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사람 김봉진, 제주 스타트업 만나다

육지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섬사람이다. 주중엔 서울에서 일하고 주말엔 제주에서 가족과 평화로운 한때를 보낸다. 제주 사람이 된 지 일 년 하고 반 만에 김 대표가 제주의 스타트업들과 만났다. 지난 24일 카카오 스페이스닷원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 제주아카데미’에서다.

우아한형제들은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한다. 육지 사람들이 최소한 이름이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성공 스타트업이다. 지난해 거래대금 3조원, 매출 1600억원을 기록했다. 우아한형제들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배달음식을 자주 시켜 먹는 젊은 세대의 감성을 제대로 공략한 후부터다. 스마트폰 바로결제와 키치한 B급 유머 마케팅 전략의 힘이 컸다. 이 배경에는 디자이너 출신 경영자라는 독특한 이력의 김봉진 대표가 있다.

김 대표가 제주 스타트업을 만난 자리에서 꺼낸 이야기를, 김 대표가 전하는 창업 성공 조언 7가지로 재구성해 전달한다. 메시지를 7개로 뽑아 정리한 것은 기자지만, 각 메시지에 달린 발언은 김 대표가 직접 한 것이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하나. 가장 가까운 사람과 창업하라

“우아한형제들은 나의 형과 내게 담배를 가르쳐 준 중학교 때 친구, 그리고 10년이나 같이 일했던 직장 동료와 그의 동료가 함께 만들었다. 친한 선배가 혼자 쓰던 대표이사 방을 빌려, 초기 멤버 여섯명이 서로 어깨를 부딪쳐야 일할 수 있는 좁은 공간에서 일했다. 이들은 내 고민을 오래 들어준 사람들이어서 일 년 반이 넘게 수익이 없었음에도 서로 응원하면서 그 기간을 이겨낼 수 있었다. 계약 서류로 만난 사이였다면, 힘든 기간에 서로 질책하고 싸우다 헤어졌을 것이다.”

둘. 타깃을 정확히 잡아라

“2012년 당시, 스마트폰 트래픽이 가장 높은 지역은 정자동과 한남동이었다. 네이버와 다음의 본사가 위치한 지역이다. 그다음으로 스마트폰을 많이 쓰는 곳이 강남이었다. 우선 강남만 집중해서 전단을 주웠다.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오가면서 잡상인 취급을 많이 받았다. 경비 서시는 분들께 음료수를 사드리면서 “우리 일이 성공하면 전단이 없어질 것”이라고 사업 취지를 설득하기도 했다.”

셋. 일에 우선순위를 정해라

“배달앱 운영을 위해서는 업소 정보, 메뉴, 시스템 안정성 모두 중요하다. 그렇지만 중요도에 순서는 있다. 업소 정보가 제일 먼저다. 업소 정보가 있어야 메뉴를 알 수 있고 주문이 들어온다. 모든 일이 같은 밸류로 중요하진 않다. 무엇을 가장 우선해야 하는지 그 순위를 정해야 한다.”

넷, 경쟁자를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

“네이버 출신이라 적을 잘 알고 있다. 네이버라면 (배달앱을) 알고리즘을 짜서 만들었을 거다. 그래서 우리는 전단을 다 주워서 스캔해서 넣기로 했다. 로드뷰를 보면서 어디 어디에 음식점이 있는지 확인하고 사람이 가서 전단을 수거하는 방식으로, 발로 뛰어서 앱 지도를 만드는 ‘대동여지도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다섯, 창업 초기에 열정적으로 일할 팀원을 구하라

“경쟁사가 바로 결제 시스템을 구축했을 때, 안타깝게도 우리는 그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경쟁사의 바로 결제가 더 편해 보였다. 그때 아이디어를 낸 것이 인터넷으로 주문을 받고 중간에서 우리가 전화로 매장과 연결해주자는 것이었다. 소비자 입장에선 똑같은 인터넷 주문으로 보이도록. 지금이면 불가능할 일인데, 그때는 나를 포함한 전 직원이 저녁에 전화를 받고 매장과 연결해주는 일을 했다. 창업 초기였고, 모두가 열정적이었다.”

여섯, 가능한 비용을 줄여라

“오래 버티려면 돈을 적게 써야 한다. 나가는 비용을 최소화하고 오랫동안 끌고 나갈 수 있는 구조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 무리하게 사업 서비스를 개편하다가 망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일 년 정도는 매출이 발생 안 해도 먹고 살 수 있는 구조를 어떻게든 만들어야 한다. 이왕이면 창업지원센터에 묻어가라. 카페에서 일해도 된다. 스티브 잡스가 왜 차고에서 창업했는지 이해가 간다. 임대료가 안 나가니까 끝까지 할 수 있었던 거다.”

일곱, 회사의 문화를 만들어라

“회사의 최종 목표를 묻는 말이 많아서 생각해봤다. 결국, 회사의 끝은 망하는 거다. 망하지 않은 제국, 나라는 없다. 죽지 않는 사람이 없듯이. 회사도 법인격이라, 어느 순간 사람처럼 죽을 수밖에 없다. 한 인간이 정말 잘 살려면 돈을 많이 벌거나 권력을 얻는 것보다 자기답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죽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기억해줄까를 고민하는 사람이 제대로 사는 사람이다. 사람들은 어느 기업이 망할 때 그 조직이 가진 유산, 문화를 기억한다. 우아한형제들의 자긍심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 사람들에게 ‘그 회사는 이런 걸 노력했고 이런 문화를 만들었어. 그 정신을 이어받아 우리도 그런 걸 만들고 싶어’라는 말을 듣고 싶다.”

보너스 트랙. 창업자가 아닌 정부가 해야 할 일

“개인 의견으로 한마디 보탠다. 스타트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돈이 되면 안 된다. 스타트업은 야생에서 살아남아야 할 조직이다. 어설픈 지원이 자립성을 깎아 먹기도 한다. 정말 해줘야 할 것은 규제 개선이다. 스타트업이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 잦다. 기존 조직이나 단체들의 이권 때문에 혁신이 이뤄지는 것을 방해받기도 한다. 그렇다고 스타트업이 규제를 무조건 깨부수자는 것은 아니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해결책을 같이 찾아 나갈 수 있는 소통의 장이 필요하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분명 있다. 정부가 규제 개선에 더 관심을 두고 반대편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하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김봉진 대표의 한 마디_ 

“모든 위대한 것의 시작은 별 볼 일 없었다.”

지금은 찌질해 보일지 몰라도, 버티고 키우다 보면 언젠간 해 뜰 날 있을 거란 이야기.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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