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민 아폴로스튜디오 대표 (출처=바이라인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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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가 이해하는 게임엔진 만든다…아폴로스튜디오

AI가 콘텐츠 산업의 문법을 바꾸고 있다. 장르나 매체 같은 기존 분류로는 설명되지 않는 콘텐츠가 등장하면서, 무엇이 이용자를 붙잡아두는지가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카카오벤처스는 이 변화의 최전선에서 AI 콘텐츠 스타트업을 시드 단계부터 발굴해 투자하고 있다. 아직 지도가 그려지지 않은 이 시장에서, AI 네이티브 세대를 사로잡고 있는 스타트업들을 만나본다. [편집자 주]

[카카오벤처스 X AI 콘텐츠 스타트업 ①] 김지웅 카카오벤처스 이사
[카카오벤처스 X AI 콘텐츠 스타트업 ②] 김광민 언엑스 대표
[카카오벤처스 X AI 콘텐츠 스타트업 ③] 나봉민 딥그로브 대표

[카카오벤처스 X AI 콘텐츠 스타트업 ④] 조성민 아폴로스튜디오 대표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업무용 메신저 슬랙을 만든 타이니스펙은 원래 게임사였다. 온라인 게임이 잇달아 흥행에 실패하자, 사내에서 쓰던 내부 협업 도구를 제품화한 것이 바로 슬랙이다. 이런 사례는 적지 않다. 게이머들이 애용하는 음성 채팅 서비스 디스코드와 게임 엔진 유니티 역시 유사한 과정으로 탄생했다. 게임 개발 과정에서 쌓은 기술과 경험이 전혀 다른 서비스로 이어진 사례들이다.

아폴로스튜디오라는 국내 스타트업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2024년 게임사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AI를 활용한 게임 개발 엔진을 만들고 있다. 조성민 아폴로스튜디오 대표는 친구들과 모여 게임을 만들고자 회사를 설립했지만 막대한 개발 비용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처음에 아폴로스튜디오가 선택한 방법은 AI를 활용한 코딩이었다. 게임 개발을 자동화하면 제작비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AI가 작성한 코드는 파일 하나만 다룰 때는 문제없이 돌아갔지만, 여러 파일에 흩어진 변수와 로직을 함께 다뤄야 하는 게임 개발에서는 자꾸 오류를 냈다. 조 대표는 “본질적으로 대규모언어모델(LLM)의 기억력 문제가 있었다”며 “변수를 기억하지 못해 파일 간 ‘컨텍스트 스위칭’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아폴로스튜디오는 게임 개발에 AI를 활용하기 위한 웹 기반 오픈소스 엔진을 구상하게 됐다. 조 대표는 “게임을 만드는 것 자체보다 개발 엔진을 만드는 쪽이 더 흥미로운 아이템으로 느껴졌다”며 “투자자들에게도 호응이 있어 시장의 반응을 받아들여 피보팅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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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만들기 위해 모인 아폴로스튜디오의 목표가 더욱 거대해진 셈이다. 회사는 AI가 게임 코드와 3D 모델 데이터를 쉽게 이해하고 다룰 수 있는 게임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 9월 18일 디캠프 선릉에서 조성민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 봤다.

홍콩과학기술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골드만삭스와 시타델에서 근무했다. 청심국제고등학교 재학 시절 친구들과 모바일 게임을 개발한 것을 계기로 2024년 아폴로스튜디오를 창업했다.

처음에는 게임 스튜디오였는데, 피보팅 과정에 대해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지난해 여름 피보팅을 결정했습니다. 제작비를 줄일 생각으로 AI를 도입했는데, 게임 개발에 활용하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AI는 그때도 지금도 웹 개발에서 성능이 좋습니다. 웹 개발은 한 파일 안에 그 작업에 필요한 정보가 대부분 들어있어서 AI가 파악하기 쉽거든요.

하지만 게임 개발을 할 때는 여러 파일에 걸친 변수와 코드의 관계를 파악해야 합니다. 게임 코드는 대체로 객체지향 방식으로 짜여 있는데요, 캐릭터나 아이템 같은 요소를 하나의 ‘모듈(객체)’로 만들고 그 객체들이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구조입니다. AI는 이런 객체 간의 관계를 다루는 데 어려움을 겪어요. 한 파일에 있는 변수를 다른 파일에서 활용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앞서 읽은 정보를 잊고 맥락을 놓치는 문제가 반복됐습니다.

게임은 보통 유니티나 언리얼 같은 게임 엔진 위에서 개발됩니다. AI가 게임 코드를 제대로 다루려면 이런 엔진의 내부 구조를 이해하거나, 게임 엔진으로 만든 소스코드를 충분히 참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봤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희가 원하는 수준으로 AI를 활용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접근 방식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기존 게임 엔진을 그대로 쓰는 대신, AI가 다루기 쉬운 게임 엔진을 직접 만들기로 한 겁니다. CTO는 그러려면 엔진이 오픈소스여야 하고 웹 환경이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어요.

