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분 최소 힙스터 교과서

 IT업계에도 힙스터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IT 쪽이라고 해서 언제까지나 ‘공돌이’라고 불릴 수는 없으니까요. 다만 패션이나 예술 쪽에 비해 단어 사용이 부적절한 면이 눈에 띕니다. 사실 진짜 힙스터에게 ‘힙스터’라고 부르면 욕이거든요. 우선 업계 친구가 많은 제 페친들에게 힙스터가 무엇인지를 물어봤습니다. 파란색(이탤릭체)는 긍정적, 빨간색(볼드)은 부정적인 의견입니다. 색을 칠하지 않은 글자는 중간이고요.

“할머니 꽃 바지를 입어도 안 구려 보이고 자기 것같이 입는 사람. 태연자약함이 스웩으로 우러나오는 사람”
“남들 눈치 안보고 자기 스타일 대로 하는 사람”
머리부터 발끝까지 50만 원 정도 썼는데 200만 원 쓴 것처럼 보이는 사람?”

“천만 영화 보고 반사적으로 구리다고 하는 사람”
“재수 없다”
“세상에 자기만 쿨한 척”
“후지고 구린 걸 일부러 함”

보시다시피 긍정적-부정적 의견이 모두 있습니다. 대립이라고 할 정도로 의견들이 서로 반대인 것도 아니고요. 이러한 인식 차가 있는 이유는 한국에서 ‘힙한 사람’과 ‘힙스터’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힙스터 개념이 먼저 등장한 서양에서는 ‘힙스터’라고 부르는 것이 욕에 가깝습니다만, 한국에 이러한 부정적인 개념은 잘 전달되지 않았죠. HIP은 ‘무엇에 대해 더 잘 아는’ 등의 형용사로 쓸 수 있습니다. 거기에 접미사 -STER는 ‘~과 관련 있는 사람, ~인 것 같은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갱과 관련 있는 음악을 갱스터라고 부르는 것처럼요. 힙스터는 그러니까 직역하면 ‘힙한 사람’과 ‘힙한 것과 관련 있는 사람’으로 해석할 수 있고, 후자가 더 서양에서 말하는 힙스터 개념과 유사합니다. 서양에서는 처음엔 좋은 의미, 나중에는 비꼬는 의미가 됐죠.

 

힙스터는 누구인가

힙스터 개념도 매년 조금씩 변하는 느낌이지만, 힙스터는 원래 1940년대 등장했던 단어입니다. 이것이 1980년대에 이르러 조금씩 의미가 변하다 2000년대에는 완전히 다른 의미로 변했습니다. 2000년대의 힙스터의 조건이 몇 개 있었습니다.

  1. 노동계급을 지지하고, 사실 노동계급을 지지하는 맥주를 마신다
  2. 환경문제에 민감하며 오가닉 식품을 주로 먹는다. 채식을 한다.
  3. 뿔테 안경, 페도라(중절모), 수염, 피어싱, 문신, 플란넬 셔츠로 치장하며 자전거를 탄다
  4. 정치적으로 진보 성향이 강하다
  5. 저항적이며 진보적이고, 비주류 예술음악을 신처럼 모신다

여기서 자전거 타면 끝입니다.

이때 힙스터로 불리는 이들은 저 규칙들을 충실히 따르는 동시에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의 선긋기를 즐겼습니다. ‘내 취향은 남다르다’며 다른 이의 취향을 무시하곤 했죠. 그래서 이들을 지칭하는 단어가 비꼬는 의미가 된 것입니다.  통속적으로 말하지 않는 제가 파악한 힙스터 성향은 이렇습니다.

  1. 마이너리티를 추구하지만 유행에 민감(이효리-제주도 이주 열풍)
  2. 힙합-일렉트로닉-인디밴드 파로 나뉘어 있고 서로를 인정하지 않음
  3. 나만의 것을 추구하지만 나이키 신음
  4. 힙한 곳을 찾아다니지만 남들이 가 보는 곳에 감(예: 대림창고)

등입니다. 나쁜 의미같지만 실제로 나쁜 의미는 아닙니다. 마이너리티를 추구하거나 듣는 음악이 있다는 건 취향이 확실하다는 의미고, 외모를 남 따라 꾸미는 경향이 있지만 멋이 없는 건 아니니까요.

이 힙한 사람들은 이들을 이끌고 다니는 그 인디 뮤지션이나 예술가, 행동가들입니다. 주로 ‘비주류의 것들을 주류로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우리나라에선 밴드 혁오의 오혁, DJ 예지, 제주도 열풍을 몰고온 이효리, 지드래곤 등을 힙한 사람으로 분류할 수 있겠네요. 쉬운 이해를 위해 유명인들을 예로 들었지만,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힙한 사람들도 존재합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이 한창인, 브루클린 느낌이 나는 어느 동네. 사실 저희 집에서 찍은 겁니다.

