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과 람보르기니는 왜 손을 잡았나
다산그룹이 람보르기니와 손잡고 IT 기반 럭셔리 브랜드 비즈니스를 시작한다. 다산 그룹은 9월8일 하남 스타필드 신세계몰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본격적인 사업 진출을 발표했다.
다산은 이날 저녁 판교 다산그룹 본사에서 소규모 간담회를 열고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밑그림을 소개했다. 남민우 다산그룹 회장과 이 사업을 이끄는 김태철 코라시아 대표, 그리고 브랜드를 갖고 있는 토니노 람보르기니의 페루치오 람보르기니 부사장이 참석했다.
애초 이 사업은 ‘다산그룹이 람보르기니 브랜드의 스마트폰 사업을 벌인다’고 알려졌던 부분이 있는데, 실제로 제품을 개발이나 생산하는 것은 아니고 말 그대로 브랜드 관련 사업을 하는 것이다. 코라시아는 다산그룹과 토니노 람보르기니가 IT 기반 제품을 발굴하고 유통하는 것을 목적으로 세운 다산그룹의 계열사다.
코라시아는 IT 제품을 중심으로 스마트폰을 비롯해 스마트워치, 스마트밴드 등 여러 IT 제품들을 발굴해서 토니노 람보르기니의 디자인 이미지와 브랜드를 접목한 제품을 만들어내게 된다. 제품은 주로 ODM 공급식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토니노 람보르기니는 람보르기니 가문에서 세운 브랜드 사업이다. 아우디폭스바겐그룹이 만들고 판매하는 슈퍼카 람보르기니와 관련은 있지만 사업적으로는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회사다. 토니노 람보르기니는 패션, 레스토랑, 와인, 보드카, 에너지드링크, 커피, 초콜릿 등을 벌이고 있는데 다산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각각의 파트너와 손잡고 브랜드 라이선스를 하고 있다. 다산의 코라시아는 그 중에서 IT를 전문으로 하는 파트너사다.
람보르기니의 브랜드 상품은 상당히 비싼 편이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좋은 제품을 고르고, 또 그만큼 가격도 높게 잡기 때문에 시장 자체는 작은 편이다. 토니노 람보르기니가 지난해 추진했던 ‘88타우리’ 스마트폰도 6천 달러 정도에 팔렸던 바 있다. 다산그룹이 이와 비슷한 사업을 펼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세 회사의 관계와 사업 방식 자체가 낯설다 보니 간담회에서는 비슷한 질문이 계속 반복됐다. 다산의 역할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남민우 다산그룹 회장은 제품을 생산하고 개발하는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제품을 발굴하고 기획하는 게 우리의 일입니다. 기획력이 중요하고 제품의 디자인을 이끌어서 토니노 람보르기니 브랜드의 스타일대로 시장에 가져오는 것이 중요한 일입니다. 스마트폰만 해도 국내외 제조사들과 협의 중입니다. 그렇다고 어느 한 제조사만 손잡고 가는 것도 아닙니다. 어떤 회사든지 함께 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습니다.”
국내만 바라보는 것도 아니다. 럭셔리 시장은 개별 국가로 보면 작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만만치 않은 시장이기 때문이다. 코라시아가 생각하는 셈법도 국내 뿐 아니라 제품을 하나 찾아서 세계에 유통하는 것으로 사업 규모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토니노 람보르기니는 그에 따르는 유통망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세계 시장 진출이 수월하고, 신흥 국가일수록 럭셔리 제품의 수요가 많기 때문에 시장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고 남민우 회장은 덧붙였다. 또한 김태철 코라시아 대표가 러시아에서 람보르기니와 관련된 사업을 했던 경험이 있어서 함께 다산이 사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일단 코라시아의 첫 제품은 스마트폰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완전한 계약 단계는 아니기에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는 없지만 내년 초에 람보르기니 브랜드를 단 스마트폰을 내놓을 계획이라는 것 정도다. 다산그룹은 먼저 하남 스타필드 신세계몰에 매장을 열었는데, 이 안에서는 앞으로 코라시아가 내놓을 제품들이 소개될 예정이지만 자체 제품이 없는 지금으로서는 선글래스, 헤드폰, 지갑, 와인 등 토니노 람보르기니의 제품들이 판매된다. 비슷한 방법으로 코라시아의 제품도 유통된다고 보면 된다.
국내에서는 낯선 게 이 브랜드 라이선스 사업이다. 제품이 뚜렷하지 않고, 실체가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마이바흐도 비슷한 사업을 국내에 확장할 움직임을 보였던 바 있다. 이미 포르셰 디자인같은 경우 블랙베리 스마트폰을 비롯해 선글래스, 펜 등 다양한 사업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대표적 사례다. 토니노 람보르기니는 다산이 처음 진출하는 패션, 브랜드, B2C 사업이다. 앞으로 어떤 방향성을 갖게 될지, 어떤 결과를 낼 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아직 제품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