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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여민수 대표와 점심식사를 했다

카카오 조수용(왼쪽) 여민수(오른쪽) 공동대표

지난 3월 27일 카카오의 조수용·여민수 공동대표가 취임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카카오 3기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비전을 제시하는 자리였다.

간담회가 끝나고 깜짝 이벤트가 있었다. 제비뽑기를 통해 4명을 뽑아서 두 대표와 식사자리를 갖는 이벤트였다.

내가 당첨됐다. 여민수 대표와의 식사 쿠폰이었다. 카카오와 같은 규모의 회사 대표는 기자들도 개별적으로 만날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일부 기자들로부터 부러움을 샀다.

4월 24일, 경기도 판교의 한 일식집에서 여민수 대표를 만났다. 나와 마찬가지로 제비뽑기에 당첨된 코리아헤럴드 손지영 기자도 함께였다.

정식 인터뷰나 간담회가 아니라 일반적인 식사 자리였기 때문에 체계적인 질문과 답이 오가지는 않았다. 그러나 현안에 대해 카카오의 대표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가감없이 들을 수 있는 자리였다.

식사자리에서 오간 대화의 내용을 주제별로 정리해봤다.

  1. 카카오, 블록체인에 관심이 아주아주 많다.

이날 식사자리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블록체인이었다. 카카오는 최근 블록체인 자회사를 설립하고, ‘블록체인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바 있는데, 그냥 유행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블록체인이 카카오 사업에서 우선순위가 매우 높다고 한다.

여 대표는 “카카오는 블록체인 프로토콜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토콜이란 통신규약이다. 서로 대화를 하려면 같은 통신규약을 따라야 한다. http, smtp 등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이런 것들이 프로토콜이다. 블록체인 프로토콜이라는 건 어떤 의미일까? 여 대표의 말을 들어보자.

“블록체인 프로토콜이 뭐냐. 이더리움이나 이오스와 같은 걸 제공한다는 의미다. 인터넷 프로토콜 환경에서 돌아가는 서비스들이 구글, 페이스북, 네이버, 다음 이런 것들이다. 인터넷 시대에는 프로토콜 프로바이더는 존재감이 없었다. 위에 있는 앱들이 존재감이 많았다. 이들은 중앙집중화된 앱을 공급해서 인기를 끌었는데, 이용자는 사진이나 그림을 올려봤자 본인에게 도움되는 게 별로 없었다.

인터넷 시대는 씬(thin) 프로토콜의 시대였다. 프로토콜 자체는 미미하고, 그 위에 올라가는 앱이 팻(fat)한 상태다. 반면 블록체인은 프로토콜이 팻하고, 앱들은 씬으로 바뀌었다. 카카오는 팻한 프로토콜을 공급하고 오픈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가 직접 분산화된 앱도 공급하고, 써드파티(3rd party) 앱도 올라오도록 할 것이다.”

사실 제일 궁금한 것은 카카오가 ICO를 할지, 카카오코인이 등장할지 여부가 아닐까? 당장은 아니지만 카카오코인은 등장할 것 같다.

여 대표는 “(카카오코인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프로토콜을 만들어서 잘 돌아가게 하려면 토큰 이코노미(Token Economy)가 구성돼야 하기 때문이다. 여 대표는 “우리는 토큰 이코노미와 블록체인 플랫폼을 할 것”이라면서 “ICO나 거래소상장은 본질이 아니다”고 말했다. 어쩌면 언젠가는 카카오택시 요금을 카카오코인으로 낼 날이 올 지도 모르겠다.

  1. “드루킹 사태, 비본질적 얘기들이 섞여 있다”

최근 뜨겁게 달구는 드루킹 사태는 카카오(다음)가 직접 관계된 것은 아니다. 드루킹은 네이버를 타깃으로 했다. 다음미디어가 드루킹의 조작 대상이 되지 못했다는 사실이 역설적으로 카카오에는 슬픈 일인지도 모른다. 뉴스 시장에서 네이버에 완전히 밀렸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카카오가 직접 관계는 없지만, 포털 뉴스를 운영하는 측면에서 카카오 여 대표는 드루킹 사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댓글이 여론을 좌우하나? 그냥 재미로 보는 거 아닌가? 왜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나 모르겠다.  베댓(베스트댓글)이 내 생각에 영향을 주나? 잘 모르겠다. 댓글은 대부분 그냥 배설인 경우가 많다.

