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바이라인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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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직원 12명, 고객사는 300곳…더플레이토의 운영 비밀은 AI

오후 3시에 해외 근무하는 팀원에게 이메일을 보낸다. 샌프란시스코는 밤 11시. 답장을 받기 어려운 시간대지만, 회신은 2분만에 온다. 평소 팀원의 말투와 유사하지만, 회신 이메일은 사람이 보낸 게 아니다. 팀원을 복제한 인공지능(AI) 에이전트다.

더플레이토에서 AI 에이전트의 업무 대리는 일상이다. 이메일 답장, 문서 정리, 코딩 등의 업무를 돕고 있다. 더플레이토의 정규직 규모는 12명. 스타트업에서 납득되는 규모지만, 이 회사는 30만 이용자 앱 ‘티로’를 운영 중이다. 동시에 300곳이 넘는 고객사를 보유하고 관리하고 있다.

임은성 더플레이토 대표는 인터뷰를 하면서도 스스로 믿기지 않는 업무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AI 에이전트를 활용하면 가능하다는 믿음이 굳건하다. 그는 “최근 엔지니어를 증원하자는 이야기가 나왔으나 엔지니어링 팀장이 증원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며 “대신 신규 인력에게 지급할 연봉만큼 기존 팀원들의 월급을 올려달라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더플레이토가 운영하는 ‘티로‘는 정확한 전사와 대화의 맥락을 반영한 요약 능력으로 유명해진 앱이다. 녹취록을 생성하는 앱 가운데 전문용어를 잘 파악하고, 다국어 지원도 가능해 초창기부터 벤처투자사(VC)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입소문이 날수록 더플레이토의 연간 반복 매출(ARR)도 늘어나 정식 출시 21개월 만에 200만달러(약 28억원)를 넘어섰다.

그러나 임 대표는 티로를 노트테이킹 앱으로만 활용하기에는 아깝다고 말한다. ‘티로’라는 이름이 로마 시대 비서의 이름에서 유래한 만큼, 단순한 속기사 역할에 머무르지 않았으면 한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에는 티로를 활용한 기업 AX(AI 전환) 컨설팅을 많이 진행하고 있다”며 “티로를 단순한 노트테이킹 도구가 아니라 비서로 활용하는 사람은 AI를 10배 더 잘 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팅과 야근에서 출발한 ‘티로’

임 대표가 AI를 공부하기 시작한 시점은 2018년이다. 이듬해에는 기존 AI 모델이나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특정 업무에 맞게 연결한 소프트웨어인 ‘AI 래퍼’를 정부기관에 판매했다.

노트테이킹 앱을 창업 아이템으로 선택한 계기는 이후 근무한 글로벌 에듀테크 기업에서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미팅과 야근을 경험하면서 기업이 커뮤니케이션에 투입하는 자원이 예상보다 크다는 사실을 체감한 것이다. 그때 임 대표는 수많은 일정과 대화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을 줄이는 도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홍유나 공동창업자와는 창업가 커뮤니티인 ‘퍼스트펭귄’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모두 학생 시절 창업한 회사를 엑시트한 경험이 있었다. 당시 홍 공동창업자는 VC에서 근무하고 있었고, 임 대표는 스타트업에 재직 중이었다.

퍼스트펭귄은 위험을 무릅쓰고 무리에서 가장 먼저 바다에 뛰어드는 펭귄처럼 개척자 정신을 가진 창업가들이 모인 단체다. 임 대표는 2021년 퍼스트펭귄에서 만난 구성원 3명과 팀을 꾸렸고, 이 팀이 더플레이토의 출발점이 됐다.

대화를 쌓으면 ‘개인화 DB’가 된다

티로는 모바일과 PC뿐만 아니라 애플워치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영어·일본어·중국어·포르투갈어 등 여러 언어를 지원하며, 한 대화에서 언어를 섞어 말해도 이를 기록하고 실시간으로 번역한다.

그러나 임 대표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차별점은 단순히 전사 정확도가 아니다. 티로에 쌓인 노트가 이용자별 지식 데이터베이스(DB)로 전환된다는 점이다.

이용자가 티로 계정에 대화 내용을 축적하면, 티로는 이를 기반으로 온톨로지와 지식그래프를 생성한다. 온톨로지는 데이터의 의미와 관계를 정의한 지식 모델이다. 지식그래프는 온톨로지에 정의된 개념과 관계를 실제 데이터와 연결한 구조다. 더플레이토는 이렇게 생성된 지식그래프를 ‘티로위키’라는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티로위키는 클로드나 GPT 등 외부 대규모 언어모델(LLM)과 연동할 수 있다. 범용 LLM에 이용자의 대화와 업무 맥락이 담긴 개인화 DB를 결합해 더욱 구체적이고 정확한 답변을 얻도록 하는 방식이다.

“비서가 하는 일이 그냥 단순한 수준의 속기사가 아니잖아요. 비서는 계속 따라다니면서 모든 삶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에요.”

임 대표는 티로가 회의 내용을 받아 적는 도구를 넘어 이용자의 업무 맥락을 실시간으로 축적하는 기반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더플레이토)

12명이 300개 고객사를 관리하는 방식

더플레이토는 이 지식 그래프를 기업의 AI 에이전트 구축에도 활용하고 있다. 업무 대화를 실시간 기록하면, 티로는 대화 속 인물과 정보, 의사결정의 관계를 분석해 지식그래프를 만든다. 이를 AI 에이전트에 연결하면 이용자는 더 정확한 답변을 받을 수 있다.

