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발전 속도가 성장 담보 못해”…기업 성패 가르는 건 비즈니스 맥락
“인공지능(AI) 발전 속도가 비즈니스 성장 속도를 담보하지는 않습니다.”
서광덕 씽킹AI 한국 지사장은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에서 열린 ‘TAS 26’ 세미나에서 AI 도입 성과가 기업 수익 창출로 직결되지 않는 현실을 짚었다. 이번 세미나는 에이전틱 그로스를 주제로 AI 에이전트 현업 적용 및 실질적 비즈니스 성과 달성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열렸다.
서 지사장은 기업의 AI 도입이 늘고 있지만, 실제 재무 성과로 이어지는 비율은 여전히 낮다고 우려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AI를 통해 영업이익 개선 효과를 거둔 기업은 37% 수준으로, AI 활용이 본격화한 1~2년 전과 비교해 성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단기간에 구축한 시범 프로젝트가 실질적인 사업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는 점도 한계로 꼽았다. 서 지사장은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의 전년도 보고서를 인용해 기업의 생성형 AI 프로젝트 중 95%가 측정 가능한 손익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매출 증대나 비용 절감으로 이어진 사례는 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전망도 언급했다. 기업의 사업 구조와 수익 창출 방식을 고려해 AI 도입 목적과 활용 전략을 구체화하는 것이 중요하며, AI 프로젝트가 명확한 사업 목표와 수익 모델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2027년 말까지 에이전틱 AI 프로젝트의 40% 이상이 중단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 지사장은 AI 프로젝트가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는 원인으로 세 가지 구조적 문제를 지목했다.
첫째는 데이터 정의와 예외 상황 처리, 사내 데이터 접근 권한 설정, 기존 시스템 연동 등 실제 운영에 필요한 준비 과정이다. 단순한 프롬프트 입력으로 시연용 프로그램을 구현하는 것과 이를 상용 서비스로 전환하는 것은 차이가 크다. 서 지사장은 “데모가 빙산의 10%라면 실제 운영은 수면 아래 나머지 90%를 다루는 일”이라며 AI가 부정확한 결과를 내놓았을 때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체계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둘째는 모델 업데이트에 따른 시스템 안정성 문제다. 사내 데이터의 의미와 분류 체계를 충분히 설계하지 않은 채 도구를 도입하면 담당자 변경이나 내부 시스템 업데이트 과정에서 기존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서 지사장은 “비즈니스 맥락이 코드와 프롬프트에 흩어져 있으면 모델을 바꿀 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개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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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는 성과 측정과 운영 책임의 부재다. AI 도입이 기업의 이익 증대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측정할 핵심성과지표(KPI)와 이를 관리할 전담 조직이 없으면 사업 성과를 입증하기 어렵고, 관련 예산도 삭감될 수 있다. 서 지사장은 “주인이 없는 AI 프로젝트 예산은 사내에서 가장 먼저 사라진다”며 프로젝트 운영과 성과 측정, 지속적인 개선을 위한 체계 마련을 강조했다.
