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청소기 한 번 써보실래요?”

삼성전자에서 뜬금없는 제안을 던졌습니다. ‘왜 청소기를?’ 이야기할까 싶었는데 뒤에 따르는 설명을 들으니 이유를 알겠더군요. 스마트폰으로 원격 제어할 수 있는 제품이라는 겁니다.

잠깐 설렜습니다. 올 초 삼성전자가 CES2017에서 발표했던 바로 그 제품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아마존의 알렉사와 연결되는 바로 그 경험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 제품은 아직 미국 시장에서만 접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는 아마존 에코 등 알렉사 기기가 없는 것도 한 이유입니다. 대신 삼성전자의 가전 제어 허브인 ‘스마트 홈’ 앱을 이용합니다. 접점이 다를 뿐 원격으로 제어하는 부분은 궁금하긴 했습니다. 특히 스스로 움직이는 로봇 청소기와 원격 제어는 꽤 궁합이 잘 맞아 보입니다.

삼성전자는 ‘파워봇’이라는 브랜드로 로봇 청소기를 내놓았습니다. 찾아보니 제품 종류가 꽤 많습니다. 모터 종류에 따라, 혹은 원격 제어같은 세부 요소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제가 써본 제품은 파워봇 VR7000 와이파이 모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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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청소기 믿을 수 있나요?”

자, 먼저 로봇 청소기에 대한 불신으로 이야기를 시작해 봅니다. 로봇 청소기 믿으시나요? 비슷한 질문을 더 꺼내볼까요. 식기 세척기는 어떤가요. 저는 아직도 이 기기들을 묘한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곤 합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말이지요. 가전 제품은 대체로 하기 싫은 일을 대신해 줍니다. 하지만 청소를 청소기에, 설거지를 식기 세척기에 맡기는 게 미심쩍다는 이야기지요. 그렇다면 세탁기는 어떤가요. 빨래는 당연한 듯 세탁기에 맡기지만 다른 역할은 왜 넘기지 못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파워봇 VR7000을 거실에 꺼내고 충전을 하는 동안에도 이 기기에 대한 기대들 중에서 ‘청소’는 가장 뒤에 있었습니다. 청소도 하는 원격 제어 로봇 장난감일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사실 청소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 많이 할 지도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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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를 이쯤 깔았으니 당연히 나올 이야기, 바로 청소가 잘 된다는 점입니다. 덩치가 큰 진공 청소기로 밀어도 머리카락이 남아 있게 마련인데 이 작은 청소기가 먼지를 모아야 얼마나 모으겠나 싶었지요. 그저 보조 기기의 역할 정도 외에는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싸이클론 모터니, 몇 와트로 빨아들이느니 하는 이야기는 어렵고, 일단 배터리를 이용하는 무선 청소기 수준의 흡입력은 갖고 있습니다. 대개 로봇 청소기는 흡입력이 약하기 때문에 아래에 더듬이 같은 브러시가 빙글빙글 돌면서 먼지를 모아서 거의 쓸어 담듯 작은 구멍으로 빨아들이는데 이 제품은 그 회전 브러시가 없습니다. 그냥 빨아들입니다. 구조나 방식이 그냥 일반 진공청소기와 똑같다고 보면 됩니다.

하지만 결과는 사뭇 다릅니다. 외출할 때 청소기를 돌려놓고 집에 들어오면 어딘가 조금 다릅니다. 바닥이 더 매끄럽고 깨끗합니다. 느낌이 아니라 정말 다릅니다. 파워봇 VR7000이 흡입력이 어느 정도 강한 것도 이유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청소 습관이 큰 몫을 하는 걸로 보입니다. 사람이 청소기를 밀 때는 아무래도 빠르게 움직이게 마련이고, 빈 틈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로봇청소기는 느릿느릿 움직입니다. 다른 집에서 써본 적은 없지만 25평 집을 청소하는 데 30분 정도 걸립니다. 분명 부지런히 움직이지만 집에 있으면서 청소기를 돌려두면 ‘무슨 청소를 이렇게 오래 하나’ 속이 터질 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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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서리를 만나면 청소기 맨 앞쪽의 빨간 부분이 아래로 내려오면서 벽 끝에 붙은 먼지를 긁어냅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실제 청소하는 걸 보면 꽤 기특합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먼지를 충분히 빨아들이는 듯 합니다. 사실 처음 파워봇을 돌린 뒤에 꽤 충격을 받았습니다. ‘우리 집에 먼지가 이렇게 많았나?’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정말 먼지가 한 줌 나왔습니다. 아기 때문에 집에서 쉴 새 없이 공기 청정기를 켜 두고, 매일 청소기를 돌립니다. 아이 때문에 큰 맘 먹고 구입한 다이슨 V6 청소기도 매우 만족하면서 쓰고 있었는데, 파워봇은 매일 어디선가 또 새로운 먼지를 한 움큼씩 가져옵니다.

