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환불, 왜 PG사가 책임지나?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 대금 미정산으로 인한 일명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의 여파가 계속되는 가운데 전자지급결제대행(PG) 업체들의 환불이 시작됐다. 

2일 결제 업계에 따르면, 나이스 페이먼츠와 NHN KCP, NHN페이코, 다날, 스마트로,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토스페이먼츠 등 8개 PG사들은 티몬과 위메프의 결제 취소, 환불 요청을 접수받고 있다. 

미정산 주체가 티메프이지만 PG업계가 결제 취소와 환불에 나선 것은 법적 근거 때문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에 따르면, PG사는 신용카드 회원 등이 거래 취소 또는 환불을 요구하는 경우 이에 따를 것으로 명시 되어 있다. 

금융 당국은 해당 법을 근거로 PG사에게 책임을 강요하고 있다. 티메프 사태가 벌어지자 금감원은 PG사들을 긴급 소집해 간담회를 열고 티메프 고객들의 환불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을 당부했다. 여기에 금감원은 PG사들이 티메프 결제 취소에 응하지 않을 경우 여전법 위반에 해당된다고 강조하며 PG업계를 압박하기도 했다. 

당국의 지휘 아래 지난 1일부터 티메프는 환불, 결제 취소를 위해 PG사에게 물품 배송 관련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PG사들은 물품 배송 관련 정보를 받으면 고객이 접수한 환불, 결제 취소 내역과 비교해 일치할 경우 순차적으로 환불을 해주고 있다. 

아울러 PG사가 접수받은 소비자의 환불, 결제 취소 건을 티메프로 보내 확인 요청을 하는 단계를 거친다. 중복 환불이나 허위 접수 등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다만, 여전법에 따라 PG사가 우선적으로 결제 취소, 환불을 하는 것은 신용카드 결제에 한한다. 

(이미지=금융감독원)

이때 PG사가 소비자들에게 결제취소, 환불을 해주기 위해 필요한 금액은 PG사가 떠안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결제는 고객, 카드사, PG사, 가맹점 순으로 이뤄진다. 이때 카드사는 PG사에, PG사는 가맹점에 수수료를 뗀다. PG사는 티몬, 위메프에 정산금을 이미 지급했지만, 소비자들에게 환불을 해줘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번 사태로 자본력이 약한 PG사들의 피해가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티메프 사태의 불똥이 PG 업계로 튀었다는 주장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PG 업계가 티메프를 대신해 자체 자본력으로 소비자들에게 환불을 해줘야 하는 데다가, 금융당국이 PG 업계에 대한 관리 감독 강화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PG사를 통한 결제, 정산 프로세스의 취약점을 살펴보고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즉, PG업계가 가맹점(티몬, 위메프)의 자금 건전성에 대한 모니터링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PG업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대형 가맹점, 카드사에게 PG사는 을의 입장이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PG업체 관계자는 “PG사는 가맹점 수가 많은 프랜차이즈, 카드사에게 을”이라며 “을의 입장인 만큼 현실적으로 관리 감독을 하기 어려운데 현 사태에서 책임만 떠안게 됐다”고 전했다. 

PG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PG사들이 떠안는 것에 대한 불만을 표했다. PG협회는 “PG사들은 이미 모든 돈을 티몬, 위메프에 지급했다”며 “따라서 환불, 취소는 정산금을 보유한 티몬, 위메프에서 처리하는 것이 원칙인데, 이 건에 대한 취소가 발생하면 PG사가 지급예정인 소상공인들의 정산금액에 영향을 주게 되어 PG사가 소상공인들에게 정산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제2의 티몬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티몬,위메프 사태에 대한 책임을 일방적으로 PG사로 떠넘기며 무조건적 환불, 취소를 진행하면 PG사마저 지급불능 상황에 빠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 당국은 티메프 사태로 인해 영세 PG업체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 현실적인 방안이 마련된 상황은 아니다. 업계는 티메프 사태를 포함한 과거 머지포인트 사태처럼, 미정산, 미환불 사태가 발생할 경우 가맹점에 대한 책임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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