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챗 다음은 무엇일까…딥그로브 “내가 주인공인 AI 드라마”
AI가 콘텐츠 산업의 문법을 바꾸고 있다. 장르나 매체 같은 기존 분류로는 설명되지 않는 콘텐츠가 등장하면서, 무엇이 이용자를 붙잡아두는지가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카카오벤처스는 이 변화의 최전선에서 AI 콘텐츠 스타트업을 시드 단계부터 발굴해 투자하고 있다. 아직 지도가 그려지지 않은 이 시장에서, AI 네이티브 세대를 사로잡고 있는 스타트업들을 만나본다. [편집자 주]
[카카오벤처스 X AI 콘텐츠 스타트업 ①] 김지웅 카카오벤처스 이사
[카카오벤처스 X AI 콘텐츠 스타트업 ②] 김광민 언엑스 대표
[카카오벤처스 X AI 콘텐츠 스타트업 ③] 나봉민 딥그로브 대표
나봉민 딥그로브 대표는 캐릭터챗이 터질 것을 가장 먼저 알아본 사람 중 하나였다. 그는 뤼튼테크놀로지스 재직 시절 캐릭터챗 서비스 ‘크랙’을 기획하기도 했다. 크랙은 뤼튼테크놀로지스를 기업가치 1조원 유니콘으로 밀어 올린 일등공신이다. 이 정도의 폭발적인 성장은 처음 기획할 때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나 대표만 빼고는.
나 대표는 “초기 크랙 서비스를 설계해 경영진을 설득했다”며 “훗날 시장에서 (캐릭터챗이) 첫 번째로 반응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캐릭터챗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입증한 나 대표는 지난해 6월 딥그로브를 창업했다. 캐릭터챗이 AI와 1대1로 대화를 주고받는 서비스라면, 딥그로브가 선보인 ‘프론티아’는 이용자가 만든 세계관 속에서 여러 등장인물과 얽히며 이야기가 전개되는 플랫폼이다.
현재 딥그로브에는 나 대표뿐 아니라 최예지 CPO(최고제품책임자)도 소속돼 있다. 최예지 CPO는 국내 AI 캐릭터챗의 원조 격인 ‘이루다’를 스캐터랩에서 총괄했던 인물이다. 이 시장의 개척자들이 뭉친 셈이지만, 이들은 기존 AI 캐릭터챗 시장에 머무르려 하지 않는다. 더 폭넓은 이용자층을 아우르는 대중적인 AI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으로, 다음 단계를 노리고 있다.
일시 : 2026년 9월 30일 (수) 14:00 ~ 15:00
장소 : 온라인 웨비나
◈ 금융 테크 컨퍼런스 2026 – AI × Security × Finance
일시 : 9월 22일 (화) 09:00 ~ 17:30
장소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대로 24 FKI타워 컨퍼런스센터 1층 그랜드볼룸
딥그로브의 ‘프론티아’ 이용자층은 기존 서브컬쳐 문화에만 토대를 두고 있지 않다. 오히려 대중적인 연애 예능을 선호하는 듯한 시청층이 주류다. 어떻게 이런 이용자층까지 끌어들였는지, 지난 8월 27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나봉민 대표에게 물었다.
최 CPO님과 어떻게 만나게 됐나요?
직장에 다니던 시절에 커피챗을 하다가 만났습니다. 별 기대 없이 야근을 마치고 서로 피곤한 상태로 만났는데, 처음 보는 사이였지만 이야기하다 보니까 너무 신나서 2시간을 떠들었어요.
미래와 장기적인 AI 시대, 인간과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너무 재밌었어요. 그때는 창업할 생각도 없던 시기였는데, 문득 생각나서 종종 보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나중에 제가 창업할 때가 되니 바로 생각나더라고요. 이 사람이랑 같이 해야겠다고요.
CPO님은 이루다 시절부터 쌓아온 경험이 숙성돼 있어 철학이 확고합니다. 인간이 아닌 존재와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같은 것들이요. 그 관계가 무엇인지에 대해 철학적 사유를 정말 오래 하셔서 제가 배우는 것이 정말 많았습니다.
뤼튼테크놀로지스에서 쌓은 경험이 딥그로브 창업에 어떤 도움이 됐는지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원래 삼성전자에 다닐 때부터 창업에 뜻이 있었습니다. 좋은 기업이었지만 당시에는 나만의 새로운 것을 하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던 것 같아요. 뤼튼테크놀로지스에는 창업 전 스타트업을 경험해보기 위해 지인의 추천으로 엔지니어로 입사했습니다.
