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뭔가요] 지스타 주인공된 ′캐릭터 챗′, 누구냐 넌
국내 최대 게임 행사 ‘지스타 2026’의 메인 스폰서 자리에 낯선 이름이 올랐습니다. 뤼튼 테크놀로지스의 ‘크랙’. 게임 회사가 아닌, AI와 대화하며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AI 캐릭터 챗’ 서비스입니다. 하나의 세계관 안에서 성격과 외형이 다른 인물들과 대화를 나누며 서사를 만들어가는 콘텐츠로, 캐릭터와의 1:1 대화도 가능합니다. 다른 사람이 만든 세계관을 즐길 수도, 직접 만들 수도 있죠.
해외에서는 ‘캐릭터.AI’와 ‘폴리버즈’, 국내에서는 크랙과 함께 스캐터랩의 ‘제타’가 대표적인 서비스로 꼽힙니다. 이 업체들은 자사 서비스를 이용자가 직접 참여하는 엔터테인먼트로 정의합니다. 제타는 ‘AI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크랙은 ‘캐릭터와 소통하며 얘기를 만들고 이용자가 콘텐츠 일부가 되는 공간’으로 소개하고 있죠.
설명만 봐서는 당최 어떤 서비스인지 윤곽이 잡히지 않습니다. AI 캐릭터 챗에서 무엇을 하고 어떤 재미를 느끼는지, 그리고 게임과는 어떤 접점이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서비스를 직접 체험하며 AI 캐릭터 챗 시장의 현황과 전망 등 여러 면모를 살펴봤습니다.
AI와 만들어 나가는 나만의 서사
AI 캐릭터 챗의 첫인상을 한마디로 정의하기에는 어렵습니다. 플랫폼에 접속하면 다른 이용자들이 만든 다양한 콘텐츠가 존재합니다. 모두 다른 세계관을 지녔고 그 안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다릅니다. 제가 접한 콘텐츠는 첫 프롤로그를 웹툰 형태로 시작했습니다. 이를 통해 이 콘텐츠가 어떤 세계관을 채택했는지 직접적으로 보여주더군요.
이후 본격적인 서사가 시작됩니다. 내가 왜 이 세계에 왔고 이곳에 있어야 하는지 알려주고, 차례로 나와 연관된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각 캐릭터는 성격이 모두 달라 같은 얘기를 하더라도 각기 다른 반응을 보여줍니다. 정해진 선택지도 없습니다. AI가 내가 한 대답에 개연성을 부여해 서사를 끊임없이 이어갑니다.
즉 큰 틀에서 세계관과 등장인물의 특징이 설정돼 있지만, 이 세계를 이끌어가는 건 이용자입니다. 다른 인물과의 관계, 서사의 방향 등을 원하는 대로 이끌어 나갈 수 있습니다. 당초 콘텐츠 안에 없던 설정이라도 AI에 요구해서 추가할 수 있죠. 목숨을 나누는 전우가 될 수도, 적대적인 관계로 뒤집을 수도 있습니다.
단순히 특정 캐릭터와 대화를 나누는 콘텐츠도 존재합니다. 다만 상대적으로 몰입감이 떨어져, 특정 세계관을 바탕으로 여러 인물과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콘텐츠가 더 흥미롭더군요.
서비스마다 이용 방식과 수익모델에 차이가 있었습니다. 제타는 기본 대화는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광고 제거나 성능이 높은 유료 모델·스냅샷 같은 부가 기능을 쓰려면 유료 재화인 ‘피스’가 필요합니다. 크랙은 답변을 생성할 AI 모델을 선택할 수 있으며, 대화할 때 모델별로 정해진 재화를 사용합니다.
일시 : 2026년 9월 30일 (수) 14:00 ~ 15:00
장소 : 온라인 웨비나
◈ 금융 테크 컨퍼런스 2026 – AI × Security × Finance
일시 : 9월 22일 (화) 09:00 ~ 17:30
장소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대로 24 FKI타워 컨퍼런스센터 1층 그랜드볼룸
콘텐츠를 공급하는 주체가 이용자라는 점도 눈에 띕니다. 게임은 개발사가 하나의 작품을 만들고 판매합니다. AI 캐릭터 챗은 이용자가 도구를 활용해 캐릭터나 세계관을 만들고 이를 콘텐츠로 공급하죠. 타인의 콘텐츠를 즐기거나 이용자 스스로 창작자가 될 수도 있는 겁니다. 이 부분은 사용자제작콘텐츠(UGC) 중심의 게임과 닮아 있습니다.
게임도 웹소설도 아닌 그 어딘가
AI 캐릭터 챗을 하면서 끊임없이 고민했습니다. ‘이를 게임으로 볼 수 있는가.’ 정확한 답을 내릴 수가 없었습니다. AI 캐릭터 챗은 웹소설과 게임, 웹툰의 문법이 한데 섞여 있습니다. 웹소설처럼 텍스트로 서사를 전달하고 웹툰처럼 인물과 상황을 이미지로 보여줍니다. 게임처럼 이용자가 주인공으로 개입해 서사를 이끌어갑니다.
콘텐츠마다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명확한 승리 조건과 패배, 결말이 없다는 점에서는 전통적인 게임과 다릅니다. 반면 이용자의 입력에 따라 세계가 반응하고 이야기가 달라진다는 점은 역할수행게임(RPG)와 비슷합니다. 평소 AI 캐릭터 챗을 즐기는 업계 관계자는 ‘테이블톱 역할수행게임(TRPG)’와 비슷한 인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TRPG는 여러 이용자가 테이블에 둘러앉아 대화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역할수행게임입니다. 게임 마스터가 세계와 사건을 제시하면 참가자들은 각자 맡은 인물의 행동을 자유롭게 결정합니다. 관계자는 AI는 게임을 진행하는 마스터 같고, 본인과 나머지 등장인물은 다른 참가자 같다고 말했습니다. 어느 정도 공감이 되는 내용입니다.