이 아이템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응이 좋아 피보팅하게 됐습니다. 현재는 이 게임 엔진 개발을 과제로 딥테크 팁스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개발 중인 게임 엔진 F-1은 기존 유니티나 언리얼 엔진과 비교했을 때 어떤 차별성을 지녔나요?

핵심은 생성형 AI를 잘 활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3D 모델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과거에는 게임을 배포할 때 용량을 줄이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과거 패키지 게임은 3D 모델을 비롯해 게임 데이터를 압축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문제는 압축이 잘 될수록 컴퓨터, 특히 AI 입장에서는 그 데이터를 읽고 이해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입니다.

AI가 이런 압축 파일을 직접 읽고 수정하려고 하면 어려움이 생깁니다. 화면으로는 손이나 머리가 어디인지 알 수 있어도, 파일 안의 데이터만 보고 특정 부위가 어디에 해당하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거죠. 3D 모델을 주고 “손가락이 이상하니 수정해 봐”라고 해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겁니다.

F-1은 AI가 쉽게 읽을 수 있도록 3D 모델 데이터를 표현하는 방식을 다시 정의하고 있습니다. 점의 좌표를 풀어 쓰고, 이 점들이 이루는 삼각형이 머리의 일부이며 그 머리가 전체 모델의 일부라는 식으로 설명을 덧붙이는 겁니다. 그러면 AI가 수정할 부분을 찾아 작업할 수 있다는 접근입니다.

이렇게 데이터를 풀어 써도 용량 증가는 약 30% 정도였습니다.

현재 엔진 개발은 어느 정도 진행됐나요?

물리 엔진과 조명(라이팅) 기능은 거의 완성했습니다. 현재는 주로 애니메이션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큰 기능들은 마무리 단계에 있지만 최적화 작업은 오래 해야 할 것 같아요.

수익 구조는 무엇인가요?

저희는 다른 게임 엔진과 비즈니스 모델이 다릅니다. 오픈소스이기 때문에 누구나 저희 엔진으로 게임을 제작할 수 있거든요. 그렇게 만든 게임을 저희 서버를 통해 배포하고, 접속하는 이용자 수에 비례해 호스팅 비용을 받을 계획입니다.

이용자들의 집중력이 분산되면서 게임 이용률이 줄어들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시장 상황을 어떻게 보고 계시나요?

게임 이용률이 줄어들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게임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용자 한 명당 지출하는 금액이 점점 커지는 상황입니다.

그러다 보니 고품질 게임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높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트리플에이(AAA) 게임의 시장 점유율은 점점 높아지고, 캐주얼 게임의 비중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대규모 제작비를 투입하는 AAA 게임에 대한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그 시장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사실 1년 전만 해도 저희 AI 기술로는 캐주얼 게임조차 제대로 만들기 어려운 수준이어서, 캐주얼 시장에 먼저 진입하는 전략도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용자 추세를 보면 AAA 게임 쪽 수요가 더 뚜렷해서, 이 시장을 목표로 정했습니다.

최근 AI 슬롭이라 불리는 캐주얼 게임도 입소문을 타면서 흥행하는 경우가 있긴 있지만, AAA 게임은 매출 규모가 다릅니다. 2000억원에서 1조원 단위의 매출을 올리기도 하니까요.

이용자 반발 때문에 AI 사용에 신중한 게임사도 있는데,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보시나요?

게임사는 AI 도입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가 부작용보다 커지면 도입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제작비 1조원을 넘는 AAA 게임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10%만 아껴도 상당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요.

AI 도입을 주저하는 것은 아직 득보다 실이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앞으로 절감할 수 있는 비용이 훨씬 커진다면 게임사 입장에서 거부하기 힘든 조건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카카오벤처스에서는 어떤 계기로 투자를 받게 됐나요?

카카오벤처스와의 인연은 약 3년 전 콘퍼런스에서 안혜원 수석심사역님을 만나면서 시작됐습니다. 이후 몇 차례 연락을 드린 끝에 미팅을 하게 됐어요. 안 수석심사역님을 통해 김지웅 이사님도 소개받았습니다.

해외 진출 계획이 있으신가요?

현재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습니다. 동아시아 게임 시장도 크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에서 먼저 기반을 쌓은 뒤 미국에 진출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도 폴란드 같은 나라에 좋은 게임사가 많아 진출하고 싶어요.

채용 시 추구하는 인재상이 있으신가요?

기술적으로는 컴퓨터공학 분야의 개발 경력을 3~4년 정도 갖췄으면 합니다. 신입이 하기에는 어려운 작업이 많거든요.

개인적으로는 돈을 벌고자 하는 욕망이 강한 사람도, 세상을 바꾸고 싶은 사람도 좋습니다. 방향성보다 강한 동기가 있다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그런 분들과 대화가 잘 통합니다.

향후 로드맵을 알려주실 수 있나요?

내년 중으로 시연을 통해 충분한 그래픽 품질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이를 바탕으로 AAA급 고품질 그래픽 게임을 만드는 회사를 고객사로 확보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오민선 기자> omsoms94@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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