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당 갑서양]1일차- 제주에는 해녀학교가 있다

바이라인네트워크 ‘디지털 노마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5월 한 달 간 제주에 왔습니다. ‘놀당 갑서양’은 제주 방언으로 ‘놀다 가십시오’란 뜻입니다. 여기에는 한 달 간의 제주살이 뒷이야기, 혹은 독자 여러분들과 나누고픈 얘기를 매일매일 사진 일기 형식으로 적습니다. 서너줄 정도 짧은 글일 때도 있을 테고, 꽂히면 길게도 갑니다. 독자 여러분, 바이라인네트워크에 오셔서 제주 일기 읽으시고 놀당 갑서양! 

한림 귀덕리에 위치한 흑돼지 집의 2인분.

2018년 5월 2일 수요일, 날씨 강풍

이 흑돼지 집 사장님은 서울서 내려와 제주에 정착한 지 3년이 됐다. 잠깐 내려왔다가 아예 눌러 앉았다. 3년이나 사시다니, 제주가 진짜 좋은가 보죠? 물었더니 단호하게 대답한다. “제주는 한 달 살 때가 제일 좋습니다.”

가게 때문에 섬을 떠나기 어려운데, 뭍에 나가고 싶어 자주 향수병이 도진다고 했다. 가장 자유롭게 육지로 갈 수 있는 때는 제주에 손님이 제일 없는 겨울철이다. 제주살이에 가장 힘든 점은 문화시설의 부재다. 제주는 다 좋은데 놀 데가 없어, 젊은 사람들이 오래 살기는 어렵다고 덧붙이면서는,

“여기서 3년 버티면 평생 살 수 있어요.”

라고 말했다. 이 분 3년차니까 이 가게는 앞으로도 계속 운영되겠지, 제주살이나 회사생활이나 3년이 고비구나.

오늘 일기의 본론은 지금부턴데 사장님이 알려준 꿀팁이 있다. 이 근방에는 매년 6월부터 8월까지 석달간 ‘해녀학교’가 열린다. 이름은 ‘한수풀 해녀학교’다. 클래스는 ‘체험반’과 ‘양성반’ 두 가지인데, 전국 각지에서 몰려들어 입학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체험반은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고 재미도 엄청나단다. 사장님이 해녀 학교 체험반 졸업생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매년 4월 30일에 원서 마감이다. 나는 5월 2일에 이 사실을 알았다. 망했다.

해녀 체험반의 허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결석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사장님 말씀으론 한 두 번은 봐준다고 하는데, 육지에서 다니기엔 부담이 조금 있을 것도 같다. 그래도, 다녀본 이의 입장에선 강추라고 한다.

양성반은 진짜 해녀가 될 수 있는 코스인데, 자격요건이 꽤 까다롭다고 들었다. 혹시 물질에 자신 있는 분들, 그리고 주말마다 제주에 내려오시거나 장기간 제주에 머무르실 수 있는 분들, 참고하세요!

참, 돼지는 참 맛있었다.

[제주=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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