약간 약이 올라서 다른 청소기로 청소한 뒤 로봇청소기를 다시 돌려도 마찬가지더군요. 역시 청소 습관에 문제가 있었고, 분명 로봇청소기는 사람의 부족한 부분을 잘 커버해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네, 청소는 기대 이상으로 잘 됩니다.

원격 제어 경험은 ‘필수’, 앱은 ‘아직’

이 제품에 기대했던 부분은 원격 제어에 있습니다. 파워봇 VR7000에는 무선랜 어댑터와 원격 제어 시스템이 있습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 아마존 알렉사 대신 삼성전자의 스마트 홈 앱을 이용해서 제어합니다. 원격 제어에 대한 부분은 어차피 소프트웨어 차이인데 아마존 알렉사에 대한 선택권도 주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앱은 애플 앱스토어나 안드로이드 구글 플레이에 ‘스마트 홈’을 검색하면 앱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 앱을 깔고 로봇 청소기를 집안의 무선 공유기에 연결하면 됩니다.

대체로 ‘사물인터넷’을 표방하는 기기들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인데 첫 연결이 아주 쉽지는 않습니다. 절차를 보면 스마트폰과 파워봇은 와이파이 다이렉트로 먼저 연결한 뒤 스마트폰으로 무선 공유기의 네트워크 설정 정보를 입력해주는 겁니다. 저는 그리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지만 다른 가족들에게는 조금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NFC 등으로 연결의 경험을 조금 더 간소화하거나, 다른 설정 방법을 고민해봤으면 좋았을 듯 합니다. 설명서가 조금 더 친절해지는 것도 좋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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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연결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로봇청소기를 쓰면서 겪게 되는 가장 큰 경험의 변화 중 하나는 작동중인 청소기와 사람이 마주칠 일이 없다는 점입니다. 로봇청소기에게는 오히려 사람이 곁에 있으면 더 거추장스러울 뿐입니다. 원격 제어가 있는 청소기와 없는 청소기의 경험 차이는 상당한데, 그 부분이 설명서나 제품에 아주 강하게 표현되지 않았다는 게 이상할 정도입니다. 혹시라도 브랜드나 제품을 떠나 로봇 청소기를 고려한다면 원격 제어는 청소기능 다음으로 중요한 선택 요인으로 매기는 게 좋습니다. 약간 과장하면 원격 제어가 있는 청소기와 없는 청소기는 전혀 다른 제품입니다.

스마트 홈 앱은 기기와 실시간으로 계속해서 통신을 합니다. 이 때문에 앱을 켜면 삼성의 서버를 거쳐 집의 인터넷을 통해 로봇 청소기에 연결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연결되는 시간은 꽤 됩니다. 일단 연결이 된 이후에는 대기 시간 없이 파워봇에게 계속해서 실시간으로 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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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 제어 앱은 청소기의 상태를 체크해야 할 때 계속해서 신호를 보냅니다. 청소가 끝나면 앱으로 리포트를 보내주는데, 청소를 진행한 경로를 그림으로 표시합니다. 이 외에도 전원이 꺼지거나 배터리가 부족하거나 혹시라도 어딘가에 걸리거나 센서 오류가 생기면 그 내용도 실시간으로 보내줍니다.

하지만 연결되는 동안 마냥 기다려야 하는 부분은 UX적으로 조금 손대면 좋을 듯 합니다. 청소는 명령을 말 하자마자 1~2초 안에 해결해야 하는 급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차라리 명령을 받은 뒤 연결은 백그라운드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방식도 좋을 듯 합니다. 그러니까 ‘나 일하고 있다’라고 강하게 알려주는 부분만 잘 가다듬는다면 훨씬 매끄럽게 쓸 수 있을 겁니다.

