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BN] 추억은 그대로, 불편함만 덜어낸 ‘제노니아1’ 리마스터
매일 수많은 게임이 쏟아지지만, 모든 작품을 직접 할 수는 없습니다. ‘플레이 바이라인네트워크(BN)’는 주목할 만한, 직접 해볼 만한 게임을 선별해 리뷰하는 코너입니다. 잘한 점은 분명히 짚고, 아쉬운 부분도 숨기지 않습니다. 과장 없이 담백하게 전합니다. <편집자 주>
지난 2008년 피처폰 시절 어떤 게임을 주로 했나요. 저는 주로 액션 역할수행게임(RPG)를 친구들과 함께 즐겼습니다. 아직도 당시 기억이 생생합니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 눈을 속이기 위해 책상 위에 책을 높이 쌓아두고 몰래 휴대폰으로 게임을 즐겼습니다. 지금은 보기 힘든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도 선생님의 감시를 피해 게임을 했죠.
당시 주로 했던 게임 중 하나가 제노니아 시리즈입니다. 아마 1이나 2였을 텐데 정확한 넘버링은 기억나지 않네요. 처음 제노니아가 나왔을 때 그 작은 화면에서 펼쳐지는 탄탄한 RPG의 맛에 놀랐었죠. 그랬던 제노니아가 2026년 다시 돌아왔습니다. ‘제노니아1: 기억의 실타래’라는 이름으로 스팀에 복귀했죠. 당시 추억이 떠올라 바로 해봤습니다.

추억이 떠오르는 그 시절 모바일 RPG 감성
새롭게 돌아온 제노니아1은 2008년 작품을 충실하게 복각한 게임입니다. 당시 게임을 현대의 환경에서 원활하게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한 흔적이 많이 보여요. 리메이크라기보다는 리마스터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원작의 구조와 콘텐츠를 거의 건드리지 않으면서 해상도, 그래픽, 조작감, UI 등에서 이용자들이 느낄 수 있는 불편을 최소화했습니다.
그래픽에서는 그 시절 감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2~3등신의 아기자기한 도트 캐릭터와 배경은 과도하게 손보지 않았습니다. 당시 피처폰으로 제노니아를 즐겼던 이용자라면 화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익숙한 느낌을 받을 겁니다. 게임 내에 등장하는 일러스트 역시 그 시절 감성 그대로인데요. 높은 해상도에서도 깨지는 부분 없이 잘 보입니다.

클래스도 기존과 마찬가지로 3가지가 존재합니다. 한손검이 주무기인 팔라딘, 대검을 사용하는 워리어, 쌍수 무기를 쓰는 어쌔신 세 가지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죠. 게임 특성상 마법사 계열은 없습니다. 그나마 팔라딘이 힐 같은 마법을 씁니다. 지금은 방어적인 캐릭터를 좋아하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는데요. 그때를 떠올리며 워리어를 골랐습니다.
국산 고전 싱글 RPG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요소가 하나 있죠. 어설픈 개그입니다. 제노니아1에도 그 시대 유머 코드가 남아 있습니다. 서브 퀘스트 내용이 엉뚱하면 BGM이 바뀐다거나 포탈 이용 후 주인공이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ㅠㅠ’라는 식의 말을 하죠. 이때 주인공 일러스트까지 지친 듯한 모습으로 바뀌는데 피식 웃음이 나오더군요.

원작의 시스템까지 고스란히
오래된 게임답게 성장 구조는 단순한 편입니다. 메인 스토리를 따라가며 퀘스트를 진행하면 자연스럽게 다음 마을로 이동하고, 필드에서 몬스터를 사냥해 레벨을 올리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얻은 장비 중 기존 것보다 성능이 좋은 것을 골라 착용하고, 다시 다음 지역으로 넘어가는 방식이 반복됩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캐릭터가 성장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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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RPG처럼 여러 성장 시스템을 동시에 관리할 필요가 없어 흐름을 따라가기 어렵지 않았습니다. 스탯과 스킬 정도만 고민해서 찍으면 됩니다. 스탯은 힘, 민첩, 체력, 지능 4종류가 있습니다. 직업 성격에 맞는 주력 스탯 위주로 올리면 돼서 편합니다. 스킬은 딱 봐도 특정 스킬을 올려야 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직관적입니다.

