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이해진 의장을 이해하는 키워드 셋

네이버의 일본 현지 자회사인 라인 코퍼레이션이 지난 15일 도쿄와 뉴욕 증권거래소에 동시 상장했습니다. 국내 인터넷 산업의 쾌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내 인터넷 기업이 해외의 성공을 바탕으로 해외 주식 시장에 상장한 사례는 전례가 없죠.

라인이 도쿄와 뉴욕에서 상장되던 날 네이버의 창업자인 이해진 의장은 화려한 세레모니 현장에 없었습니다. 대신 춘천에 있는 네이버 데이터센터인 ‘각’을 찾았습니다. 이날은 네이버 담당기자들이 ‘각’을 견학하는 날이었습니다. 라인 상장이라는 뚜렷한 성과를 가지고 자랑스럽게(?) 언론 앞에 서려 했던 듯 보입니다.

c8684bb2-7104-4f75-9df5-3ae0674e73b3

이해진 네이버 의장

네이버 이해진 의장은 베일에 싸인 인물입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인터넷 기업을 20년 동안 이끌고 있지만 공식석상에서 이 의장을 만날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그를 ‘은둔의 경영자’라고 부르기도 했죠.

물론 이를 적합한 표현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 의장은 어둠 속에 숨어 있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시간을 비즈니스 현장에서 보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공식 행사나 언론 앞에 잘 나타나지 않는 것뿐입니다.

반면 언론 입장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닙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인터넷 기업이자, 국내 인터넷 역사상 최초로 글로벌화에 성공한 서비스인 ‘라인’을 이끌고 있는 주인공에 대해 좀처럼 아는 바가 없습니다. 언론 입장에서 이 의장은 너무 궁금한 인물입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직 직접 1대 1 인터뷰 하거나 사석에서 대화를 나눠본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공식적인 기자간담회에서 주고받은 질의응답에 귀를 기울이는 것만으로 이 의장의 생각을 약간은 엿볼 수 있습니다. 언론 앞에 자주 등장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생각을 굳이 감추거나 애매모호한 말로 넘어가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의장이 어떤 생각과 자세로 네이버를 이끌고, 라인을 만들었는지 그 동안의 발언들로 살펴보겠습니다.

◆”두렵고 두렵고 또 두렵다”는 이 의장

이 의장은 “두렵다” 또는 “절박한 심정”이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한두 번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반복합니다. ‘두려움’은 이 의장의 인터넷 사업을 하는 기본 바탕이 되는 마음가짐인 듯 보입니다.

도대체 1조 원이 넘는 재산을 보유한 그는 무엇이 그렇게 두려울까요?

이 의장은 “지난 17년 동안 매일 아침이 두려웠다. 미국에서 새로운 기술, 새로운 서비스 나올까봐 두려웠다. 최근에는 국가의 비호를 받으며 어머어마한 규모로 성장해 글로벌 시장에 나오는 중국 기업들이 두렵다. 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두렵다”고 말합니다.

이 ‘두려움’은 이 의장을 움직이게 하는 힘입니다. 한 순간도 긴장을 풀 수 없게 만드는 것이죠.

이 의장은 몇년 전 네이버 직원들을 크게 야단친 적이 있습니다. 지난 2012년 한국경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 의장은 사내 강연에서 “’삼성에서 일하다가 편하게 지내려고 NHN으로 왔다’는 글을 보고 너무 기가 막히고 억장이 무너졌다”면서 “NHN을 ‘동네 조기축구 동호회’쯤으로 알고 다니는 직원이 적지 않다”고 질타했다고 합니다.

스크린샷 2016-07-17 11.47.34당시는 모바일 혁명이 일어나 모든 것이 변할 때입니다. 노키아, 모토로라, 닌텐도 등 글로벌 IT기업들이 한 순간에 몰락하던 시기죠.

이런 변화로 인해 네이버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 자신하기 어려웠습니다. 자신은 그토록 두려운데, 네이버를 편안한 직장으로 여기는 직원들에게 많이 서운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두려움은 ‘라인’을 성공시킨 힘이기도 합니다.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한 끝에 하나 성공한 것이 라인입니다.

이 의장은 “지금 인터넷에서 큰 회사는 미국기업 아니면 중국기업이다. 그 외 국가에서 독자적 기술이나 서비스로 살아남는 회사 없다.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새로운 시도를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절박함이 라인의 성공 배경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징검다리라도 되겠다”

신중호 라인 CGO(최고글로벌책임자)는 한때 “타도 네이버”에 앞장을 서던 인물이었습니다. 네이버의 검색 독점에 대항하기 위해 설립된 첫눈의 최고기술책임자였으니 말입니다.