당시 뤼튼테크놀로지스는 원천 모델 없이 기존 LLM을 파인튜닝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였는데, 저는 ‘크랙’을 개발해 제공해야 한다고 회사를 설득했습니다. 추후에 이 서비스에 가장 먼저 반응이 올 것이라고 말입니다.
크랙을 만들 당시에 캐릭터와 대화한다는 개념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캐릭터닷AI나 에이나(ENA) 같은 서비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크랙은 캐릭터와의 대화뿐 아니라 세계관 속으로 이용자를 데려왔습니다. 단순 대화가 아니라 세계관 안에 여러 등장인물이 나오고 스토리가 진행되는 소설 같은 경험을 설계했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성이었어요.
다만 AI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이제야 열리기 시작했기 때문에 크랙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는 서비스라고 생각했습니다. 콘텐츠의 성격이나 이용자 범위가 서브컬처 문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즐길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이거든요.
저는 AI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더 큰 범위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서브컬처 콘텐츠 다음 시장이 어떤 형태일지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일단 딥그로브에서는 LLM이 나오면서 채팅이라는 형식이 너무 당연해졌기에 새로운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프론티아에는 ‘스토리 설계’라는 핵심 경험을 추가했어요.
기존 캐릭터챗에서는 상황에 맞춰 알아서 롤플레잉을 해야 했다면, 프론티아에서는 굳이 그러지 않아도 소설이나 드라마에 들어온 것처럼 알아서 상황이 전개되는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이래야만 기존 서브컬처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쉽게 즐길 수 있다고 봤거든요.
일반적인 캐릭터챗에서 상황이 주어지면 채팅을 몇 마디 하다가 “그런데 이제 뭐 해야 돼?”라는 반응이 나오거든요. 이런 문제 때문에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몰입하기 쉽도록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소재를 이용하기도 하고요.
저는 제품적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스토리 엔진’으로 이용자들이 자신의 수요에 맞는 내러티브로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영상, 그림, 효과음 같은 다양한 미디어를 접하도록 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2D 이미지 위주의 다른 캐릭터챗 서비스들과 달리 실사에 가까운 콘텐츠를 중심에 두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콘텐츠를 보듯이 드라마적인 재미를 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내러티브를 만드는 스토리 엔진에 대해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내부적으로 에피소드를 만들 수 있는 툴로 ‘스튜디오’가 있습니다. 이 스튜디오에서는 시작부터 엔딩까지 스토리라인을 만들 수 있는데요. 여기서 프롬프트, LLM 모델, 룰베이스로 호출하도록 설계된 백엔드 부분을 모두 합쳐서 스토리 엔진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또한 무작위적인 재미를 위해 적절한 분기점마다 이야기를 추출하는 복잡한 로직이 존재합니다. 결국 핵심 목적은 재밌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이 부분을 가장 열심히 개선하고 있습니다.
AI는 인간이 느끼는 재미를 인식할 수 없기 때문에 인간이 해결해야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이 부분이 가장 많은 노하우가 들어가는 영역인 것 같아요.

프론티아를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지향점은 무엇인가요?
우선 재미를 바탕으로 이용자 생태계가 구축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는 스토리 엔진을 통해 이야기를 만드는 이용자들을 ‘디렉터’라 부르는데, 이들에게 이용자로부터 받은 수익의 55%를 배분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한 달에 600만원 정도 벌어가신 분도 계시거든요. 프론티아가 전업 디렉터가 나올 만큼 재밌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으면 합니다.
또 다른 목표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할 수 있는 AI 친구를 하나씩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이해관계 없이 속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가 AI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현대인의 외로움과 고독함을 많이 채워줄 수 있는 존재를 만드는 것이 저희의 핵심 목표입니다.
프론티아는 기존 인터랙티브 게임 장르와 어떤 점이 다른가요?
우선 AI가 주는 압도적인 자유도가 있습니다. 게임을 아무리 섬세하게 설계하더라도 게임은 플레이어 개개인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AI는 플레이어를 전부 인지할 수 있어요. 그 지점이 많은 것을 바꾸고 있다고 봅니다.