그는 AI 프로젝트의 성과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감지·판단·실행·검증 단계가 연계돼 24시간 작동하는 폐쇄형 루프 시스템 구축을 제안했다. 폐쇄형 루프 시스템은 이상 신호를 감지해 원인을 분석하고, 조치를 실행한 뒤 결과를 검증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방식이다. 이어 실무자가 최종 방향을 설정하고 승인하면 AI 에이전트가 반복적인 세부 업무를 수행하는 구조를 통해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기업 고유의 데이터 분류 체계인 텍소노미와 비즈니스 맥락을 내부 자산으로 구축하는 작업에도 주목했다. 자체 데이터와 업무 구조를 체계화해야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거나 모델을 교체하더라도 기존 시스템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 서 지사장은 “단발성 프로젝트가 아닌 자체 자산을 쌓아야 새로운 기술 도입 시에도 흔들리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고객 데이터 등 민감한 정보의 외부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프라이빗 클라우드나 온프레미스 기반의 보안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이승주 씽킹AI 세일즈 디렉터는 데이터 분석 솔루션과 고객관계관리(CRM) 마케팅 실행 솔루션이 분리돼 발생하는 업무 비효율 사례들을 소개했다. 그는 “데이터 분석 솔루션과 CRM 마케팅 실행 솔루션의 물리적 분리가 심각한 업무 지연을 초래한다”며 타깃 고객 추출부터 캠페인 메시지 발송까지 며칠씩 걸리는 현실을 짚었다. 이 디렉터에 따르면 분석 부서가 추출한 고객군 정보를 마케팅 부서로 전달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솔루션 간 고객 식별자(ID) 매핑과 검수 작업이 필요해 발송이 지연되고 그사이 고객의 구매 관심도가 떨어진다.
이 디렉터는 수억건에 달하는 고객 행동 데이터의 적재 지연으로 발생하는 매출 손실도 문제로 꼽았다. 오전 10시 품절 상품을 조회한 고객에게 오전 11시 재입고 알림을 보내려 해도 서버의 데이터 동기화가 늦어 적시에 메시지를 발송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구매 가능성이 높은 고객을 경쟁 이커머스 플랫폼에 뺏길 수 있다.
이 디렉터는 페이지 조회수나 구매액 등 단순 지표에 의존하는 데이터 분석의 한계를 살폈다. 그는 “유저 행동을 보면 의도가 보이고, 의도가 보이면 메시지와 실험이 달라질 수 있다”며 고객의 구체적인 행동 맥락을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고객이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은 뒤 사이즈표를 확인하고 원하는 사이즈가 품절된 것을 인지해 이탈했다면, 동일 상품을 다시 추천하기보다 재입고 알림이나 유사 상품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외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확산하는 화제 상품을 분석에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도 있다. 예를 들어 두바이 초콜릿이나 한정선의 과일 찹쌀떡처럼 SNS를 통해 인기를 얻는 상품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내부 운영 지표만으로는 시장 변화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 디렉터는 “고객 체류와 상품 발견, 구매가 외부 소셜에서 먼저 일어나는데 내부 데이터만 보면 제한된 정보로 회사 운영 전략을 결정하는 셈”이라고 진단했다.
데이터 분석과 마케팅 실행을 통합해 성과를 개선한 사례로는 GC녹십자웰빙의 자회사 어니스트리를 소개했다. 어니스트리는 기존에 분산된 분석 도구를 사용해 광고 유입 수와 주문 수 등 제한된 지표만 확인할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마케팅 타깃을 설정하거나 매체별 광고 예산을 배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분석 솔루션을 도입해 광고 유입 채널부터 최종 구매까지 고객 행동 여정을 연결하고, 이를 바탕으로 마케팅 집행 효율을 개선했다.
서버 기반 대형 게임사의 사례도 소개됐다. 비밀유지계약(NDA)에 따라 기업명을 공개하지 않은 이 회사는 7개 주요 소셜 채널의 게시글과 영상, 댓글을 시간 단위로 수집해 내부 이용자 계정과 연계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디렉터는 “소셜 리스닝을 커뮤니티 전담 조직의 일상적인 매출 전략 도구로 활용해 약 2억원의 자체 시스템 개발 비용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서 지사장과 이 디렉터는 새로운 AI의 연산 속도에 집중하기보다 기업 고유의 비즈니스 맥락을 이해하고 내부 시스템에 대한 학습 속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며, AI 에이전트가 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려면 데이터 이상 탐지부터 캠페인 기획과 실행, 결과 분석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솔루션에서 실시간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서 지사장은 “시스템이 기업 고유의 맥락을 이해하고 학습하는 속도가 빨라질 때 조직 전체의 성장도 가속화된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김원민 기자>wmkim627@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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