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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석의 입장] IT는 중요하지 않은가, 중요한가

지난 2003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IT업계를 경악시키는 칼럼 하나가 출판됐습니다. HBR 전 편집장인 니콜라스 카의 “IT는 중요하지 않다(IT doesn’t matter)라는 글이었습니다.

니콜라스 카는 IT는 더이상 기업의 경쟁우위 요소가 아니라며, IT 비용을 절감하는 것에 기업들이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스크린샷 2016-10-12 11.22.36니콜라스 카는 전기의 예를 들어 설명했습니다. 산업혁명 초기 전기를 사용하는 기업과 사용하지 않는 기업은 엄청난 생산성의 차이를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이제 전기는 경쟁우위 요소가 아닙니다. 누구나 다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전기에 전략적 투자를 해서 경쟁사보다 앞서겠다고 생각하는 CEO는 없을 것입니다. 여전히 전기는 꼭 필요하지만, 가능하다면 최대한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가장 좋은 전략일 것입니다.

니콜라스 카는 IT도 마찬가지라고 봤습니다. 기업의 정보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IT를 빠르게 도입한 기업들이 경쟁우위를 가졌지만, 모두가 정보화 된 현대에 IT는 경쟁우위요소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IT를 사용하면서도, 비용을 최소화 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IT업계에는 청천벽력과 같은 주장이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신뢰도 높은 비즈니스 전문지에 이 글이 실렸으니, 그럴 법도 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당시 회장을 비롯해 HP의 칼리 피오리나 회장 등이 나서서 이 칼럼을 비판했습니다.

13년이 지난 지금 어떤까요? IT는 여전히 기업의 경쟁우위 요소일까요? 아니면 니콜라스 카의 전망처럼 전기와 같은 비용적 요소로 전락했을까요?

니콜라스 카
니콜라스 카

두 가지 관점에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 기업의 IT인프라는 니콜라스 카의 전망처럼 경쟁우위가 되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클라우드 컴퓨팅 때문이죠. 요즘 상당수의 기업들은 전기를 쓰듯 컴퓨팅 파워를 이용합니다. 스위치를 켜고 컴퓨팅 파워를 이용하다가, 필요없어지면 스위치를 끄면 됩니다. 이를 두고 IT가 유틸리티화 됐다고 표현합니다.

기업 내에 IT 관리자도 거의 필요없습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나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와 같은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면 IT관리자 한두 명이 수백, 수천대의 컴퓨터를 관리할 수 있습니다.

cloudComputing여기까지보면 니콜라스 카의 전망은 맞아들어간 듯 합니다. IT는 전기처럼 됐습니다. 고객관리 프로그램이 필요하면 세일즈포스닷컴에 가서 스위치를 켜고 사용하고, 인사관리가 필요하면 SAP나 오라클의 클라우드 스위치를 켜면 쉽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아직 많은 기업들이 ‘레거시’라 불리는 전통적인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속도가 문제일 뿐 점차 사라질 것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니콜라스 카와 정반대의 움직임도 있습니다. 바로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이라는 흐름입니다.

이는 모든 기업이 IT기업화 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보죠. 과거 자동차 회사에서 IT부서는 건물의 지하에서 정보시스템을 만들고 관리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직원들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운용하는 것이 이들의 역할이었습니다.

models_interior-medium그러나 이제 자동차 회사에서 IT는 단순히 뒷단에서 업무의 효율성 향상을 지원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습니다. 자동차 자체가 IT기기가 돼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자동차 한 대에는 ECU라 불리는 수백 개의 마이크로프로세서가 탑재됩니다. 테슬라와 같은 회사는 자동차에서 내연기관을 없애버렸습니다. 테슬라 자동차는 기계장치라기 보다는 전자제품이라고 봐야 합니다.

자동차뿐 아닙니다. 거의 모든 산업에서 이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센서 기술과 사물인터넷(IoT)의 발전은 모든 제조기업을 IT회사, 소프트웨어 회사로 바꿔놓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제조업뿐 아니라 금융, 물류, 운송, 의류, 의료 등 수 많은 산업이 IT에 의해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IT는 2003년 니콜라스 카의 전망과는 정반대로 어마어마하게 중요하게 됐습니다. 니콜라스 카는 IT를 기업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의 측면으로만 이해했는데, 현재는 IT가 기업의 업무 자체가 돼 버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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