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AI 시대 경쟁력은 ‘콘텐츠’, 이유는?
네이버가 인공지능(AI) 시대 경쟁력으로 ‘콘텐츠’를 내걸었다. AI 모델이 상향 평준화되는 상황에서 결국 승패를 가르는 건 기술과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달렸다는 판단이다. 한국 이용자의 정보와 창작자 생태계에 축적된 방대한 사용자생성콘텐츠(UGC)는 네이버만이 지닌 중요한 자산으로 평가된다. 이에 회사는 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창작자 동반 성장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방침이다.
“기술력과 콘텐츠는 네이버의 경쟁력 기반”
김광현 네이버 최고데이터·콘텐츠책임자(CDO)는 28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미디어 라운드 테이블에서 AI 시대 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1999년 시작한 검색 서비스부터 모바일 전환, 2010년대 영상 플랫폼 부상까지 네이버가 겪은 변화를 언급하며 “수많은 환경 변화 속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자체 콘텐츠와 기술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디렉토리 기반 검색 서비스로 출발했지만 웹문서만으로는 이용자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뉴스, 어학사전, 지식백과, 음악 검색 등을 결합한 통합 검색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후 지식인, 블로그, 카페 등 사용자 참여형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하며 경쟁력을 키웠다. 모바일 시대에는 스마트폰 확산 초기 검색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네이버 앱을 출시하고 서비스 최적화를 시도했고, 영상 검색이 성장하던 시기에는 생활 밀착형 정보 검색에 집중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김 CDO는 AI 시대 핵심 경쟁력으로 기술력과 콘텐츠를 꼽았다. 생성형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모델 간 성능 격차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스탠퍼드대 AI 보고서를 언급하며 “2023년 초기만 해도 모델 간 성능 격차가 컸지만 최근에는 비슷한 수준으로 수렴하고 있다”며 “모델 성능 차이는 결국 데이터를 통해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용적인 AI 모델을 얼마나 잘 만들고, 고품질 데이터를 어떻게 확보·활용하느냐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는 AI 모델의 기반이 되는 고품질 콘텐츠를 통해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네이버는 검색 서비스 고도화 과정에서 사용자 생성 콘텐츠(UGC)를 꾸준히 확대해왔다. 통합검색과 함께 지식인, 블로그, 카페 등을 중심으로 구축한 콘텐츠 생태계는 네이버 검색의 원동력이 됐다는 설명이다. 현재 네이버 플랫폼에서는 약 2000만명의 창작자가 활동하고 있으며, 연간 6억3000만건 이상의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이는 북미 최대 커뮤니티 레딧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양이다.
고품질 콘텐츠 육성 위해 5년간 1조원 투자
이일구 네이버 콘텐츠서비스 부문장에 따르면 회사는 플랫폼에서 생성된 콘텐츠를 AI 서비스에 적극 활용 중이다. 이 부문장은 “AI 브리핑에서 인용되는 콘텐츠 중 70%가 네이버 UGC며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UGC를 잘 활용해서 품질을 높이고 이용자에게 인정받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콘텐츠가 AI 서비스 경험의 차이를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네이버는 한발 더 나아가 네이버 플랫폼 안에서 콘텐츠를 만드는 창작자들의 생태계를 육성하기 위해 5년간 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일환으로 새로운 지원 프로그램 ‘네이버 메이트’를 마련했다. AI 브리핑, AI 탭 등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데 기여한 창작자를 선발해 보상하고 노출 확대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블로그, 카페, 지식인, 프리미엄 콘텐츠 창작자 가운데 3000명을 선정했다. AI 서비스에서 많이 다뤄지는 10개 분야 25개 주제를 구분해, AI가 얼마나 콘텐츠가 인용했는지를 기준으로 본다. 선정된 창작자는 공식 엠블럼을 받는다. AI가 자신의 콘텐츠를 인용한 수를 알 수 있고, 검색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특정 주제를 검색했을 때 관련 분야에서 활동하는 창작자만 모아서 노출하는 공간도 마련할 예정이다. 창작자 활동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도 병행한다. 기본 활동비로 매월 30만원을 지급하며, 상위 10개 분야 10명에게는 월 300만원, 분야별 최상위 1명에게는 1000만원의 지원금을 준다. 총 지원금 규모는 연간 200억원에 달한다. 베타 서비스 기간 지원금은 현금으로 지급되며 이후에는 조정될 수 있다.