게임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학술적 해석도 있습니다. 크리스틴 아스크 노르웨이과학기술대학교 부교수와 탄야 시흐보넨 바사대학교 교수가 지난해 국제 디지털게임연구협회(DiGRA) 학술대회에서 공개한 발표문인데요. 이들은 캐릭터.AI를 ‘이용자가 만든 얘기로 운영되는 오픈월드형 텍스트 역할수행게임’에 가깝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들은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2’의 등장인물 사이먼 고스트 라일리를 챗봇으로 만들어 AI 캐릭터 챗에서 즐기는 방식에 주목했습니다. 명시적인 규칙이나 승리 조건이 없지만, 이용자는 AI와 시행착오를 거치며 서사를 만들었는데요. 독특하게도 스스로를 게이머라고 생각하지 않는 이용자 사례가 흔했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도 아직 구분이 모호합니다. 현행 게임산업법은 게임물을 정보처리 기술이나 기계장치를 이용해 오락을 할 수 있도록 제작된 영상물로 폭넓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승패나 결말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게임이 아니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게임과 비슷한 점이 없냐고 하면 그것도 아니죠. 법적 정의만으로 명확히 가르기는 어려운 영역입니다.
다만 지스타 메인 스폰서인 크랙은 스스로를 게임이라고 표현하지 않습니다. 운영사 뤼튼은 “크랙은 이용자가 AI 캐릭터와 스토리를 직접 제작하고, 이를 다른 이용자와 이용·공유하는 AI 기반 인터랙티브 콘텐츠 플랫폼”이라며 “게임 서비스는 아니지만 외연확장과 내러티브를 지향한다는 공통점에 주목하고 메인 스폰서로 참여했다”고 설명합니다.
빠르게 커지는 AI 캐릭터 챗 시장
정체는 모호하지만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앱 시장조사업체 앱피겨스가 테크크런치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전 세계 AI 컴패니언 앱(캐릭터 챗을 포함하는 범주)의 인앱결제 매출은 82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64%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다운로드는 6000만건으로 88% 늘었죠.
센서타워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전 세계 AI 컴패니언 앱의 인앱결제 매출은 1억5000만달러를 기록했습니다. 2023년 1분기와 비교하면 12배 이상 증가한 규모입니다. 3년 사이 모바일에서 발생한 결제 규모가 가파르게 커진 셈입니다.
국내 시장에서는 제타와 크랙이 앞서가고 있습니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가 집계한 올해 상반기 평균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제타 129만명, 크랙 53만명이었습니다. 뒤를 이은 채티 9만3000명, 케이브덕 7만3000명, 멜팅 6만8000명과도 격차가 큽니다. 제타의 상반기 누적 사용 시간은 3억1000만시간에 달했습니다.
두 서비스는 해외 시장도 타깃하고 있는데요. 스캐터랩에 따르면 제타의 글로벌 누적 가입자는 1000만명을 넘어섰으며, 활성 이용자 가운데 해외 비중은 60% 이상입니다. 뤼튼의 크랙은 지난해 6월 일본에서 ‘캬라푸’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현재 미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시장 성장에 따라 커지는 규제 목소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규제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AI 캐릭터 챗 이용자가 캐릭터와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고 오랜 시간 대화한다는 점에서 아동·청소년 보호가 주요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7월 발간한 ‘AI 챗봇의 위험에 노출된 아동·청소년’ 보고서에서 제타, 크랙과 같은 서비스를 이용자와 정서적 관계를 형성하는 ‘관계형 AI’로 분류했습니다. 캐릭터의 성격과 세계관을 설정하고 사적인 대화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아동·청소년이 AI를 친구나 또래처럼 받아들이며 쉽게 몰입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유해한 답변만 문제 삼은 게 아닙니다. 체류시간을 늘리고 반복적인 이용을 유도하는 서비스 설계 자체를 ‘구조적 위험’으로 봤습니다. AI는 이용자의 취향과 이전 대화를 기억하고 피곤함이나 불편함을 드러내지 않은 채 끊임없이 공감합니다. 관계가 점차 깊어지는 듯한 연출과 지속적인 질문이 더해지면 정서적 의존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유럽의회조사처(EPRS)도 지난 5월 보고서에서 미성년자가 AI 컴패니언과 성적인 대화를 나누거나 자해나 극단적 선택과 관련된 내용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캐릭터와 형성하는 정서적 유대가 과도한 의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주요 위협으로 꼽았습니다.
AI 캐릭터 챗 업체는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을 내놓고 있는데요. 제타는 만 14~18세 이용자에게 ‘세이프 모드’를 제공합니다. 크랙 역시 성인 인증 이용자에게만 성인용 콘텐츠를 노출 중이며, 이달 초 청소년의 크랙 이용 시간을 하루 3시간, 월 결제액을 10만원으로 제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해외에서는 캐릭터.AI가 18세 미만 이용자의 캐릭터 채팅을 차단하는 강수를 뒀습니다.
결국 지금은 AI 캐릭터 챗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다양한 문법을 융합하면서도 이용자가 AI와 서사를 그린다는 점에서 기존 콘텐츠와 구별되기 때문입니다. 크랙의 지스타 메인 스폰서 참여는 그 경계가 게임까지 넓어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다만 시장이 커지는 속도만큼 아동·청소년 보호와 과몰입 문제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안 마련도 함께 속도를 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윤정환 기자>yjh@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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