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진, 조금은 낯선 경영자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지난 주,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의 기사가 많았다. 그가 사재 50억원을 털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고, 개인으로는 최고액이라는 미담부터, 그의 철학이 반영된 회사 사무공간이 혁신성을 평가 받아 세계 3대 디자인상인 ‘iF 디자인 어워드’ 위너가 됐다는 보도에, 그가 쓴 도서 가이드 ‘책 잘 읽는 방법’이 출간됐다는 소식까지.

김봉진 대표의 행보는 낯설다. 지금까지 우리가 본 인터넷 기업의 대표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이해진, 김정주, 김범수, 김택진 등 인터넷 벤처 1세대 기업가들은 스스로를 외부에 노출시키는 것을 꺼려했다. 이들은 자신이 설립한 기업을 성공시키는 데에만 모든 열정을 쏟아부었다. 이 때문에 ‘은둔의 경영자’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김 대표가 이들과 다른 점은 어디에서 시작될까?

그는 부유한 가정 환경에서 자라지도 않았고, 서울대나 카이스트에서 컴퓨터 공학이나 MBA를 전공하지도 않았다. 그는 IT 업계 CEO로는 특이하게 디자이너 출신이다. 그가 최근 출간한 ‘책 잘 읽는 방법’에서 그는 디자인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여기서 디자인은, 남들에게 보여지는 자신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도 포함된다.

사재를 턴 기부는 어쩌면 이를 위한 행동이다. 배달의 민족이 꽤 큰 성공을 거뒀지만, 그렇다고 우아한형제들이 엄청난 대기업이 된 것도 아니다. 아직까지는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스타트업에 불과한데 선뜻 100억원 기부를 약속했고, 그 중 절반을 이미 실천했다. 이 돈은 앞으로 5년간 장학금 지원과 청소년 정서지원 사업 등에 쓰인다. 50억원 사재 쾌척은 웬만한 재벌도 쉽게 하지 못하는 일이다. 그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최고액을 낸 기업인은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으로, 41억원을 썼다.

남들이 꺼리는 스타트업 협회 의장직도 -몇번의 고사는 했지만 결국- 수락했다. 그는 재작년 설립한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의 초대 의장이다. 솔직히 말해 아직 자리도 잡히지 않은 협회 대표는 어지간히 잘해봐야 본전에 그칠 확률이 큰 자리다. 정부에 대고 쓴 소리도 해야 하는 지라 괜히 높은 사람(?)에게 밉보일 수 있다는 부담감도 있다. 회사 이익에 도움도 크게 되진 않는다. 차라리 그 시간에 회사 일에 신경 쓰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주변 조언도 있었다.

“회원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목소리를 내고 하면 좀 개선되는 부분도 있고 해야 하는데 너무 안 바뀌니까 지치기도 하고, 그래도 마지막까지 열심히 해야죠.”

스스로를 ‘소명의식’으로 포장하지도 않는다. 힘든 부분에 있어서 비교적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는다. 김 대표는 바이라인네트워크와 서면 인터뷰에서 “노력한 만큼 많이 바뀌지 않아 개인적으로 조금 힘들다”고 말했다. 회원사 의견을 종합하는 것도 어렵지만, 이 의견을 들고 나서 정부와 기존 산업계를 설득하는 것도 녹록치 않은 일이라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기부나, 협회의 일로 얼굴을 알리는 것을 두고 자신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보통 경영자하면 좋은 대학 나와서, 외국에서도 공부하고 소위 ‘스펙’이 어마어마한 분들이 많지만, 뒤돌아보니 저의 경우에는 그런 배경 없이도 주변에서 많은 고마운 분들로부터 큰 도움을 받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큰 감사함은 말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김 대표의 독특한 점은 ‘메시지를 내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그로 인해 사회가 달라지길 희망한다.

지난달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연 강연에서 그는 ‘스타트업의 연대’를 강조했다. 그는 “사회가 발전해 온 것은 저절로 된 것이 아니라, 혁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개통 이래 수많은 IT 기업이 생겨났고, 걔중에는 준재벌에 달하는 기업들도 탄생했지만, 앞에 나서서 ‘연대’를 말하는 기업가는 드물었다.

그가 의도했건 아니건 이런 이미지는 대중에 호감을 불러일으킨다. 솔직하면서도 사회에 책임을 다하는 리더의 이미지는 기업에 대한 신뢰를 준다. 사회에 목소리를 내는 기업가의 모습은 생경하지만 많은 이들이 기꺼이 기다렸던 것이기도 하다.

타깃팅도 정확하다. 치킨집, 분식집 같은 자영업자와 상생 문제가 나왔을 때 배달의 민족이 꺼내든 카드는 ‘수수료 0%’였다. 전단지 시장으로 평가받던 주문 배달을 ‘푸드 테크’라는 세련된 이미지로 바꿨고, 지금은 음식을 문화의 영역으로 넓히기 위해 곧 카카오 대표로 부임할 조수용 JOH 대표와 함께 잡지 브랜드 ‘매거진F’를 기획한 것도 그 노력의 일환이다.

자취생을 위한 이벤트, ‘ㅋㅋㅋ’ 모양의 얼음을 만드는 트레이를 만들어 팔거나 등의 이벤트도 한다. 2030에게 배달의민족은,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있는 기업이면서도 이용자와 소통하고 업계와 상생하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크다.

“사람들로 하여금 타인의 환심을 사기 위해 부족한 돈으로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구매하도록 설득하는 광고 디자인이야 말로 현존하는 직업 중 가장 위선적일 것이다…(중략)…모든 것이 계획되고 디자인되어야 하는 대량생산의 시대에서 디자인은 인간이 도구와 환경(더 나아가 사회와 자아)을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되어 왔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이너에게는 높은 사회적, 도덕적 책임이 요구된다. ”

오스트리아 출신 디자이너 빅터 파파넥이 쓴 ‘인간을 위한 디자인’의 서문 중 일부다. 김  대표가 자신이 최근 발간한 도서 ‘책 잘 읽는 방법’에 인용했다. 몇 년 전 내가 배달의 민족 체험기를 쓰기 위해 일일 직원으로 출근했을 때도 저 글귀가 우아한형제들 회의실에 붙어 있었다. 디자이너에게 끝없는 자아성찰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김봉진 대표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경영하는 디자이너’라고 말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디자인은 정답 자체가 존재하기 어렵다”. 또, “디자이너는 다양한 방식의 답을 낼 수 있는 존재”다. 그는 종종 자신의 역할이 ‘다양한 성공 스토리’가 나오는 밑거름이 길 바란다고 말한다. 빅터 파파넥의 저 글이, ‘경영하는 디자이너’로 스스로를 정의하는 김봉진 대표의 행동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문구가 아닐까.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email protected]



Categories: 기사, 인터뷰, 케이스스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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