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블록체인 네트워크 꿈꾸는 어큐트 앵글 PC 출시 심층취재

블록체인 기반 PC가 최초로 등장했다. 조금 의아한 이야기일 수 있다. 정확하게는 과거의 클라우드 더미 PC에 블록체인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일루미나티 전용 PC(아님)

삼각형처럼 생겨서 왠지 일루미나티 전용 PC처럼 생긴 이 컴퓨터는 암호화폐를 채굴하기에는 하드웨어 성능이 평이하다. 인텔 셀러론 N3450 쿼드코어 CPU(14nm), 클럭 속도 2.2GHz 수준이다. N3450은 100달러가 조금 넘는 저가형 CPU다. 즉, 흔히 사용하는 노트북보다도 못한 성능이다. 이걸 단독 채굴 장비로 쓰기는 무리가 아니라 아예 불가능하다. 현재 채굴 장비는 CPU 연산이 1세대->GPU 연산은 2세대, 3세대는 ASIC까지 왔다. ASIC(Application Specific Integrated Circuit)는 특정 목적을 위해 주문하는 주문형 반도체를 말한다. 현재 비트코인 채굴기 점유율이 가장 높은 비트메인이 주로 ASIC를 만든다. 2,000 달러 이상의 가격이며 그마저도 보급이 제한돼 있어 몇 배의 프리미엄을 주고 구매하는 일이 다반사다. 699달러인 어큐트 앵글 PC와 이 ASIC 채굴기가 유사한 성능이라도 낼 것은 기대할 수 없다. 숙대입구역과 실제 숙명여대 정문만큼 먼 차이다.

비트메인 ASIC 기반 채굴기

그러나 이 제품은 사실 클라우드 더미 PC인 동시에 어큐트 앵글 체인(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입장하는 입장권 역할을 하는 것이다(맥 제품이 애플 생태계에 진입하는 입장권인 것과 유사하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여러 종류가 있으나 IaaS(Infrastructure as a Service)는 원격에 있는 뛰어난 컴퓨터의 자원을 네트워크로 끌어와 사용하는 것이다. 소비자 단계에서 말하자면, 사용자는 네트워크 기능만 있는 깡통 PC에서 IaaS를 활용하면 좋은 PC를 사용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데, 실제 연산은 클라우드 서버에서 이뤄진다. 즉, 인터넷으로 클라우드 서버상의 좋은 PC를 빌려 쓰는 셈이다. 이때 깡통 PC를 더미 PC라고 한다. 아마존 웹 서비스나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등이 IaaS를 제공한다.

어큐트 앵글 PC(Acute Angle PC)는 이러한 분산 컴퓨팅 원리에 블록체인의 원리까지 도입한 것이다. 즉, 중앙의 강력한 PC 및 저장소를 끌어와 쓰는 게 아니라, 모든 사용자가 구매한 일루미나티 PC(가 아닌 어큐트 앵글 PC)가 동원된다.

PC를 팔지만 생태계에 진입하는 것이다

만약 부천에 사는 심재석 씨(가명)가 어큐트 앵글 PC를 싼 맛에 산다고 치자. 윈도우 10 홈 에디션이 깔려있으니 집을 멋있게 일루미나티 상류층이 된 것처럼 꾸미는 의도로 구매했다. 그런데 기본으로 깔려 있는 어큐트 앵글 클라우드가 있길래 저장소나 쓸 심산으로 가입을 했다. 이때부터 이 PC는 블록체인화되는 것이다. 이 PC는 분산형 클라우드를 만들기 위한 장치(네트워크 노드)가 되며, 마이크로소프트의 비싼 PC 대신 전 세계 모든 심재석 씨의 컴퓨터가 클라우드의 연산장치가 되는 것이다. 원기옥과 같은 방식이다. 이 컴퓨터는 Perosonal Computer(개인용 컴퓨터)가 아닌 People’s Computer(인민의 컴퓨터)로 불러야 할 것이다.

책상에 놓으면 이정도 느낌이다

그렇다면 채굴은 어떻게 할까. 이 PC는 채굴용이 아니다. 비트코인처럼 채굴을 해 큰 해시값을 얻어야(기여를 많이 해야) 코인을 조금씩 받는 POW(Proof of Work, 작업증명) 방식이 아니다. POW의 태생적 한계(자본이 있는 마이닝 풀이 유리함)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POS(Proof of Stake, 지분증명) 방식으로 코인을 받는다. 이더리움도 POW 방식으로 출시해 POS로의 전환을 앞두고 있다. 코인을 많이 갖고 있을수록 코인을 이자처럼 더 주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코인(Acute Angle Coin, AAC)은 어떻게 갖게 될까.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방법 외에 어큐트 앵글 PC를 산 다음 그 PC의 자원을 공유하는 것이다.

다른 채굴기들이 ‘소유자만을 위해서’ 채굴할 때, 이 PC들은 각 디바이스의 네트워크 노드, 리소스, 대역폭과 CPU를 모두 공유한다. 이 리소스 투입이 채굴에 투입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까지 업체가 밝힌 바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처럼 어큐트 앵글 파운데이션이 제공하는 IaaS에 활용된다. 그런데 아마존이나 마이크로소프트가 중앙의 좋은 PC로 IaaS를 굴린다면, 어큐트 앵글 체인은 전 세계의 어큐트 앵글 PC에서 돌아가는 것이다. 작업 내역을 블록에 새기면서.

