한 기능은 생략한다. 다만 화면이 플래시로 써도 될 정도로 밝은데, 부스트 기능을 쓰면 더 밝아져서 눈을 얻어맞으니 조심하자. M+ LCD 논란이 있기도 했는데 RGBW를 쓰는 줄 알았더니 RG-BW를 쓴다는 말이었다. M+ LCD라고 소개했다가 논란이 되자 슬쩍 홍보문구에서 빼버려서 인정하는 꼴이 됐다. RG-BW도 크게 보면 M+ LCD가 맞지만 TV보다 서브 픽셀 수가 적으므로 오해할만하며, LG 입장에선 HDR을 구현하기 위해 1000nit를 무조건 만들어야 했다고 말할 수 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으면 몰라도 된다. 눈으로 보기에 화면은 부족한 면이 없다.

플래시가 아니라 화면으로 저정도 밝기가 나온다

 

온 집을 스피커로 쓰는 음향 기능

의외로 만족스러운 기능이었다. G7 기본 스피커를 붐박스스피커라고 부르는데, 미국 영화에서 어린 친구들이 어깨에 들쳐메고 다니는 게 붐박스다. 그만큼 소리가 크다는 뜻이다. 다른 것보다는 진동이 강해서 손에 들고 있으면 간지럽고 쾌락을 느낀다. 이걸 테이블, 유리 등 속이 빈 데 아무 데나 놓으면 소리가 커진다. 물체마다 소리가 다른 것도 재밌다. 공간감에 큰 욕심이 없다면 블루투스 스피커를 대체해서 쓰는 것도 괜찮겠다.

전작들처럼 하이파이 쿼드 댁(Hi-Fi Quad DAC)을 욱여넣었다. DAC는 디지털(음원)을 아날로그(소리)로 전환할 때 쓰는 장치다. 모든 폰에 달려있다는 의미. 댁이 네 개 들으면 오류의 파동 진폭이 줄어든다. 소리는 파동이라 진폭이 있는데, 소리와 노이즈(오류)를 구분해 노이즈만을 줄이는 것이다. 원음에 가까워지려는 시도다. 만약 오류 하나도 없이 아날로그 음원을 그대로 듣고 싶으면 LP를 갖고 다니거나 밴드, 래퍼를 데리고 다니면 된다.

 *소리를 켜주시기 바랍니다. 클 수록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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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자체는 확실히 웅장하다. 번들인 쿼드비트도 괜찮다. 문제는 저가형 이어폰에선 쿼드 댁의 진가가 잘 안 나온다는 것이다. 좋은 음원, 좋은 헤드폰을 구비해야 진가가 나온다. 물론 이어폰을 꽂은 상태에서 쿼드댁 기능을 켰다 껐다 하면 뭔가가 느껴지긴 한다. 자랑을 하고 싶다는 욕망이 느껴진다. 오디오 매니아가 아니라면,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으로 말하긴 하는데 정작 본인은 잘 알아채기 힘든 기능이다. 공간감을 주는 DTS:X 기능도 쉽게 끄고 킬 수 있다. 실은 쿼드 댁보다는 오디오 세팅이 더 큰 매력인듯한데 자랑용으로 못 써서 그런지 영 홍보를 하지 않는다.

만약 스트리밍 사이트가 아닌 음원 파일을 핸드폰에 넣어서 재생한다고 하면 ‘플래시 라이트’ 기능을 실행할 수 있다. 음악에 맞춰 플래시가 번쩍거리는 기능이다. 별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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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왠지 LG답게 자신감 없는 외모에 엉뚱한 홍보들을 하는 점잖은 폰같은 느낌이다. 실은 제정신인가 싶은 기능들이 많다. 붐박스스피커와 플래시라이트, 화면 부스트, AI 카메라 등은 점잖다기보다 파괴적이며 마성적인 기능들이다. 원래 프론트맨이나 헤드라이너(잘나가는 친구들)이 아닌 언더독(좀 덜 나가는 친구들)은 스펙으로 싸우면 안 된다. 스웩으로 싸워야 한다. 스펙으로 어차피 승부가 안되니 멋과 취향을 두들겨 패야 한다는 의미다(그래서 V시리즈가 나왔겠지만 V시리즈는 수트입고 팔 걷어부친 X세대가 젊은 척 하는 느낌이다 제발 팔좀 걷지 마라). G7은 이러한 포인트들을 잘 공략해놓은 좀 좋은 집안의 안되는 자녀 같은 느낌인데, 스눕독이나 에미넴, 혁오나 국카스텐이 언더독 시절 보여주던 서슬 퍼런 눈빛은 없고 프론트맨 따라가려 예쁜 수트를 입은 모습이다. 어차피 다들 갤럭시나 아이폰 산다는데 쓸데없는 유원지 헬륨 풍선 색 같은 거 만들지 말고 야수 같은 눈빛으로 바라보길 기원한다.

놀이공원 헬륨풍선 룩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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