앞에서 아마존을 언급했는데, 갤럭시S8로는 비슷하게 쓸 수 있을 듯 합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8을 발표할 때 인공지능 비서 ‘빅스비’를 언급하면서 바로 이 ‘스마트 홈’과 연동을 이야기했던 바 있습니다. 빅스비와 연동이 된다면 이를 통해“파워봇에게 청소하라고 해줘”라고 말하면 직접 앱을 켜지 않아도 됩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연결 과정에 대한 불편도 꽤 줄어들겠지요. 물론 이는 앞으로 나올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에서만 가능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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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과 원격제어, 달라진 청소라는 ‘경험’

로봇 관점에서도 살펴볼까요. 파워봇 센서는 굉장히 정밀합니다. 예전에 썼던 로봇 청소기는 센서가 대부분 버튼식, 그러니까 어딘가 눌려야 했습니다. 쉴 새 없이 여기저기 벽과 가구들에 몸을 부딪쳐가면서 청소를 했습니다. 파워봇도 접점 센서가 있고 이를 꽤 많이 쓰긴 합니다. 하지만 근접 센서들도 꽤 있어서 잘 갖춰진 면이라면 부딪치기 전에 속도를 줄여서 구석에 아주 부드럽게 접근합니다. 벽 끝에 닿으면 쓰레받기처럼 길다란 고무가 나와서 구석에 있는 먼지를 끌어당겨서 빨아들이기도 합니다.

카메라도 달려 있습니다. 실제 카메라가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 확인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건 안 되더군요. 다만 삼성전자의 설명은 머신러닝처럼 청소를 할수록 집안의 구조를 학습해 청소 정밀도를 높인다고 합니다. 분명 이전에 접했던 청소기들보다 아주 공간을 예민하게 잘 인식하고, 충전기의 위치도 잘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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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것은 리모컨에 달린 ‘포인트 클리닝’입니다. 리모컨 버튼을 누르면 레이저 포인터가 나오는데 파워봇이 그 위치를 정확히 따라와서 청소를 합니다. 로봇으로서의 완성도도 꽤 높습니다. 물론 100%는 아닌데 제 경우에는 방 안에 세워둔 자전거 아래를 지나다가 페달을 인식하지 못해 청소기의 윗 부분이 긁히기도 했습니다. 청소에 영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차를 긁힌 것처럼 마음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그 부분만 빼고는 두툼한 전기장판도 잘 오르락거리고, 현관 턱에 굴러 떨어지지도 않습니다. 가면 안 되는 곳에는 빨간 테이프를 붙여두면 넘지 않습니다. 전체적으로 오류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청소기의 문제라기보다 정돈되지 않은 주변 환경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청소기가 집을 학습하는 것처럼 이용자도 원활한 청소 환경을 만드는 습관이 필요하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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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봇 VR7000을 통해 로봇 청소기를 다르게 보게 됐습니다. 개인적으로 기기를 접하는 여러가지 기준 중에 ‘습관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경험인가’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로봇 청소기는 분명 그 부분에서 변화를 주었습니다. 가족 모두가 외출할 때는 아예 바닥을 싹 치워놓고 나섭니다. 그리고 한 30분 뒤에 스마트폰으로 청소를 지시합니다. 옷을 갈아입고, 사람이 오가면서 생기는 먼지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리는 겁니다. 그리고 매번 집에 들어올 때마다 이전과 다른 마룻바닥에 묘한 쾌감을 느낍니다. 그 감정에는 내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가 섞여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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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더 많은 기기를 쓰고, 생활의 많은 부분을 가전 제품에 의지합니다. 이제는 집에서 빗자루를 들고 청소하는 일도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묘하게도 사람들은 기기를 믿지 않습니다. 식기세척기가 설거지를 제대로 할까, 혼자 움직인다는 로봇 청소기는 허투루 움직이진 않을까 하는 걱정 말이지요. 초기의 어설픈 기기들로 나쁜 경험을 가졌을 수도 있지만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인식까지 과거에 머무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제는 충분히 좋다는 말이 아깝지 않습니다. ‘원격조종 로봇’을 기대했는데 ‘청소기’를 만났달까요.

<본 기사는 삼성전자로부터 협찬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