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늘 광고를 잘해왔지만 이번 광고는 예술의 영역으로 진입했다. 동시에 현명하기도 하다. 이 천재적인 광고의 감독은 바로 ‘그녀(Her)’의 스파이크 존즈(Spike Jonze). 스파이크 존즈는 주로 뮤직비디오를 찍는 감독이지만, 그녀, 존 말코비치 되기(Being John Malkovich) 등 장편과 단편 영화도 찍는다. 특기는 섬세한 터치와 공간 디자인, 색감 등이다. 즉, 화면을 어떻게 구성해야 아름다운지를 매우 잘 안다. 예를 들어 핫핑크 컬러에 얼굴을 얹은 포스터를 보면 누구든 ‘그녀’의 포스터임을 인지한다. 포스터의 강렬함이 뇌리에 확실히 각인된 것이다. 정지된 사물 외에도 화면 전체를 아름답게 꾸밀 수 있는 감독이다. 서사를 이끌고 가는 방식도 매우 섬세해서, ‘인공지능과 연애한다’는 코웃음 칠만한 스토리를 애절하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만들었다.

사실 스파이크 존즈는 가끔 연기도 한다. 영화 ‘쓰리 킹스’에서는 조연을 소화했고, ‘머니볼’,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등 흥행한 영화에도 출연했다.

놀랍게도 10,000달러 주식을 팔아오면 디카프리오에게 그것을 해주겠다고 했던 그 남자가 스파이크 존즈다

스파이크 존즈는 대부분의 작업을 훌륭하게 하지만, 가끔 광고에서 괴력을 발휘한다. 2016년 겐조의 새 향수 캠페인이었던 ‘KENZO World – The new fragrance’ 영상을 보자..

미국 배우 마거릿 퀄리(Margaret Qualley, @margaretqualley)가 주인공으로 참여한 캠페인 주제는 ‘열정’이다. 스파이크 존즈가 밝힌 내면의 열정 외에도 저항, 에너지,  독창성 등이 느껴진다. 퀄리의 연기도 연기지만 음악과 영상미, 연출 모두에서 굉장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해당 광고는 2017년 칸 라이언즈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흔히 말하는 칸 국제광고제)에서 티타늄 라이언, 골든 라이언(금상), 실버, 브론즈를 포함 총 8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홈팟은 이렇게 거대한 마이크에서 봉 부분을 떼버린 것처럼 생겼다. 실제로 거대한 마이크다

홈팟의 광고 구성도 겐조 월드의 것과 비슷하다. 일상에서 지친 여성이 자신만의 공간에 진입해 에너지를 폭발시킨다. 영상의 주인공은 FKA 트윅스(FKA Twigs, @fkatwigs)이며 가수이자 댄서, 싱어송라이터다. 마거릿 퀄리의 정제되지 않은 댄스와는 달리 완벽하게 조정된 춤으로 완벽한 싱글 생활과 휴식을 표현한다(홈팟의 첫 번째 코어 타깃이 싱글 가정임을 알 수 있다). 다른 스피커가 편의성(인공지능)을 내세우는 것과 달리, 스피커 고유의 성능을 정체성을 내세우는 홈팟의 음악이 등장하자, 집은 무대로 변하고 벽면의 시공간이 늘어나며 이공간으로 진입한다. 흡사 인터스텔라를 보는 듯한 장면이다. 백미는 영상의 2:12 초 구간, 손짓으로 전등을 조절하는 모습으로, 홈팟으로 전등을 조절할 수 있을 것임을 암시한다. 애플은 자사의 스마트 가전 기능인 홈킷을 홈팟에 편입해놓았다. 2:33 초 장면도 주목해야 한다. 무대의 끝에 달린 거울에서 ‘아까 그 지친 자신’을 발견한 주인공은 ‘스와이프’로 거울을 치워버리지만 거울은 사라지지 않고 돌아온다. 주인공은 그 자신을 내버리지 않고 핀치(두 손가락으로 확대하는 제스처)로 거울을 더 키운 뒤 자신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며 더 발전시킨다. 이쯤되면 영화인지 광고인지 헷갈린다.

밀어서 거울 해제

음악은 앤더슨 팩(Anderson .Paak, @anderson._paak)의 것을 사용했다. 앤더슨 팩의 신곡은 애플 뮤직에서만 들을 수 있다. 참고로 앤더슨 팩의 어머니는 아프리칸 아메리칸-한국인 혼혈이며 한국에서 입양돼 왔다. 앤더슨 팩은 또다시 한국인과 결혼해 아들을 낳았다. 앤더슨 팩의 아들은 얼마나 한국인인지 계산을 하다가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앤더슨 팩의 아들도 한국계다. 앤더슨 팩의 아들은 엘런 드제너러스 쇼에서 훌륭한 퍼포먼스 실력을 보인 바 있다. 아들은 2분 40초부터 등장한다.

애플 홈팟 광고는 이렇게 예술성, 다양성, 상업성을 두루 갖췄다. 물론 그렇다고 사고싶어지진 않는다. 다른 AI 스피커(아마존과 구글, 주로 $30~$80 수준)보다 너무 비싸다($349). 그리고 한국에서는 이미 무서운 맹수인 갈기 없는 숫사자가 맹활약하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