김 CDO는 프로그램을 마련한 배경에 대해 “최근 구글이 레딧과 연간 약 800억원 규모 계약을 맺고 AI 학습용 콘텐츠 사용 대가를 지급하는 사례처럼 콘텐츠 가치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다만 기존 방식이 기업 간(B2B) 콘텐츠 거래 중심이었다면 네이버는 개별 창작자가 자신의 참여 결과와 지표를 바탕으로 직접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구조를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AI 답변으로 인해 창작자 유입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 만큼, AI 답변 결과에서 창작자를 더 부각하고 지원 프로그램 역시 개별 창작자 중심으로 설계했다”고 전했다.
그는 기존 파워블로거와 같은 지원 프로그램을 묻는 질문에 “창작자 지원 제도는 이전부터 다양하게 운영해왔다”며 “카페 중고거래 수익을 매니저와 공유하는 제도처럼 창작자와 함께할 수 있는 방식도 지속적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존 제도에 추가된 성격”이라며 “AI 서비스에서 콘텐츠가 잘 인용되려면 어떤 방식이 필요한지 기준과 가이드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현장에서는 AI 콘텐츠 인용 어뷰징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상범 네이버 검색플랫폼 부문장은 “단순히 글 위주가 아니라 해당 창작자가 정상적인 패턴으로 콘텐츠를 생산해왔는지도 주요 기준 중 하나”라며 “외부 콘텐츠는 창작자와 신뢰도를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데, 주제에 따라 서울대병원이나 국토교통부 같은 공신력 있는 기관의 콘텐츠는 적극 활용하려 한다”고 답했다.
네이버 검색 AI의 핵심축 세 가지
김 부문장은 이날 네이버 AI 검색의 주요 자산이 무엇인지, 향후 서비스 방향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설명했다.

그는 ‘프로덕트 네이티브 대형언어모델(LLM)’을 주요 자산으로 소개했다. 학습 데이터 구축 단계부터 서비스 중심의 설계가 이뤄지고, 서비스 출시 이후에는 이용자 데이터와 피드백을 바탕으로 업데이트되는 것이 이 기술의 특징이다. 범용 LLM과 달리 실제 서비스 특성에 최적화된 LLM을 구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두 번째 핵심 자산은 ‘데이터와 툴’이다. 네이버 플랫폼 안에는 100억건 이상의 데이터가 있다. 상품, 업체 정보 데이터베이스(DB)와 이용자 리뷰, UGC 데이터 등 이용자 중심의 콘텐츠가 축적돼 있다는 설명이다. 세 번째 자산으로는 ‘하네스 엔지니어링’을 제시했다. 이는 AI 모델을 안정적으로 서비스하기 위해 제어하고 최적화하는 기술이다. AI 검색은 품질뿐만 아니라 응답 속도, 효율성, 안정성까지 필요하다.
김 부문장은 “범용 LLM이 일반적인 언어 추론 능력을 보여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네이버의 목표는 완성도 높은 AI 검색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요리 과정에 비유해 세 가지 핵심 자산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요리에 필요한 식재료와 도구는 데이터, 툴에 해당한다. 요리사가 공부 과정에서 알게 된 지식이 프로덕트 네이티브 LLM이고, 손재주나 일머리는 하네스 엔지니어링에 해당한다. 이 세 가지가 병행돼야 완벽한 요리인 AI 검색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그는 네이버가 위 세 가지 요소에서 강점을 지닐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가 사용자 요청을 이해하고 필요한 작업을 대신 수행하려면 첫 단계부터 실행까지 이어지는 동선을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네이버는 검색부터 상품 구매, 장소 예약까지 하나의 서비스 안에서 이용자 경험을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사용자가 무엇을 검색하고 어떤 상품을 비교한 뒤 실제 구매에 이르렀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대규모 언어모델(LLM)과 하네스 엔지니어링 역량을 잘 활용할 수 있다고 봤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윤정환 기자>yjh@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