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300만원으로 세운 게임회사…버티고 버티고 버텼다”

13015412_1170654732975151_4877768640447793810_n2008년 모 게임회사에서 그래픽디자인 업무를 하던 유다엘 씨(당시 27세)는 3년간 다니던 회사에 돌연 사표를 냈다. 자신만의 게임을 개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원하는 게임을 만들려고 했더니 회사 내에서는 설득해야 하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그는 직접 게임회사를 만들어 자신이 하고 싶은 게임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유 씨는 창업이나 스타트업, 벤처캐피탈 등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었다. 그저 게임 생각밖에 없었다. 수중에 있는 돈은 퇴직금 300만원이 전부였다.

유 씨는 일단 작은 사무실 하나를 구하고 ‘다에리소프트’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그는 디자이너였기에 개발자를 고용해야 했다. 퇴직금 300만원으로 회사설립하고 사무실 구한뒤 남은 돈이 있을 리 없다. 당장 회사에 수입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월급을 줄 수도 없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해 전혀 모르는 그가 설립한 회사는 법인이 아니라 개인회사였다. 지분을 나눠줄 수도, 투자를 받을 수도 없는 회사의 형태다. (현재는 법인으로 전환했다)

545_14_11유 씨는 그래도 개발자를 뽑았다. 구인공고를 내고 면접도 봤다. 당장 월급을 줄수도 없고, 지분을 줄 수도 없지만 수익이 생기면 일정 비율로 나눠갖자고 개발자들을 설득했다. 정상적인 회사 운영의 모습이 아닌데, 의외로 의기투합하는 개발자들이 있었다.

그러나 세상 일은 의욕만으로 되지는 않는 법. 한두 달도 아니고 월급 한 푼 없는 회사에서 오래 버틸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모바일 게임이라고 해도 하루이틀만에 뚝딱 만들어 낼 수도 없고, 게임을 출시해도 그것이 수익으로 연결될지 어떨지도 모른다. 야근하는 직원들을 위해 제대로 된 밥 한끼 사줄 수 없는 회사라면 더욱 그렇다. 점심식사는 각자 도시락으로 해결했지만 저녁은 굶거나 고구마 같은 간식으로 때우고 일해야 했다.

그렇게 한두 달이 흘렀고, 1년이 넘어갔다. 버텨내는 직원들은 점차 줄어들었다. 그러나 유다엘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직원들이 대부분 떠나갔지만 그는 회사를 포기하지 않았다. 차비가 없어 걸어다니고, 식사 값이 없어 굶으면서도 게임을 만드는 것이 재미있었다고 한다.

사실 그는 어려운 생활을 버티는 일에는 이미 익숙한 사람이어서 그 시절을 이겨냈는지 모른다. 어머니, 할머니 셋이 살았던 20대 시절, 그는 뇌졸중으로 쓰러진 어머니와 아버지의 빚으로 인한 가압류 딱지를 경험했다. 군에서 제대하고 대학에 복학하지 못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도 집안 형편 때문이었다. 버티는 것에는 달인이 돼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도 버티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1년, 2년 기한이 정해져 있으면, 어떻게든 버텨낼 수 있다. 그러나 그 끝을 모르는 상황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고난이 1년이면 끝날지 10년이 지나도 빛을 보기 힘들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끝까지 버텨내는 사람은 흔치 않다. 그래도 그와 직원들은 가정에서 사용하는 컴퓨터 책상에 앉아서 고구마를 구워먹어가며 게임을 개발했다.

다에리소프트가 모바일게임을 처음 내놓은 시점은 국내에 아이폰이 들어오기 직전인 2009년이다. 때문에 처음에는 피쳐폰용 게임을 만들었다. 그러나 대기업에 게임을 납품하는 방식의 비즈니스에서 그들이 얻을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았다. 한 퍼블리셔를 통해 통신사에 게임을 공급했지만, 퍼블리셔의 사업이 잘못되는 바람에 대금을 받지 못하기도 했다.

2010년부터 스마트폰 게임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렸지만, 다에리소프트에 당장 기회가 된 것은 아니었다. 스마트폰 게임시장 초창기에는 카카오 게임에 입점하는 회사만 성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다에리소프트는 카카오의 은총(?)을 받지 못했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렸어도 다에리소프트의 버티기 모드는 지속됐다. 그래도 조금씩 매출이 나기 시작한 것은 다행이었다.

maxresdefault그러나 끝내 다에리소프트에도 영광의 순간이 찾아왔다. 모바일 게임 ‘프리스타일 야구2’가 히트를 했다. 길거리 야구라는 컨셉의 이 게임은 전 세계에서 3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물론 애니팡과 같은 초대박 게임은 아니었지만, 이 게임의 성공으로 다에리소프트는 정상적인 회사로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됐다. 다에리소프트는 현재 프리스타일 야구3 발표를 앞두고 있다.

아직 다에리소프트가 성공을 거뒀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어쩌면 유 대표의 버티기 모드는 계속 될 지도 모른다. 유 대표는 다에리소프트 게임을 대형 퍼블리셔에 공급할 계획보다는 인디게임개발사로서의 행보를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마치 메이저 기획사의 스카웃 제의를 거절하는 홍대앞 인디밴드와 같은 느낌이다.

유 대표는 “저희 게임의 운명을 다른 사람(퍼블리셔)의 손에 맡기고 싶지 않다”면서 “퍼블리셔가 판권 움켜쥐고 출시를 안하거나 좌지우지할 수도 있고, 잘 된다고 해도 저희가 퍼블리셔의 의지를 하게 될 수도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다른 인디게임개발사와의 협업에는 적극적이다. 유 대표와 다에리소프트는 인디게임개발사들끼리 각자의 장점을 모아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 움직임에 앞장 서고 있다. 기획력은 좋은 회사, 개발력이 좋은 회사, 그래픽이 좋은 회사 등 각자의 강점이 있는데 이 장점들을 모아 함께 게임을 개발하자는 것이다. 오르카스튜디오, 마프게임즈, 문틈, 버프스튜디오 등 여러 회사와 제휴를 맺고 있다.

유 대표는 “스마트폰, 카카오 등 여러 풍파가 있었고 앞으로도 중국자본 등으로 인한 새로운 풍파가 일 것”이라면서 “스스로 개발, 서비스운영 실력을 갖추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미있을 것 같아서 사업을 시작했고 지금도 재미있어서 하고 있다”면서 “돈은 게임을 개발하고 직원들 월급 줄 수 있을 정도만 벌어도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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