시간대에 따라 낮과 밤이 바뀌는 시스템도 빠짐없이 구현했습니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지만 2008년 피처폰으로 즐기던 게임에 이러한 요소는 파격적이었죠. 단순히 시간이 흐른다는 정도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밤에만 할 수 있는 퀘스트가 있어요. 특정 시간대에만 여관에 등장하는 상인도 존재하죠. 시간의 흐름을 활용하기 위한 당시의 노력이죠.
허기 시스템도 있습니다. 이 역시 지금은 여러 RPG와 생존 게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만, 당시 모바일 RPG에서는 꽤 독특한 요소였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주인공의 배가 꺼져서 음식을 섭취해야 합니다. 무게 시스템도 있습니다. 무게 한도에 도달하면 이동 속도가 느려지고 대시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필요 없는 아이템은 잘 정리해야 합니다.

현대적으로 다듬은 편의성
제노니아1: 기억의 실타래는 원작의 플레이 감각은 유지하면서 다른 요소들은 지금의 기준에 맞게 다듬었습니다. 예를 들어 설정에서 현재 진행 중인 퀘스트 목록을 게임 화면에 띄울 수 있습니다. 따로 퀘스트 메뉴에 들어갈 필요가 없죠. 장비 비교나 일괄 수리 기능도 존재합니다. 이를 통해 오래된 게임 특유의 불편을 어느 정도 덜어냈습니다.
제노니아 시리즈의 특징인 대시도 사용하기 편해졌습니다. 단축키를 지정하거나 방향키를 가볍게 두 번 누르면 나갑니다. 처음에는 단축키를 주로 사용했는데 나중에는 방향키를 연타하는 그 느낌이 더 마음에 들더라고요. 예전 생각도 나고요.

다만 메뉴 화면 조작은 다소 불편했습니다. 메뉴창 상단에서 항목을 오갈 때 특정 키를 따로 사용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상단 메뉴 이동은 Z(좌), X(우)키로 설정돼 있고, 메뉴 안에서 세부 항목을 넘길 때에는 C(좌), V(우)키를 눌러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템 메뉴에서 C와 V키로 장비, 액세서리, 기타 항목을 전환해야 하죠.
물론 특정 메뉴로 바로 진입할 수 있는 단축키가 존재하긴 합니다. 그럼에도 메뉴 안에서 항목을 넘길 때 방향키나 마우스 조작까지 지원했다면 훨씬 직관적으로 이용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금 요소가 없다

수익모델(BM)은 따로 설명할 부분이 많지 않습니다. 게임을 구매하면 대부분의 콘텐츠를 그대로 즐길 수 있는 유료 패키지 방식입니다. 따로 판매하는 요소는 아예 없습니다. 원작에서는 네트워크 상점에서 소소한 상품을 팔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이마저도 업적 포인트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게임 플레이에만 집중하면 됩니다.
네트워크 상점에서 판매 중인 상품 중에는 스킬·스탯 초기화 아이템도 있는데 상당히 많은 업적 포인트를 요구합니다. 캐릭터 육성 방향을 다시 잡는 데 필요한 기능인 만큼, 이 정도는 골드 등 게임 내 다른 재화로도 구매할 수 있게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메인 퀘스트를 3분의 2 정도 진행해야 1개를 살 수 있더군요.

제노니아1: 기억의 실타래는 2008년작의 감성과 플레이 구조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지금의 환경에 맞게 편의성을 더한 작품입니다. 그래픽과 일러스트, 성장 구조, 낮과 밤, 허기와 무게, 선악 분기까지 당시의 특징을 충실하게 살렸고 조작과 UI도 전반적으로 무난하게 다듬었습니다.
일부 메뉴 조작이나 스킬·스탯 초기화 방식처럼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원작을 기억하는 이용자라면 추억을 되새기기에 충분합니다. 처음 접하는 이용자에게는 2000년대 후반 국산 모바일 RPG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경험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출시 가격도 저렴합니다. 커피 두 잔 가격이면 살 수 있을 정도죠. 한 번쯤 해보길 권하는 게임입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윤정환 기자>yjh@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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