임 대표는 AX 컨설팅 현장에서 티로의 기능을 일방적으로 설명하기보다 더플레이토의 실제 업무 방식을 고객사에 공개한다. 정규직 12명이 한국·미국·일본에 흩어져 근무하면서 30만명이 이용하는 앱과 300곳이 넘는 B2B 고객사를 어떻게 관리하는지를 직접 보여주는 것이다.

일반적인 조직 구조로는 운영하기 어려운 규모지만 더플레이토에서는 모든 팀원이 각자의 AI 에이전트를 활용한다. 에이전트는 사람이 자리를 비운 동안에도 메일 작성과 문서 정리, 코딩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예를 들어 미국에 거주하는 직원이 시차로 인해 한국에서 보낸 업무 메일을 바로 확인하기 어려울 때는 해당 직원의 말투와 업무 방식을 학습한 ‘클론봇’이 대신 답장을 보낸다. 사람이 먼저 업무를 처리하고 AI가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 에이전트가 업무를 수행하고 다른 시스템이 결과를 검토하는 구조다.

임 대표는 “어느 순간부터는 사람이 직접 검토하지 않는 업무도 생겼다”며 “에이전트의 결과를 하네스 엔진이 다시 검토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네스 엔진은 여러 AI 에이전트의 작업을 통제하고 결과를 검증하는 시스템이다.

한번 에이전트 시스템을 구축한 뒤에는 같은 인원으로 처리할 수 있는 업무량이 크게 늘었다. 더플레이토의 AX 컨설팅을 받은 고객사들도 이런 업무 구조를 확인한 뒤 티로 도입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제품 설명보다 12명이 300곳의 고객사를 관리하는 실제 사례가 더 강한 설득력을 발휘한 셈이다.

클론봇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6개월

AI 에이전트가 처음부터 실제 직원과 같은 판단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같은 정보를 받아도 이용자가 기대한 방향과 다른 답을 내놓을 수 있다.

더플레이토는 이를 바로잡기 위해 매일 ‘휴먼인더루프(HITL)’ 과정을 거친다. 사람이 AI의 답변과 의사결정을 검토하고 잘못된 부분을 교정하면서 실제 사용자의 판단 기준과 에이전트의 업무 수행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방식이다.

임 대표는 이 과정을 약 6개월간 반복하면 클론봇에 실질적인 업무를 맡길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한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이메일 문체만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 어떤 정보를 우선하고, 어떤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지까지 지속해서 학습시키는 것이다. 또한 특정 기능만 수행하는 세일즈봇을 만드는 것보다 세일즈를 담당하는 ‘나 자신’을 복제한다는 목표로 접근하는 편이 학습에도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담당자가 자신의 평소 답변과 에이전트의 답변을 매일 비교할 수 있어 HITL을 진행하기 쉽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 AX에서 의외로 중요한 요소로 에이전트의 ‘이름’을 강조했다. 시스템을 구축하더라도 구성원들이 자주 사용하지 않으면 업무 방식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플레이토는 AX 컨설팅을 진행할 때에도 구성원들에게 에이전트의 이름을 재미있게 지으라고 조언한다.

“결국에 사람이 안하면 의미가 없어요. AI 에이전트 활용이 재밌어야 합니다.”

재미는 중요한 요소다. 더플레이토 직원들은 각자의 이름과 성격을 지닌 클론봇을 아바타처럼 키우면서 AI 에이전트 활용이 극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급격한 B2B 고객사의 성장

AX컨설팅의 효과로 근래에는 B2B 부문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6개월 전 15%였던 B2B 매출 비중은 현재 30%까지 높아졌다. 지금까지 10곳이 넘는 대기업이 티로를 전사적으로 도입했다.

다만 더플레이토는 B2B와 B2C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는다. 기업 고객도 대부분 처음에는 조직 구성원 한 명이 개인적으로 티로를 사용하면서 제품을 검증한다. 이후 팀장급 이용자가 팀 도입을 결정하고, 사용 범위가 기업 전체로 확대되면서 B2B 고객으로 전환되는 사례가 많다.

더플레이토가 내부적으로 사업 구조를 ‘B2C2B’라고 정의하는 이유다. 개인 이용자의 경험이 팀과 기업의 구매 결정으로 이어지는 구조인 것이다.

수출 10억원 목표, “수출 기업이 되고 싶다”

티로에서 사용되는 언어 가운데 한국어·일본어·영어·중국어가 전체 이용량의 98%를 차지한다. 특히 일본 시장 성장세가 빠르다. 최근 활성 이용자 가운데 일본 현지 이용자의 비중은 약 30%에 이른다. 더플레이토는 해외 이용자 증가와 함께 엔터프라이즈 시장 진출을 올해의 핵심 목표로 설정했다.

임 대표는 더플레이토 자체가 기업 AX의 모범 사례로 자리 잡기를 바라고 있다. 티로가 단순히 대화를 기록하는 앱이 아니라 기업의 비즈니스 맥락을 실시간으로 생성하고 AI 에이전트에 공급하는 핵심 기반으로 인식되는 것이 목표다.

동시에 해외와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성과를 확대해 수출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더플레이토가 세운 올해 수출 목표는 10억원이다.

임 대표는 “한국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기업들이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며 “더플레이토도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내는 수출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오민선 기자>omsoms94@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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