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석의 입장] 카카오는 네이버-NHN의 길을 갈까
“양 법인에서 창업자이자 대주주 역할은 계속 수행해 주실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21일 카카오의 설명회에서 김범수 창업자의 향후 역할을 묻는 질문에, 김도영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대표가 내놓은 답이다. 이날 카카오는 자사를 카카오AI와 카카오X라는 두 개의 회사로 인적분할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분할의 목표로 복합기업 할인 해소와 사업별 전문 경영을 통한 기업가치·주주가치 제고를 내걸었다.
그런데 이 발언의 서술어가 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수행할 것입니다”가 아니라 “수행해 주실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라니…
김도영 대표는 분할된 카카오X의 대표 내정자로, 카카오의 새 지배구조를 설계하고 있는 사람이다. 이 인적분할의 취지와 배경, 미래의 설계도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을 사람이, 가장 중요한 정보에 대해 확답이 아닌 소망을 말한 셈이다. 이 한 문장은 이번 분할의 가장 미묘한 지점을 들춰낸다.
“믿는다”는 것은 김 대표도 모른다는 의미로 들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김범수 창업자가 두 회사 중 한쪽에서는 창업자이자 대주주 역할을 내려놓을 가능성도 있다는 말로도 해석된다.
여기서 떠오르는 사례가 두 개 있다.
첫번째는 2021년 SK텔레콤과 SK스퀘어의 인적분할이다. 이 분할은 SK주식회사라는 지주회사가 최상단에 버티고 있는 구조 위에서 이뤄졌다. 두 회사는 분할됐지만 SK그룹 안에서 각각 손발 역할을 하도록 설계됐다. 분할 직후 SK텔레콤·SK스퀘어·SK하이닉스가 ‘SK ICT 연합’을 결성해 공동 투자와 기술협력을 이어간 것도 SK그룹이라는 지붕 아래 있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는 2013년 네이버와 NHN엔터테인먼트(현 NHN)의 인적분할이다. 이 분할에는 SK 같은 지붕이 없었다. 분할 초기 2년간은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이준호 NHN엔터 의장의 지분이 양사에 섞여 있었지만, 2014년부터 2016년 사이 두 사람은 서로 상대 회사의 보유 지분을 순차적으로 팔고 교환하며 관계를 정리했다. 현재 두 회사는 완전한 남남이 되었다. 그 결과 네이버는 이해진 의장의 회사, NHN은 이준호 의장의 회사라고 사람들은 이해한다.
카카오는 이 갈림길에서 어느 쪽에 가까울까. 오늘 나온 발언들을 모아보면 SK보다는 네이버 쪽에 가까운 정황이 느껴진다. 김도영 대표는 그룹 전체를 묶어온 컨트롤타워 CA협의체에 대해 “더 이상은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여기에 “일정 기간이 지나고 나면 대주주나 주요 주주를 제외하고는 소액주주 구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독립적인 경영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발언까지 더하면, 카카오가 그리는 미래는 SK의 ‘따로 또 같이’보다는 네이버-NHN의 ‘남남’에 가까워 보인다.
여기에 공교로운 사실 하나를 겹쳐볼 필요가 있다. 카카오X 산하로 배치된 3대 사업군 중 콘텐츠(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모빌리티(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몇 년간 실제로 매각이 시도됐던 자산들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22년 MBK파트너스로의 경영권 매각을 추진했으나 노조의 반발로 무산됐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2025년 4월 매각이 시도됐다가 같은 해 8월 검토가 중단됐다. 두 사업 모두 매각을 시도했다가 접은 이력을 가진 회사들이다.
우연일까. 예전에 카카오가 이 회사들을 팔려 하면 “알짜 자회사를 헐값에 넘긴다”는 비판과 고용 안정성을 우려하는 노조의 반발에 부딪혔다. 김범수 창업자가 매각을 시도했던 회사들이 카카오X라는 회사 밑에 나란히 놓였다. 만약 김범수 창업자가 카카오X 지분만 정리하고 떠나면, 그의 입장에서는 떼어내려 했던 사업을 떼어내는 셈이다. 네이버 이해진 의장이 인적분할 후 NHN 지분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게임 사업을 떼어냈듯 말이다.
다만 네이버와 조건이 완전히 같지는 않다. 이해진·이준호 두 사람의 지분 정리는 둘의 합의만 이뤄지면 되는 문제였다. 반면 카카오에는 김범수 창업자가 지분을 맞바꿀 대상이 없어 보인다. 김 창업자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24%에 달하는데, 그와 유사한 지분율을 보유한 주주는 없다.
김범수 창업자는 김도영 대표의 믿음처럼 정말 두 회사 모두 이끌어갈까? 역사와 정황은 다른 말을 하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