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무슨 홍길동입니까? ‘3’을 ‘삼’이라고 읽지 못하고 ‘쓰리’라고 읽어야 합니까?”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트위터 올린 글입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TV토론회에서 4차 산업혁명을 강조하면서 ‘3D 프린터’를 ‘삼디 프린터’로 발음한 후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 등이 “자격없다”고 비판하자 올린 글입니다.

물론 선거과정에서의 정치공세에 불과합니다만, 3D 프린터가 어떤 상징성을 갖고 있는지 보여주는 일화입니다. 3D프린터를 모른다는 것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취지의 정치공세인 것이죠.

실제로 3D 프린터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매우 중요한 기술입니다

3D 프린터가 어느날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닙니다. 이미 30년 전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최초의 3D 프린터

3D 프린터의 아버지라 불리는 ‘척 헐’ 3D 시스템즈 창업자

그러나 지난 몇 년간 엄청난 기술적 진보를 이루면서 기술의 의미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  “거의 모든 제품의 제작 방식을 혁신할 잠재력을 가졌다”고 극찬을 할 정도입니다.

3D프린터는 캐드 소프트웨어로  설계한 물건을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실물로 만드는 프린터입니다. 액체나 분말 형태 원료를 분사해 얇은 막을 쌓아올리거나 합성수지를 깎아 모형을 제작합니다.

3D 프린터는 원래  ‘목업(Mockup)’을 쉽게 만드는 용도로 만들어졌습니다. 목업이란 실제품을 만들기 전 디자인의 검토를 위해 실물과 비슷하게 제작한 제품의 모형을 말합니다. 캐드 소프트웨어로 디자인한 제품을 실물 모양으로 빠르게 만들어 보고, 수정할 부분이 없는지 살펴보는 용도로 시작한 것이 3D 프린터입니다.그러나 3D 프린터 기술의 발전은 ‘목업’이 아니라 ‘실제품’을 만드는 수준이 됐습니다. 3D 프린터가 다양한 소재를 커버할 수 있게 됐고, 프린트 속도도 향상됐습니다.3D 프린터로 못만드는 제품이 없는 시대가 가까워 왔습니다. 권총, 신발, 항공기 부품에서 초콜릿 같은 과자까지까지 못 만드는 게 없습니다. 심지어 3D 프린터로 집도 짓고, 자동차를 만들 수도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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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터는 제품 연구개발센터에서 제품 디자인 과정에서 사용하는 기술이었는데,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앞으로는 3D프린터 자체가 생산설비 또는 공장이 될 수 있습니다.


3D 프린터의 보편화는 단순히 생산의 효율성만을 가져오지 않습니다.  현재 자본주의에 거대한 변화가 올 지도 모릅니다.

우선 생산의 민주화라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메이커스>란 책에서 3D로보틱스 대표 크리스 앤더슨은 1980년대 PC가 오늘날 온라인 분야의 ‘소통 민주화’를 이끌었듯, 3D 프린터는 제조업의 민주화를 이끌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현재는 제품 생산이 ‘
공장‘의 몫입니다. 자본을 투자해 특정 지역에 설립된 공장에서 제품이 만들어지면, 전 세계로 팔립니다. 무역과 세계화란 이런 시스템에 기반한 것입니다.

하지만 3D 프린터가 발전해 직접적으로 제품 생산을 담당할 수 있게 되고, 보편화 된다면 어디서든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됩니다. 특별한 기술이나 대형 설비, 노동력을 위한 대규모 자본투자가 없이도, 설계도만 있으면 누구든지 3D 프린터를 이용해서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미국에서만 판매하는 제품을 구매할 때 어떻게 합니까. 아마존에 가서 구매하거나 구매대행 사이트를 이용합니다. 직접 배송이 안되면 배송대행지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앞으로 3D 프린터가 더 발전한다면 이런 장면도 사라질 수 있습니다.

설계도만 있으면 가정이나 근처 3D 프린터방(?)과 같은 곳에서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가정해보죠. 수출과 수입이라는 것이 필요없어집니다. 온라인으로 필요한 제품 설계도를 구매하면, 근처 3D 프린터 생산합니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설계 디자인을 구매하는 시대를 상상할 수 있습니다.

또 3차 산업혁명까지는 소품종 대량생산이냐 다품종 소량생산이냐를 두고 논의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완전 개인화된 제품 생산이 가능합니다. 설계 데이터를 수정해서 프린터하기만 하면 되니까요.

https://youtu.be/3RucyZiPfjw

여기에 누구나 CAD와 같은 기술을 이용해 제품을 설계할 수 있다면 자급자족 시대로 되돌아갈지도 모릅니다. 가정내에서 필요한 제품을 직접 설계해 3D 프린터로 만들어 쓰는 것입니다. 최근 CAD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초등학생도 디자인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선보입니다.

3D  프린터가 보편화 되는 것과 함께 누구나 제품 설계를 할 수 있는 시대도 오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기술의 진보가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제조생산의 민주화는 곧 ‘노동의 종말’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누구나 제품을 만들 수 있다면,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는 줄어들고 우리가 일할 직장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4차 산업혁명이란 산업과 자본주의을 무너뜨리는 혁명인지도 모릅니다. 칼 마르크스에 따르면,  생산수단의 소유 여부가 계급적 기반을 이뤘는데, 3D 프린터는 생산수단을 특정 자본가가 아닌 누구나 가질 수 있게 만듭니다. 이는 자본주의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물론 제품 판매 대신 설계 저작권을 파는 산업이 커질 수 있고, 3D 프린팅을 위한 소재 산업, 서비스 산업이 발전하면서 전체적인 사회의 부(富)는 변화가 없거나 더 커질 수 있습니다.

과연 이런 기술의 발전이 우리의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 주시하면서, 대처해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