그러던 그가 지금은 라인 메신저 성공의 1등 공신이 됐습니다. 첫눈이 네이버에 인수된 이후 신 CGO는 거의 일본에서 거의 상주하며 일본 시장 공략의 선봉을 이끌었습니다. 반(反) 네이버 입장에서 보면 일종의 변절이라고 볼 수도 있겠죠?

OB-ZE965_shin_G_20131008024052신 CGO는 자신이 네이버의 선봉에 선 이유에 대해 “’함께 1번 타자가 되자’는 이해진 의장의 말에 설득당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인터넷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국내 기업이 해외로 나가야 하고, 누군가 그 문을 처음 열어야 하는데 그 일을 함께 하자는 제안입니다. 이 의장은 “우리가 1번 타자가 되고, 우리가 실패하더라도 2번 타자가 나올 수 있도록 하자”면서 신 CGO를 설득했다고 합니다.

이는 이 의장이 자주 언급하는 ‘징검다리론’입니다. 라인이라는 서비스가 터지기 전 네이버는 일본에서 줄곧 실패를 반복했습니다. 계속 투자를 했지만 일본 시장의 굳은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습니다. 주주나 직원들 입장에서는 일본에서 성과없이 돈만 쏟아붓는 이 의장에 대한 의구심이 일만도 합니다.

이 때 이 의장은 직원들에게 이렇게 얘기했다고 합니다.

“내 대에는 (일본시장 개척) 잘 못할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실패하더라도 징검다리라도 되겠다”

이는 이 의장이 한국 인터넷 산업에 대해 일종의 ‘사명감’을 갖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라는 회사는 그저 하나의 사기업에 불과하지만, 한국의 인터넷 산업의 상징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인터넷 산업은 해외에서 경쟁력을 갖지 못하면, 언젠간 미국과 중국 기업에 의해 무너질 것입니다. 살아남기 위해서 누군가는 해외의 문을 열어야 합니다. 네이버가 그 일의 가장 앞장서야한다는 것이 이 의장의 신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직 실력”

“김범수 카카오 의장 주변에는 생양아치(?)부터 최고의 인재까지 모두 존재한다. 이들을 모두 포용하는 것이 김 의장의 힘이다. 반면 이해진 의장은 최고 실력자와만 함께 한다”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모두 고위임원을 경험한 한 IT관계자가 사석에서 한 평가입니다.
art_1401071555이해진 의장은 IT업계에서 다소 냉정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 관계자가 말한 ‘실력주의’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는 네이버가 사회에서 엄청난 눈초리를 받으면서도 구설수에 휘말리지 않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네이버와 계열사에는 이해진 의장 친인척이 한 명도 없습니다. 창업초기부터 그랬습니다. 별 거 아닌 듯 보이지만 국내 다른 기업들과는 사뭇 다르죠. 오로지 실력으로만 평가하는 이 의장 스타일이 반영된 것입니다.

이는 본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의장이 보유한 네이버 지분은 4.64%에 불과합니다. 주요주주인 친인척도 없습니다. 복잡한 순환출자를 통해 회사를 지배하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외부에 관계사를 만들어 일감몰아주기로 규모를 키워서 합병하는 방식으로 지분율을 높일 수도 없습니다. 라인은 100% 네이버 자회사로 시작했습니다.

그야말로 4.64%만 가지고 네이버의 경영권을 보유한 것입니다. 이는 반대로 언제든 경영권을 잃어버릴 수 있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매우 불안정한 경영권입니다.

이 의장은 이것도 실력주의로 설명합니다. 아래는 “라인 스톡옵션 받아서 네이버 지분율을 높일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이 의장의 답입니다.

“그거(스톡옵션) 판다고 네이버 지분 안정적으로 되지 않는다. 지분(돈)으로 경영권을 지키는 것은 현재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제가 밸류(가치)가 있고, 회사에 기여할 게 있으면 회사가 절 이용하는 것이고, 제가 밸류가 없고 기여를 못하면 저도 해고될 것이다. 경영권은 일을 열심히 해서 지키는 것이지, 자금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신중호 CGO는 라인의 상장 결정 이후 다소 겸연쩍어 했다고 합니다. 신 CGO가 받은 스톡옵션이 이 의장보다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본인이 라인의 성공의 1등 공신이라고 하더라도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 앞에서는 좀 겸연쩍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이 의장은 “그럴 필요 없”다면서 신 CGO보다 더 많은 스톡옵션을 받는 후배를 양성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합니다. 실력 있는 후배를 발굴해서 그에 맞는 대우를 해주라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Facebook Comments


Categories: 기사

Tags: , , , ,

댓글 남기기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