이 경험을 토대로 게임이라는 것도 다시 정의되지 않을까 싶어요. 이전에는 내가 이입해 롤플레잉을 하면서 정해진 경로를 따라가는 형태였다면, 이제는 자유로운 오픈월드 세상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AI 덕분에 콘텐츠 업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다고 보시나요?
AI 덕분에 기존 콘텐츠의 축이 변화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소설, 만화, 영화, 유튜브 같은 문법이 조금씩 뒤틀리면서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엔터테인먼트의 정의가 생길 것이라고 봅니다. 캐릭터챗 시장이 지금 이렇게 성장한 것도 AI가 불러온 변화이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 저는 이 시장의 변화가 아직 다 완성되지 않았다고 봅니다. 아직 충분히 많은 사람들을 설득할 만큼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했으니까요.
사실 앞서 말한 자유도와 이용자들이 즐기기 쉬운 형태를 만드는 내러티브는 서로 충돌하기 쉽습니다. 이용자의 자유도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내러티브를 얼마나 유지할지 결정하는 것이 무척 어려운 일이에요. 딥그로브도 그 부분을 계속 고민하면서 서비스를 개선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부분을 잘하는 회사가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직 활성화되지는 않은 시장인데, 어려운 점은 없나요?
사실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이 크랙 서비스를 기획했을 때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크랙이 더 직관적이고 좁은 영역을 타깃으로 하고 있거든요. 이용자들이 크랙을 하지 않는 여가 시간에 무엇을 하고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그려질 만큼 이용자층을 분석하기 쉬운 편이에요.
하지만 프론티아는 폭넓은 이용자를 추구하다 보니 이용자층도 다양합니다. 이것이 즐거우면서도 어려운 지점입니다. 현재까지 누적 가입자는 15만명 정도 되거든요.
기존 서브컬처에 속한 여성 이용자와 남성 이용자 외에 드라마를 보듯이 접속하시는 분들이 주류예요. 저희도 아직 이 주류층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물음표로 두고 있습니다. 이 이용자층을 저희도 아직 분석 중입니다.
수익 구조에 대해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현재 수익 구조는 이용자들이 크레딧을 구매해 작품을 플레이하면서 소비하는 형태입니다. 씬마다 크레딧 비용은 다른데 최소 10원에서 비싸면 100원도 있습니다.
이외에 게임적인 비즈니스 모델(BM)을 시도해보고 있긴 하지만, 수익의 대부분은 아직 크레딧 판매에서 나옵니다.
매출은 8월에 글로벌 출시를 하면서 전달 대비 62% 성장했어요.
카카오벤처스 투자는 어떻게 유치하게 되셨나요?
저는 창업 후에 투자를 늦게 받은 편에 속합니다. 지난해 6월에 창업했지만, 올해 6월에 투자를 받았거든요. 1년 정도를 투자 없이 지냈는데, 그 기간에 제 돈을 쓰면서 직접 회사를 경영해보니 투자를 받아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카카오벤처스와는 그 기간에 종종 연락해왔는데, 감사하게도 조현익 수석 심사역님께서 저희를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제가 다시 연락을 드렸을 때 흔쾌히 투자가 진행되었습니다.
현재 인재를 채용 중인데, 추구하는 인재상이 있으신가요?
현재 개발 엔지니어와 PM이 제일 필요한데, 제일 중요한 키워드는 호기심과 실행력입니다. 채용 페이지에도 적혀 있지만, 저희는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다가 답답함을 느끼면 본인이 직접 해보는 분을 선호합니다.
엔지니어분들 중에 그런 분들이 계세요. 주어진 일을 그대로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거 왜 안 돼?” 하면서 계속 묻는 분들이요. 이렇게 의문을 가지는 분이 우리 팀과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향후 로드맵은 무엇인가요?
결국 모두에게 AI 친구를 만들어주는 것이 저희가 장기적으로 이루고 싶은 첫 번째 목표입니다. 그래서 5년 안에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AI 친구를 보유한 회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규모가 커지고 리소스가 충분해지면 재미 외에도 학습이나 생산성 영역에서 친구를 만들 수 있는 요소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다방면에서 AI 친구와 관계를 맺을 일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게 10년 뒤면 피지컬 AI가 발달해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이 AI 친구들을 현실화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온라인 세계에서 현실 세계로 점점 다가오는 경험을 설계하고 있어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오민선 기자> omsoms94@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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