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재석의 입장] 에어비앤비와 레진코믹스의 위기 대처법

2011년 6월 EJ라는 아이디의 여성이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자신의 집을 에어비앤비에 내놨었는데 투숙객들이 집을 엉망으로 만든 것이다. 단순히 어지럽힌 것이 아니라 집을 거의 망가뜨렸다. EJ는 이메일로 에어비앤비에 이 사실을 알렸으나, 적절한 피드백을 받지 못했다.

이 사건이 언론에 알려지자 에어비앤비는 큰 위기를 맞았다. 언론에서는 에어비앤비 호스트의 위험성을 대서특필했다. 에어비앤비에 집을 내놓는 것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퍼지면, 아무도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 에어비앤비라는 플랫폼이 무너지게 된다.

에어비앤비는 초기에 위기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이 EJ에게 연락해 글을 내려줄 것을 요구했고,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큰 위기에 빠졌다.

그러나 에어비앤비는 이 사건으로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에어비앤비 생태계를 튼튼히 하는 좋은 계기가 됐다. 에어비앤비 창업자들은 이 과정에서 자신들의 부족한 점을 알았고, 이를 개선했다.

에어비앤비는 EJ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했고, 그녀가 제안을 받아들여 24시간 고객 핫라인을 운영키로 했으며, 고객지원 인력을 두 배로 늘리기로 했다. 에어비앤비 호스트들은 이런 종류의 피해를 입을 경우 에어비앤비로부터 100만달러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후에도 유사한 사건이 몇차례 더 있었지만, 에어비앤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대 호텔체인을 넘어서는 기업가치를 보유한 스타트업이 됐다.

스타트업은 말 그대로 이제 시작하는 회사라는 의미다. 아직 회사로서의 골격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실수도 많이 하고, 시행착오도 많이 겪는다. 사회적으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위기를 극복해 내는 것은 회사 성장의 토대가 된다. 자신의 부족함으로 인해 고객이나 파트너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면서 스타트업은 진짜 ‘기업’으로 성장해간다.

이런 종류의 위기는 에어비앤비만 겪은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국내 회사들도 마찬가지다.

배달의민족은 최근 가맹점주가 온라인에 음식주문자의 개인정보를 노출하고 협박하는 사건이 있었다. 음식을 주문하면 식당주인에게 내 전화번호와 주소가 전달된다. 만약 식당주인이 나를 해할 마음이 있다면? 등골이 오싹해질 일이다. 이런 일이 잦아지면 이용자들은 배달의민족으로 주문하기 꺼려질 것은 분명하다.

배민은 이 위기를 큰 논란 없이 넘겼다. 음식점 주인과는 가맹계약을 끊었고, 피해자에게는 사과와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약속했다. 피해자가 원한다면 새 번호의 휴대폰과 이사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에어비앤비와 배달의민족의 위기대처법에는 공통점이 있다. 잘못을 인정하고 대책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특히 피해자의 감정을 달래는데 중점을 뒀다.

최근에는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가 비슷한 위기에 빠졌다. 그런데 레진코믹스의 방식은 앞의 사례와는 사뭇 다르다.

레진코믹스는 30일 “ 일부 작가 등에 의한 근거 없는 레진 비방 사태와 관련해, 법적 대응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두 명의 작가에게 소송을 건다는 얘기다. 이 작가들은 레진코믹스가 강성작가 블랙리스트가 있다고 시위를 벌이는 이들이다.

작가들이 스스스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고 주장하는 데에는 근거가 있다. SBS 단독보도에 따르면, 레진코믹스 사내에서 블랙리스트라고 명시된 이메일이 발견됐다. 레진코믹스 측은 그 이메일은 회사 차원의 이메일이 아니라 직원 개인이 자의적으로 작성한 것이라며,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메일에는 “레진(한희성 대표)님이 별도로 지시하신 사항”이라고 분명히 적혀 있고, ‘은송’ ‘미치’ 작가를 모든 이벤트에서 제외한다고 명시돼 있다.

블랙리스트 존재의 진위여부는 아직 단언하기 힘들다. 그러나 충분히 의심 받을 정황이다.

블랙리스트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런 이메일이 나돈다는 것은 당사자에게 큰 충격이다. 특히 실제로 그 작가들이 이벤트에서 배제 됐다면 그들이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확신하는 현 상황이 자연스럽다.

에어비앤비는 EJ의 말에 귀를 기울였고, 배달의민족은 피해자에게 최대한 보상하며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했다.

레진코믹스 블랙리스트의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다. 그러나 작가와의 법정싸움은 에어비앤비 등 선배 스타트업이 여러가지 논란과 위기를 통해 보다 성숙한 기업이 된 것과는 좀 다른 길이다. 위기관리에 성공한 스타트업은 피해자나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듣는 전략을 위했다. 그러나 레진코믹스는 법으로 작가들의 입을 막으려고 하고 있다.

앞으로 다른 작가들은 레진코믹스에 불만이 있더라도 고소당할까봐 무서워 불만을 해소하는 방식보다 다른 플랫폼으로 떠나는 선택을 할지도 모른다. 또 레진코믹스 서비스의 한 축인 작가집단 전체를 분노케 할 수도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관련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