아웃링크 얘기도 하는데, 아웃링크 하면 문제 해결되나? (포털 뉴스면에서 클릭한 기사가) 인링크로 떨어지나 아웃링크로 떨어지나 무슨 차이가 있나. 비본질적인 이야기들이 섞여 있다.

포털이 인링크 하는 이유는 우리 쪽(포털)에 위치된 기사를 누르고 본 사람에게 아주 안좋은 광고가 노출돼서 안좋은 사용자 경험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안좋은 경험 때문에 인링크로 떨구는 것뿐이다. 아웃링크로 보내면 언론사들의 광고욕망이 자제가 될까? 아웃링크를 보내면 댓글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안좋은 경험도 극복도 못하는데 왜 그걸 하자고 하는지 모르겠다.”

  1. 카카오택시 스마트호출, 아직 절망은 안 한다

“1000원으로 해서 되겠어요?”

카카오택시 스마트호출 반응이 신통치 않다고 운을 떼니, 여 대표가 한 말이다. 정부의 규제에 발목이 잡혀 답답하다는 표정이었다. 국토부는 스마트호출이 1000원 정도의 콜비를 넘어서면 불허한다는 입장이다.

“부르는 사람은 변별력이 있어야 하고, 택시기사님에게 모티베이션(동기부여)도 돼야 한다. 그에 맞는 금액이 있다. 우리가 엄청 시뮬레이션을 해서 제안한 숫자(금액)이 있는데… 지금은 사용자 입장에서는 스마트호출 불러도 택시 안 오고, 기사님 입장에서는 안 가도 그만인 상태다.

즉시배차, 이것도 정말 훌륭한 서비스다. (즉시 배차는 5000원 정도의 금액을 더 내면 무조건 배차가 되는 서비스인데, 국토부의 불허로 출시하지 못했다.) 즉시배차는 급할 때 택시가 바로 온다. 매일 부르는 것도 아니고, 모든 사람이 다 쓰라는 것도 아니고, 급하신 분들만 필요하실 때 쓰라는 거다. 롯데월드에도 패스트트랙이 있는데…”

여 대표가 국토부 규제에 절망에만 빠져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지방자치단체에 기대를 하는 듯 보였다. 지자체들이 택시 요금 정책을 정하는데, 일부 지자체가 카카오의 안을 받아주길 기대하는 것이다. 한 지자체에서 시도를 하면 스마트 호출의 효율성이 증명되고, 다른 지자체까지 확산될 것으로 기대했다.

  1. 카카오톡, 생활정보 플랫폼으로

‘임기 동안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여 대표는 “카카오톡을 생활형 플랫폼으로 깊게 자리매김 하고 싶다”고 말했다.

‘위챗처럼 되고 싶다는 건가’라는 추가 질문을 던졌다. 여 대표는 “위챗이 그런가? 그렇다면 위챗처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생활형 플랫폼이란 무엇일까? 여 대표는 행정 서비스를 예로 들었다. 카카오톡으로 주민등록등본이나 가족관계증명서를 떼고, 유치원 알림장이 카카오톡으로 오는 것이다.

  1. 그밖의 이야기들

이 외에도 여러가지 대화가 오갔다. 예를 들어 여 대표는 카카오의 일부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한다.

“솔직히 커머스는 우리가 물건 진열해서 파는 그런 거는 아닌거 같다. 우리가 지마켓과 경쟁해서 뭐하나. 그건 아닌 거 같다.  카카오 주문하기도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에 보내주면 되는데, 우리가 막 피자를 보여줄 필요가 있나. (사내에서) 소수의 주장이다. (웃음)”

여 대표는 일주일에 3일 정도 아침 수영을 한다고 한다. 과거에는 웨이트도 많이 했다고 한다. 딱 보기에도 운동을 많이 한 몸이다.

식사를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마지막 질문을 던져봤다.

“네이버에 노동조합이 생겼는데, 카카오도 생길까요?

“생기겠죠, 뭐”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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