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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석의 입장] 다시 벼랑 끝 출발선에 선 ‘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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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이해진 의장

“내 시대에는 어려울 것 같다. 비록 실패하더라도 징검다리라도 되겠다”

네이버 이해진 의장이 일본 시장에서 연이어 실패했을 때 직원들에게 했다는 이야기다. 아무리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일본 시장에 대한 좌절감의 표현인 동시에, 본인이 성공하지는 못하더라도 다음 도전자를 위해 계속 두드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네이버의 일본 시장 도전 역사를 돌아보면, 이 의장의 좌절감이 이해가 된다. 그만큼 네이버는 일본에서 실패를 거듭했었다.

네이버가 일본 시장의 문을 처음 두드린 것은 2001년이다. 당시는 아직 한국에서도 1위 사업자가 되기 전인데 일본 서비스를 시작했다. 야후재팬의 장벽은 높았다. 한국의 이름없는 검색엔진을 이용하는 일본인들은 거의 없었다. 결국 2005년 일본시장에서 철수했다. 네이버재팬 사이트(www.naver.co.jp)도 폐쇄했다.

첫 번째 도전의 실패 이유는 한국에서의 성공전략을 그대로 일본에 이식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당시 네이버 검색을 책임졌던 이준호  NHN엔터테인먼트 의장은 “한국에서 네이버 검색은 기술보다 콘텐츠 확보와 운영방식에서 우위를 보이는 방식이었지만, 일본에서는 검색 기술이 중요했다”고 말한 바 있다.

첫 번째 실패 이후 이 의장과 네이버는 포기하지 않았다. 검색 기술력을 높여 일본 시장에 다시 도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검색엔진 업체 첫눈을 350억원에 인수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첫눈은 당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지도 않은 스타트업이었는데, 최고의 검색인력들이 집합해 있다는 평가를 받던 회사였다.

네이버의 첫눈 인수는 업계를 놀라게 했다. 네이버 반대자들은 첫눈이 네이버를 넘어 한국의 구글이 돼 주길 기대했는데, 네이버에 인수되자 크게 실망감을 표했다. 네이버가 위협적인 도전자를 매수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이해진 의장은 “첫눈을 인수한 것은 오로지 인재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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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호 라인 최고글로벌경영자(CGO)

당시 첫눈의 CTO였던 신중호 라인 최고글로벌경영자(CGO)는 아래와 같이 회상했다.

“이해진 의장이 거부할 수 없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네이버가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려고 하는데, 이는 한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인터넷 산업의 문제라며 함께 하자고 하더군요. 우리가 함께 1번 타자가 되자고, 우리가 안 되면 2번 타자가 나올 수 있게 하자고 저희를 설득했습니다”

결국 이 의장의 설득은 통했다. 네이버는 첫눈을 인수했고 인재들도 흡수했다. 네이버는 2009년 7 월 다시 일본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신중호 첫눈 CTO는 이해진 의장과 함께 일본 시장 공략의 선봉에 섰다. 한국식 통합검색보다 구글식 웹검색에 중점을 뒀다.

이번에는 좀 더 전략적으로 접근했다. 네이버 정리(마토메, matome.naver.jp)라는 서비스에 승부를 걸었다.한국에서 네이버 성공의 비결이 ‘지식iN’에 있었듯, 네이버 정리를 통해 눈길을 끌고 검색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복안이었다. 콘텐츠 확보를 위해 2011년에는 일본 포털사이트 라이브도어를 인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네이버라는 낯선 검색엔진에 쉽게 마음을 주지 않았다. 네이버 정리는 나쁘지 않은 성과를 냈지만, 검색 경험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 의장은 다시 좌절감을 맛보고 있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졌다. 바로 라인이다.

라인은 이 의장이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음성통화가 단절된 상태에서 트위터 등으로 안부를 주고받는 모습을 보고 NHN 재팬에 데이터 통신 기반의 스마트폰용 메신저를 개발할 것을 지시해 탄생했다.

우연한 계기로 개발된 라인은 일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대만, 태국 등의 국민메신저로 자리잡았다.

라인 주식회사는 이같은 성과를 토대로 오는 7월 15일일(미국기준 14일) 미국과 일본 주식시장에 동시에 상장한다. 한국 인터넷 기업으로서는 최초다. 이 의장이 그토록 꿈꿔왔던 글로벌 서비스가 됐음을 공식 인정받는 이벤트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미국, 일본 주식시장 상장에 기뻐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라인의 앞날이 장밋빛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라인은 정체상태다. 사용자 확장이 매우 더뎌졌다. 일본, 대만, 태국의 성공 이후 라인을 국민메신저로 사용하는 새로운 나라가 등장하지 않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늘어난 사용자는 1300만 명에 불과하다. 이전에는 한 달에 그정도 늘어났다는 점을 생각하면 1년 동안 제자리 걸음을 한 셈이다.

이 때문에 라인의 가치평가가 많이 떨어졌다. 이번에 상장되는 라인 주식회사의 기업가치는 2년 전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경쟁자는 더욱 강해졌다. 페이스북 메신저는 비슷한 기간에 3억 명의 사용자가 증가했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상장은 매우 중요하다. 라인 주식회사는 이번 상장을 통해 약 1조원의 자금을 확충할 예정인데, 이 자금이 재도약의 발판이 돼야 한다. 어쩌면 앞으로는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도 힘겨울 수도 있다.

라인의 상장은 결승점을 통과한 것이 아니라 다시 출발선에 섰음을 의미한다. 그것도 매우 벼랑끝에 몰려 있는 중이다. 페이스북에 밀려 뒷걸음을 치면 절벽 아래로 떨어진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 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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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1. 결국 검색 회사 첫눈하고 라인하고 무슨 상관이 있는 건가요? 매번 라인 이야기나올때마다 검색 기술이 뛰어났던 첫눈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걸 인수한것이 성공의 요인인가요?

    1. 안녕하세요. 라인을 만든 핵심 인력들이 첫눈 출신이라 그렇게 이야기가 나옵니다. 기사에 언급된 신중호 라인 CGO가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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