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추적 기업이 미식 축구 경기장을 점령한 까닭

존 폴라드 지브라테크놀로지 부사장이 글로벌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사 RFID 기술 발전을 설명하고 있다.

운동선수의 삶이 더 팍팍해질 것 같다. 엔터프라이즈 데이터 수집 및 자동식별 솔루션 전문기업 지브라테크놀로지가 올해 미국 내셔널 풋볼 리그(NFL) 개막에 맞춰 경기에 쓰이는 모든 공에 전자태그(RFID) 추적 칩을 달기로 했다. 경기 내 칩 사용은 2014년부터 테스트해 온 것인데,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 경기부터 본격 도입된다.

선수들도 운동복 양 어깨와 등에 동그란 동전 모양의 추적 칩을 단다. 선수와 공의 움직임을 센서가 실시간 잡아낸다. 풋볼은 미국에서 축구나 야구보다 사랑 받는 최고 인기 종목이다.

존 폴라드 지브라테크놀로지 부사장은 27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산호세)에 위치한 이 회사 체육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센서가 초 당 25번의 라디오 신호(RF)를 보내면 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전송받아 선수의 상태와 움직임을 분석한다”고 추적 시스템을 설명했다.

축구공에 칩을 집어 넣기 위해 지브라는 스포츠 용품 업체 윌슨과 손잡았다. 칩의 무게는 4g 정도로, 축구공 무게의 1백분의 1 수준이다. 이 작은 칩이 공과 선수들의 움직임을 모두 읽어내 데이터로 전송한다.

존 부사장은 “스포츠 리그가 점점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어 코치가 선수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한다”며 “TV 방송사도 이기술을 활용하면 복잡한 게임을 더 잘 설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브라는 올해 리그에 인텔과 팀을 이뤄 11개 경기장에 38대 카메라를 설치, TV 카메라가 방송할 수 없는 360도 장면을 송출키로 했다. 관객들이 집에서 치맥을 먹으면서 경기를 뛰는 선수 중 누가 전력질주하는지, 아니면 슬럼프인지 실시간 확인하는 시대가 열렸다.

지브라테크놀로지라는 이름은 국내 소비자들엔 낯설 수 있겠다.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B2B 기업인데다, 주로 판매하는 제품이 RFID, 산업용 컴퓨터와 프린터 등 주변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것들이다.

그러나 물류에선 엄청나게 유명한 기업이다. 지난 2014년 모토로라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사업부를 34억500만 달러에 인수한 곳이 지브라다. 1969년 문을 연 이 회사는, 현재 40개국 이상의 물류창고와 컨테이너 등을 장악했다.

선수들에 적용된 기술은 스포츠에만 국한해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스포츠에 도입된 추적 기술 역시 지브라가 그동안 물류영역에서 쌓아 올린 기술 성과를 응용한 것이다. 지브라는 이 스포츠 솔루션을 건강관리, 소매업, 자산관리, 제조 및 물류 등 전 산업군을 망라해 적용하고 싶어 한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만약 관중들이 RFID 칩이 탑재된 선수들의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방문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브라는 관중들의 위치나 움직임 등의 정보를 활용, 음료나 상품을 판매하는 등 비즈니스에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업체들과 협의 중에 있다.

스포츠 솔루션처럼, 자사 기술 적용 부문 확장 차원에서 최근 지브라가 발표한 플랫폼이 ‘사바나’다.

사바나는 소매 업체, 운송 업체, 제조 업체, 병원, 스포츠 팀 등이 인공지능을 활용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시각화할 수 있도록 한다. 이 회사 70여 곳 파트너사 중 바이두 클라우드를 비롯한 5개 기업이 사바나의 얼리어답터 프로그램을 이용키로 했다.

순다 랑가나단 지브라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브라의 사바나 데이터 플랫폼의 유연함은 우리의 실시간 애플리케이션과 짝을 이뤄 차세대 엔텊라이즈 리테일 솔루션을 효율적이고 능률적으로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