문화 지형은 주로 힙한 사람들이 만들고-힙스터들이 따라가며-애프터 힙스터(대중)에 이르러 유행으로 변합니다. 이들이 주로 가는 힙한 지역은 애프터 힙스터에 이르면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괴물이 됩니다. 이미 국내에서도 홍대, 상수동, 합정동, 연남동, 이태원, 경리단길 등이 충실한 괴물로 성장했습니다. 다음 타깃은 문래동, 망원동, 양평 문호리 정도가 아닐까요.

한국의 ‘King of the Youth’인 밴드 혁오와 오혁(두 번째, 출처: 공식 홈페이지)

 

힙한 사람의 정의는 한 문장으로만 내릴 수 없지만, 제가 파악한 내용은요.

  1. 비주류의 것들을 주류로 만들 수 있는
  2. 환경 문제, 소외된 사람 등을 해결하려는 공존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3. 기존에 없던 방식으로 사업, 예술 등을 하는 사람
  4. 오래된 방식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주류로 끌어내는 사람
  5. 믹스앤매치 패션에 능하며 비주류 패션을 끌어올릴 수 있는 패셔니스타
  6. 남들의 시선에 큰 관심을 갖지 않으며 아무 의미 없이 행동하는 사람

등입니다. 그럼 IT 업계에 힙한 사람은 누가 있을까요? ‘없던 것을 새롭게’, ‘오래된 방식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의미로 보면 상당히 많은 스타트업을 들 수 있겠는데요. 이 중 최고를 꼽자면 최근에 100억 원 기부를 약속하고 일부를 실행에 옮긴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를 꼽고 싶습니다.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그것도 잘 준다는 의미에서 네이버 창업자인 김정호 베어배터 대표를 꼽을 수도 있겠네요. 우아한형제들에서는 한명수 이사도 꼽을 수 있습니다. 업적도 유명하지만 외모가 힙합니다.

이외에도 페인킬러형 서비스인 야놀자 이수진 대표, 토스 이승준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등을 꼽겠습니다.

한명수 이사는 무한도전에 출연한 적도 있습니다.

 

외모에도 치중해 보겠습니다. 외모나 라이프스타일에서 힙한 사람은 (제가 아는 한) 20대~30대 초반에 많습니다. 이유는 힙하다는 개념이 한국에 들어온지 약 10년쯤 됐고, 저 나이의 분들이 그 개념을 배워서 아는 것보다 체득하며 살아왔던 세대기 때문입니다. 일단 배워서 열심히 공부해서 알면 힙한 느낌이 안 납니다. 제가 아는 바로는 이한결 라인+ 개발자, 조은 네이버 개발자, 차태현 우아한형제들 디자이너, 정원희 트레바리 개발자 및 디자이너 정도. 윤자영 스타일쉐어 대표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제가 아는 분이 아니지만 유니온풀 성시호 대표와 양새로훈 백엔드 엔지니어, NC/EA 등 게임사 출신이자 프리랜서 개발자/디자이너인 서영아 트위치 스트리머 등도 추천받았습니다.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지만 ‘외모에 한해서’라면 모두 인정합니다. 실제로도 외모와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힙한 것은 외모보다 태도의 문제이며, 이 태도나 생각이 외모에 비치고 서비스에도 나타나는 것이니까요.

짧은 머리, 수염, 타투, 티셔츠, 안경 모두 힙했던 이한결 씨, 요즘은 머리를 길러서 모범생으로 변했습니다.

 

굉장한 수염, 안경, 후디 등 샌프란시스코 힙스터 같은 조은 씨는 사실 그냥 한국인입니다. 삶을 대하는 자세가 힙합니다.

 

바이라인 네트워크의 힙한 사람 발굴은 이제 시작이니 이곳에 언급되지 않았다고 너무 서운해하시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정기적으로는 내년 이맘때, 비정기적으로 꾸준히 외면과 내면 모두 힙한 사람들과 기업들을 발굴해내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고안한 힙스터 판별법 알려드립니다.

“너 힙스터지?”→기분 좋아함→힙스터 아님

“너 힙스터지?”→기분 나빠함→힙스터

“너 힙스터지?”→”그게 뭔데?”→힙스터 모르는 사람

“너 힙스터지?”→”힙스터 말고 랍스터는 어때? 고스터바스터는?”→도망치세요!

*기사 작성을 도와주신 페이스북 유저 표범, 신동윤, 윤수영, Chloe Park, Luke Nah, Snow Beck, 박리세윤, Yi Chang-min, 이연경, You ra, 수진배, 안제원, 백승호, 심정하, Fark Oh, 김춘식, 민서영, 송하선, Byeong Chan Choi, Jieun Im, 황덕현, Sun An, Hannie Kim, 여현준, 김기태, Da Cha, Soom Park, 조수연, 익명 응답자 20명 감사드립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