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바이라인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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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시간만 가르치면 되는 공장 로봇이 나왔다

자동차 공장 라인 끝에는 커넥터를 체결하는 작업자가 있다. 커넥터 아귀가 빡빡하기 때문에 비스듬히 기울여 구멍을 맞추고 손목 스냅으로 돌려 끼운다. 자동차를 만드는 과정에는 이 동작이 하루에 수백번, 수천번 반복되곤 한다.

사람이 하기엔 단순하고 지루한 일이다. 그래서 요즘은 이런 일을 할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 문태연 카본식스 대표는 “인건비가 올라간다는 말보다 사람을 구하기 힘들다는 말을 더 많이 듣는다”고 했다.

이런 단순 반복 작업을 로봇이 대신하면 좋을 것 같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커넥터 위치가 매번 조금씩 다르고, 끼우는 각도도 그때그때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비정형 작업은 기존의 로봇 기술로는 풀기 어려운 영역이다. 유튜브에서 백덤블링을 선보이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화제가 되지만, 정작 이런 미세한 손작업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할 수 있다 해도 도입 비용 대비 효과가 나오지 않는다.

카본식스는 이런 문제를 풀겠다고 나선 회사다. 제조 현장의 비정형 작업을 로봇으로 자동화하는 것이 이 회사의 목표다. 거창한 휴머노이드를 만드는 게 아니라, 지금 당장 공장 라인에 들어가 쓸 수 있는 현실적인 솔루션을 지향한다.

문 대표는 커넥터 체결처럼 사람 손에 의존해 온 작업을 로봇에게 가르치는 데 1시간이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화려한 데모 영상에만 존재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 실제 자동차 부품사 양산 라인에 들어간 실화다.

회사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카본식스는 카본블랙에서 세워진 첫 플래그십 회사입니다. 카본블랙은 벤처 스튜디오인데, 벤처 스튜디오는 벤처캐피탈(VC)이나 액셀러레이터(AC)보다 이전 단계에 있는 투자사라고 보시면 됩니다. 1년에 2~3개 정도 산업 내 문제를 분석해 팀을 모아 회사를 만드는 단계부터 투자를 시작합니다. 미국에서는 모더나와 스노우플레이크도 벤처 스튜디오에서 시작했습니다.

카본블랙은 제조업의 비정형적 공정 자동화를 해결하기 위해 카본식스를 만들었습니다. 풀어갈 문제부터 정의해 놓고, 이걸 해결할 수 있는 기술 파운더들을 찾아다녔어요. 그 결과 지금 같은 연구진을 모았습니다.

비정형적 공정 자동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수아랩이 코그넥스에 매각되고 부대표로 4년간 있으면서 제조업 현장에서 시야가 넓어졌어요. 코그넥스는 40년간 제조업에 있었던 기업이거든요. 현장에 가보니 공장 컨베이어 벨트 앞단에 사람이 너무 많았어요. 생각보다 자동화할 수 있는 업무도 자동화되지 않았습니다.

왜 그런지 물어보니 제품의 재질이나 상태에 따라서 완전 자동화 공정이 되는 경우가 있고 아닌 경우가 있더라고요. 자동화 규격에서 예외적인 공정의 경우에는 사람을 쓰는 편이 낫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비정형적 공정 자동화’ 문제를 인생을 바쳐 풀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수아랩의 로드맵 후반부를 보면 로봇이 나와요. 수아랩을 코그넥스에 매각하게 되면서 로봇 사업은 카본식스에서 시작하게 되었지만요.

비정형적 공정을 해결하기 위해 만든 제품인 시그마키트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시그마키트는 AI 소프트웨어, 로봇 그리퍼(로봇 손), 티칭 디바이스, 센서 모듈로 구성돼 있습니다.

학습 방법은 두가지입니다. 첫번째는 인형 뽑기 하듯이 사람이 로봇을 원격 수동 조작해서 학습하는 ‘텔레오퍼레이션’ 방식입니다. 두번째는 사람이 로봇 손을 잡은 채 직접 학습시키는 ‘데이터 글로브’ 방식이 있습니다.

작업에 따라 적절한 훈련 방식을 선택해 1시간을 학습시키면 다음날(24시간 후) 로봇은 ‘스킬’을 습득합니다. 스킬은 사전 훈련된 자체 모델에 현장에서 1시간 동안 수집한 비전 데이터, XYZ 모션 데이터, 악력 센서 데이터를 최적화해서 만들어집니다. 포장을 하는 작업, 나사를 조이는 작업, 얇은 비닐 소재의 포장지를 벗기는 작업 등 규격화하기 힘든 비정형적인 작업 하나하나가 스킬이 될 수 있습니다.

1가지 업무 학습 완료에는 하루 정도가 걸리고, 여기에 엣지 포인트(예외 상황)를 더하고 컨베이어 벨트 설치까지 하면 실사용하기에는 평균 1달 정도가 걸립니다.

동시에 이것이 시그마키트의 개발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이기도 했습니다. 1시간만 훈련한 적은 데이터로 고객사 테스트에서 만족할 만한 성능을 나오게 하는 일이 힘들었거든요. 특히 뒷단 알고리즘 기술을 만드는 엔지니어들의 고생이 많았습니다.

시그마키트의 핵심 기술은 무엇일까요

학습 모델과 로봇 그리퍼입니다.

