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회화 비즈니스를 바꿀 수 있을까

지난 5일, 이원영 블루캔버스 대표가 자사 디지털 액자 신제품을 발표하면서, 자사 회화 온라인 유통 플랫폼에 합류한 예술가들의 명단을 소개하고 있다.

루브르 박물관에 가면 가장 많이 보이는 게 초상화다.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가족, 성직자, 유럽 왕가와 귀족의 얼굴이 캔버스에 가득 담겨 있다. 교회나 귀족은 예술가의 주요 후원자였다. 화가는 자신의 재능을 십분 발휘하도록 판을 깔아주는 재력가를 위해 비싼 그림을 그렸다. 진품은 오직 한 점으로, 복제품은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전통적으로 회화는 권력이나 재력을 가진 소수만 향유하며 독점해 온 영역이다.

구글에 ‘루브르 작품’을 검색하면 관련 이미지가 쏟아진다. 원본의 아우라나 물감의 세세한 질감까진 몰라도, 외젠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 어떻게 생긴 그림인지는 이제 누구나 알 수 있게 됐다. 언제든 쉽게 예술에 대한 기본 소양을 닦고 감상할 수 있는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디지털 복제가 예술의 대중화를 이끈 셈이다.

디지털이 회화 비즈니스의 문법도 바꿔놓고 있다. 미대를 졸업한(혹은 미대와 상관없는) 작가들이 매년 쏟아져 나온다. 그만큼 생산되는 작품의 수도 많아졌다. 이들이 생존하려면 소수가 독점하는 예술 시장으로는 어림도 없다. 저렴한 가격에 많은 이들이 쉽게 접근하고 구매할 수 있는 예술품이 나와야 하고, 그 시장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미술관 전시와 경매 시스템에서 신진작가와 무명작가가 생존할 수 있을까.

어려운 일이다. 공급자가 늘어나고, 이를 감당할 잠재적 수요자도 증가하는데 플랫폼만은 전통의 영역에 머무른다. 이원영 블루캠퍼스 대표는 아티스트 중 작품활동을 하는 기간 동안 전시회를 하지 못하는 비중이 98%”라고 말한다. 블루캠퍼스는 디지털 액자를 만드는 회사인데, 하드웨어 단말기 안에 그림 스토어를 만들어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직접 판매하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더 많은 작가들이 작품 활동을 하고, 관람객을 만나 구매까지 이어진다면 그 공간이 굳이 오프라인일 필요는 없다. 음악은 일찌감치 스트리밍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무손실 음원이 스트리밍으로 서비스 되면서, 그 역시 복제품인 LP나 CD 마저도 구시대의 유물이 됐다. 회화의 디지털화는 다른 예술 분야에 비하면 오히려 조금 늦은 편이다.

회화가 디지털에서 음원처럼 유통되려면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 첫째, 회화의 독특한 질감을 표현할 수 있을 만큼 디스플레이가 발전해야 한다. 둘째, 작가와 구매자가 만날 수 있는 온라인 유통 플랫폼이 생겨야 한다. 셋째, 창작자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안전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늦게라도 회화가 디지털의 영역에 들어온 것은 하드웨어의 발전으로 가능해진 것이다. 이제는 예술가가 만족할만큼 디스플레이가 원본의 색감과 질감을 표현할 수 있게 발전했다고 볼 수 있다. 디스플레이가 더 좋아질수록 디지털로 감상하는 한계를 극복하게 될 것은 분명하다.

디스플레이가 하드웨어 발전으로 구현 가능한 것이라면, 이보다 더 어려운 부분이 생태계 형성과 저작권 보호다.

결국, 더 많은 창작자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판매와 경험의 장이 열려야 한다.

블루캔버스가 내달 공개 예정인 ‘아티스트 플랫폼’은 그런 의미에서 주목할만 하다. 디지털 액자 안에서 이용자들이 원하는 작가의 작품을 유료로 구매해 와이파이로 다운로드 받거나, 혹은 스트리밍으로 대여해 전시할 수 있게 한다는 목적이다. 이 회사에 따르면, 플랫폼 테스트에 참여한 작가가 현재 200여 명에 다다른다. 작가들이 한 점의 비싼 원본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작품을 디지털화해 더 많은 이에게 값싸게 판매하는 방식을 모색하는 것이다.

작가들이 스스로 디지털 복제를 선택한 것은 저작권 보호에 대한 안전장치가 마련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먼저 디지털에 합류한 음원 시장도 불법 복제로 고역을 치뤘다. 최근엔 디지털 회화 작품 안에 블록체인 형식으로 유통 과정 정보를 입력, 불법으로 다운로드되어 전시되는 것을 막는 방법 등이 고안되고 있다.

이같은 실험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실패할 수도 있다. 그래도 의미있는 것은 작가와 작품 생태계가 새로운 출구를 온라인에서 찾고 있다는 것이며, 이 과정에서 예술이 조금 더 대중화 되고 있다는 것, 아울러 작가와 소비자가 상생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보인다는 것이다. 더 이상 예술이 누군가에 독점되지 않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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