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포럼이 만들어진 것도 규제 문제가 컸다. 작은 스타트업이 시작도 전에 규제부터 걸렸다. 법보다, 그 뒤에 있는 이익집단의 입김이 크다는 걸 알았다. 우리처럼 작은 조직들은 참고 감수해야 하는 게 있었다.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안에서부터 나왔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사단법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코스포)’ 출범식에 참석,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사단법인으로 재출범하는 코스포의 초대 의장이다.

코스포는 현재 230개 스타트업이 뭉쳐 만든 이익집단이다. 각자생존하기 바쁜 스타트업이 뭉쳐 하나의 단체를 만들고,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사단법인으로 승인까지 받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국내 스타트업이 기존 산업과 힘겨루기, 법의 규제 등으로 인해 지쳐왔고, 연대의 필요성을 느꼈다는 것을 뜻한다.

김 의장은 이날 자신을 소개할 때 “천대받는 스타트업의 대표”라고 첫 마디를 떼기도 했다. 그는 “사회 갈등이 있을 때 완전히 맞는 답도, 틀린 답도 없다”며 “지금이 아니라 5년 10년 뒤 사회적으로 어느 것이 더 큰 이익을 가져오느냐를 고려하면서 결정을 해야 한다, 논리 근거를 만들자”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또 “시장이 잘 되려면 엄마들이 움직여야 한다. 그러려면 스포츠의 박찬호, 김연아처럼 영웅이 되고 부자가 된 사례가 필요하다”며 “스타트업을 했더니 잡스처럼 됐다는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사단법인 코스포의 새 대표는 오랜 기간 인터넷기업협회를 이끌면서 협회 조직과 운영에 잔뼈가 굵은 최성진 전 사무총장이 맡았다. 최성진 대표는 “스타트업 대표 단체가 되겠다는 것이 목표”라며 “규제 이슈나 법률 특허 지원, 생태계의 제도적 환경 개선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 연말까지 회원사 1000개를 모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국회에서는 김성식 4차산업혁명 특별위원회 위원장과 김병관, 송희경, 김수민 의원이 참석했다. 정부에서는 최수규 중소기업벤처부 차관과 창업벤처혁신실 석종훈 실장이 와 스타트업을 격려했다. 김병관 의원은 “국회에서 창립기념식을 하게 된 사실만으로도 우리나라 스타트업 위상이 갈수록 올라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부에서도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석종훈 실장, 김수민 의원, 한킴 알토스벤처스 대표,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대표 등은 스타트업을 상대로 자신들이 어떻게 규제 혁파와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피칭하기도 했다.

피칭에서 정부 대표로 나선 석종훈 실장은 “수요자 중심으로 정책을 단순화, 효율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에서 진행하는 창업 지원 사업이 총 60개였고 중기벤처부 것만 26개에 달해 복잡했는데 이를 11개로 통폐합하고 바우처 관련 사업을 2개 신설해 지원자들이 자신에 맞는 사업을 조금 더 알기 쉽게 찾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은 국회 대표로 피칭했다. 김 대표 스스로가 국회 입성 전 브랜딩 회사를 창업 8년간 이끈 인물이다. 김 의원은 “창업가에게 법은 사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어야 하는데 대한민국에서 규제와 법은 오히려 혼란과 불예측성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급격한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이 오히려 부작용을 이끌어 올 수 있다는 문제도 함께 제기했다. 행정부가 시행령을 결정하는 순간 본래 취지와 다르게 보수적인 법 설계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창업가들이 규제 결과를 예측하고 목록화하고 계량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네거티브 규제가 결정되는 과정에서 참여와 투명성 확보가 필요하다”며 “그것이 민간 전문가와 시민의 참여가 필수적인 이유”라고 말했다.

자본의 힘은 셌다. 벤처투자가(VC) 측 주자로 나선 알토스벤처스 한 킴 대표는 이들의 피칭을 평가하는 스타트업들로부터 꽤 큰 환영을 받았다. 한 킴 대표는 “한국에서 이미 쿠팡, 블루홀 우아한형제들 등 3개의 유니콘이 나왔다”며 “12개월 안에 비바리퍼블리카, 하이퍼커넥트, 직방‘ 등 세 군데가 유니콘으로 들어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킴 대표는 국내서 창업하는 이들, 또는 주변인들이 갖는 대표적 편견 두 개를 지적했다. 첫째는 ‘국내 시장은 작아서 안 된다’이며 둘째는 ‘한국기업은 세계에 나가서도 어려울 것이다’라는 것. 그는 “굉장히 많은 (국내) 스타트업이 잘 하는 것이 보인다”며 “한국에서도 세계 최고 가는 기업이 나오게 도움을 주자고 하는게 우리 내부적으로 늘 하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규제가 없어지면 더 큰 성공 스타트업이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는 “어떻게 보면 이런 환경에서도 스타트업이 이런 실적을 낼 수 있으면 어마어마한 창업자들이 한국에 있는 것 같다”며 “여러 규제가 있지만 이것들이 하나씩 차근 차근 없어지기 시작하면 굉장한 회사들이 훨씬 많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다”고도 덧붙였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스타트업 대표 단체의 한 명으로 이 자리에 섰다. 임 대표는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초기 투자는 많지만, 2014년에 옐로 모바일, 쿠팡 등이 나온 이후로 유니콘이 없다”면서 “4차 산업혁명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기술 성장이 더디다. 민간 주도형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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