AI 소프트웨어에 이용되는 학습 모델은 제조업에 특화된 자체 개발 모델입니다. 단 1시간만 학습해서 수집한 데이터를 잘 정제(파인튜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합성 데이터를 잘 만들어야 하고요. 업계에 ‘가비지 인, 가비지 아웃(Garbage In, Garbage Out,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이라는 말이 있듯이 적은 데이터를 잘 가공해 그 산업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정확도와 속도에 도달해야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로봇 그리퍼는 현재 2지(두 손가락)가 기본이라 투박해 보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업무가 가능합니다. 사람 손처럼 생긴 5지형 그리퍼는 산업 현장에서 몇주 쓰면 느슨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조업은 24시간 365일 가동돼야 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가장 간단하고 내구성 있는 2지를 먼저 선택했습니다.

차별성은 이 그리퍼 부분을 바꿀 수 있다는 것에 있습니다. 제조 현장에서 요구되는 도구(앤드이펙터)는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타사 제품에 시그마키트의 센서 모듈을 부착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호환성을 높이는 방향을 택했습니다.

모델을 직접 만드는 이유가 있을까요

시뮬레이션 데이터와 실제 데이터를 섞어서 학습시키는 메인 모델은 직접 만들어야 산업에 특화시킬 수 있습니다. 일반 범용 모델을 가져다 쓰면 안되는 경우가 많아요.

핵심이 되는 모델은 직접 만들어도 아이작 심처럼 시뮬레이션 하는 월드 모델은 엔비디아의 제품도 쓰긴 합니다.

(출처=바이라인네트워크)

최근 623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는데 신규 투자금은 어떻게 활용할 예정일까요

우선 인재 채용에 활용할 예정입니다. 현재 카본식스의 연구 인력은 40여명 정도인데, 내년에는 100여명 채용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두번째로는 데이터와 배포에 투자할 생각입니다. 아직 국내에서 피지컬 AI에 선뜻 투자를 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많은데 아직 새로운 기술이라 그렇습니다. 이런 기업을 위해 데이터 글로브를 양산해 테스트를 지원해볼까 합니다. 데이터 취득을 위한 투자인 셈입니다.

세번째로는 해외 진출 계획이 있습니다. 이미 내년 상반기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계획도 세워놔서 블루오션 시장을 노릴 파트너사들과 협업해볼 생각입니다.

미국에 본사를 둔 이유가 있을까요

현재 미국 델라웨어주에 본사가 있습니다. 법인을 설립할 때부터 리쇼어링 중인 미국 시장을 고려했습니다. 제조업이 발달한 아시아에서 양산한 데이터로 자체 모델을 고도화해 미국의 자동화 공정에 적용할 예정입니다.

미국처럼 인건비가 비싼 나라에서는 자동화 수요가 크기 때문에 시장 규모가 다르거든요. 현재는 한국에서만 법인을 운영하고 있지만 내년 상반기에는 미국에 사무실을 두고 운영할 예정입니다.

수익 구조가 어떻게 되나요

키트 판매 방식은 구독, 서버 자체 설치 및 운영(온프레미스)이 전부 있습니다. 고객 유형에 맞게 접근을 하고 있어요.

구독할 경우, 학습은 서버에서 하고 현장에는 배포용만 설치됩니다. 온프레미스를 도입할 경우 구축 단가는 높아지고요.

피지컬 AI 운영체제(OS)도 출시할 예정입니다. 지금은 자동화되지 않은 일부 공정에만 시그마키트가 투입되고 있지만, 나중에 최대한 배포되면 숙련공의 데이터가 OS 서버에 쌓이게 될 것입니다. 데이터가 쌓이게 되면 기계 학습 운영(MLOps)도 가능해지고, 비슷한 공정을 하는 경우에는 해외 공장에서 작업 템플릿을 적용해 볼 수도 있습니다.

시그마키트의 로드맵이 어떻게 되나요

단기적 목표는 시그마키트가 실제 현장에 널리 배포되는 것입니다. 시그마키트를 필요로 하는 기업은 인건비 절감 목적도 있겠지만 요즘은 인력난이 더 고민입니다. 심지어 해외 공장에서 시그마키트를 필요로 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인력 수급이 일정하지 않다 보니 베트남 공장이 있는 기업에서도 로봇 자동화 수요는 있습니다.

공장에 키트가 배포될수록 현장 데이터를 정제해서 얻은 스킬들은 공용 서버 라이브러리에서 관리됩니다. 향후 학습 모델 고도화에 쓰일 예정이기에 귀중한 무형의 자산이기도 합니다.

이용자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고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데이터 플라이휠’ 구조를 형성하고자 합니다. 테슬라가 전기차를 판매하면서 운전자들의 데이터를 수집해 제품 고도화를 했듯이 말입니다. 심지어 카본식스는 수익화를 하면서 데이터 플라이휠을 할 수 있고요.

중장기적 목표는 데이터 플라이휠을 통한 서비스 고도화입니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데이터 축적을 통해 로봇 지능을 올려야 할 테고,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더 원활한 모션 데이터 수집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시그마키트의 제품 확장 가능성이 있을까요

시그마키트의 로봇 팔은 원하는 하드웨어로 갈아 끼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현재 두산, 나치, 쿠카, 파눅, 유니버설 로봇 제품 등이 호환 가능합니다.

시중에 있는 로봇 팔 브랜드 중 시장 점유율 80% 이상인 곳들은 시그마키트와 호환되도록 하고 싶습니다. 대부분의 로봇 팔 제조사들은 API 연동이 잘되기 때문에 대체로 시그마키트 소프트웨어와 연동이 가능합니다.

이를 통해 파트너사들과 협업해볼 계획입니다. 시그마키트가 호환성이 좋다 보니 로봇 팔 제조사와 시너지 효과가 있거든요. 로봇 팔 제조사들은 시그마키트가 팔릴수록 제품을 더 팔 수 있는 입장입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오민선 기자>omsoms94@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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