서버 대신 전 세계 앵글 PC를 이런 용도로 쓰려고 한다

왜 이런 컴퓨터를 사면서까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진입해야 하는 걸까. 이는 블록체인의 기본 원칙(각 블록이 전 세계의 모든 기록을 담고 있으므로 속일 수가 없다)을 더 순수하고 철저하게 지키려고 하는 시도다. 하드웨어(어큐트 앵글 PC), 소프트웨어(Acute Angle Chain)를 모두 클라우드 상에서 공유해 지구에 있는 문제를 풀고, 이 문제를 통해 받은 보상을 서로 나눠 가진다는 것이다. 이들은 IaaS를 목표로 하므로 각국의 대기업이나 정부 등에게 여러분이 산 PC 대수를 근거로 들며 인프라를 이만큼 구축했다고 판매를 할 가능성이 높다. 목록에 게임도 있는 걸 보니 클라우드 전용 게임 서비스 회사에 여러분의 리소스를 판매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행사장은 쓸데없이 비장했다

 

과거 네이버가 동영상 서비스에 그리드 컴퓨팅을 도입해, 네이버 서버가 전체의 리소스를 다 제공하지 않고 사용자의 리소스를 가져다 썼다가 발각되서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어큐트 앵글 체인의 방식은 그리드 컴퓨팅과 비슷하다. 네이버 동영상과의 차이는 네이버는 소비자에게 별다른 혜택을 줄 수 없었지만, 어큐트 앵글 체인은 코인을 준다. 즉, 채굴하지 않지만 PC 리소스로 기여를 하므로 POS의 단점(갖고 있어야 이자가 크므로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아 가격변동이 적거나 없음)을 보완하고, POW의 강점(사용자 장비로 블록체인 고도화에 도움)까지 가져간다는 것이다. 이론상으로는 긍정적이다.

채굴 점수를 매기는 공식이다. POW처럼 공헌을 중요시하지만 채굴을 직접하는 건 아니다.

긍정적인 전망

도대체 블록체인이 뭐길래 지구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걸까. 예를 들어 응급 상황에서 119에 전화를 한다고 치자. 이때 통화량이 많으면 아무리 응급해도 전화를 연결할 수 없다. 그런데 여기에 전화 대신 블록체인 메시징을 한다면? 응급상황이 블록에 포함됐을 때 블록을 가진 모두가 응급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을 구축해나가자는 의미다. 블록체인과는 무관하지만 사회 인프라를 민자에 판매하는 경우도 있으니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사지 못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민자 인프라는 민자 고속도로. 별개로 IaaS 서비스를 통해 수익창출도 해낸다는 점에서 코인의 안정성이 보장될 것만 같은 장밋빛 미래가 언뜻 보인다. IaaS로는 현재 저장소, 컴퓨팅, CDN 게임 등을 제공한다고. 만약 이러한 종류의 블록체인 네트워크-클라우드-코인 생태계가 성공할 경우 웹 시장은 다른 국면에 진입한다. 블록체인의 장점 그대로.

행사장에 연예인(드림캐처)이 온다는 것부터 뭔가 의심스럽다

부정적인 전망

이 원스톱 블록체인 시스템(PC, 체인, 코인)은 필연적으로 ‘이 PC가 많이 팔리고, 그래서 블록체인이 많이 돌아가고 있고, 그래서 코인 값이 올라야’ 유지 가능하다. 몇가지 의구심이 든다.

  1. 특정 블록체인 네트워크(앵글 클라우드)에 들어가는 것 외에는 PC를 살만한 유인이 없다. 일루미나티가 아니라면 말이다(눈 모양 각인서비스 하길). 같은 이유로 PC를 사지 않아도 체인에 들어가는 우회적인 방법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의심도 든다.
  2. PC 리소스를 쓰는데, 개인정보 유출을 어떻게 막을 것이며, PC 리소스를 이론에서처럼 공평하게 쓸 것인가, 혹은 제작사를 위해 몰래 더 쓰지는 않을까하는 의심도 든다.
  3. 초기 코인값이 저점을 맴돌 경우 코인값 보장은 어떻게 할 것인가.
  4. 백서를 보면 1분기에 AAC 1.25억 개, 2~3분기에 0.625억 개, 4분기부터는 배포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용자가 PC를 살 수 있는 시기는 4월, 즉 2분기부터다. 다단계 성이 있는 POS 분배 방식에서 한국 소비자는 이미 뒤쳐졌다. 한국 론칭 이유는 간단하게 생각해봐도 한국의 뛰어난 브로드밴드망을 쓰기 위해서인데도 말이다. 백서에도 네트워크 제공량에 따른 보상이 있다. 과연 그렇다면 망 제공자(통신사)들은 가만히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발생한다.
  5. 스타 마케팅이 심하다. 드림캐처가 오고, 달샤벳 우희가 참여하며, 가수 비가 모델인 상황을 보며 모 행사 참여자는 ‘빈센트 앤 코 시계 브랜드 사기사건’이 떠오른다고 했다. 해외에서는 IT 업계 행사에도 스타 마케팅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므로 속단하기 어렵긴 하다.
가수 비가 메인모델이다. 행사 참여가 예정돼 있었으나 불발됐다.
AAC 코인 배포 계획인데 2분기부터 구매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PC 판매가 더딜 경우 에어드롭(초기 거래량 확보를 위해 코인을 무료로 지급하는 것)이 난무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같은 문제에 제작사도 특별한 답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아직 네트워크를 제대로 시작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청사진대로만 간다면 ‘이론적이며 훌륭한’. ‘탈 중앙화적인’, ‘그런데 우리한테만 좋은’, 21세기적인 훌륭하고 완전무결한 님비 집단이 탄생하는 것이다.

어큐트 앵글 PC에 대한 정보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운영계획이 담긴 백서도 다운받을 수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관련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