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동안 40배 성장한 ‘애슬러’, 4년차된 올해 목표는?
이커머스 업계에서 플랫폼 스타트업이 보기 드물어졌다고 하지만, 이제 고작 4년차에 존재감을 내비치기 시작한 기업이 하나 있습니다. 패션 플랫폼 회사 바인드입니다.
바인드는 ‘애슬러‘라는 패션 플랫폼을 운영합니다. 기존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주요 고객으로 보지 않았던 35세 이상 남성을 위한 플랫폼입니다. 기존 버티컬 이커머스 시장이 주로 20~30대를 노리거나, 혹은 시니어를 노렸다면 그 사이에서 패션 브랜드를 소비하는 남성층을 타깃으로 삼은 겁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은 서비스 시작 3년차인 지난해까지 10명밖에 안됐었다는 사실입니다. 지금은 40명 남짓으로 늘어났지만, 올해 3월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가 300만명을 돌파한것을 고려하면, 작은 조직 규모에서 알찬 성장을 이끈 셈이지요.

마침 올해 3월 100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 유치 소식을 듣고, 한 번 창업자인 김시화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했습니다. 최근 서울 강남구 바인드 사무실에서 김 대표를 만나, 지금까지의 여정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보았습니다.
1000개 아이템 두고 고민…’35세 남성 패션 플랫폼’으로 정한 이유는?
창업 당시 바인드는 사업 아이템이 정해진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패스트벤처스에서의 투자 이후로 여러 아이템을 탐색하다가 2022년 11월부터 사업을 구체화, 2023년 8월에 지금의 애슬러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습니다.
계속 아이템을 찾고 있다가, 2022년 11월 정도에 이 사업을 구체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다음 ’35세 이상 남성을 위한 패션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서비스의 방향성을 잡은 건 2023년 8월부터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당시에는 가장 될 만한 아이템을 찾는 데에 집중했습니다. 특정한 업에 대한 선호도나 내가 직접 잘 사용할 수 있는지보다는, 마켓의 경쟁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시장에 가장 크게 임팩트를 줄 수 있는 비즈니스가 무엇인지 보았습니다.
‘현존하는 글로벌 유니콘 중 우리가 한국 시장에서 더 펼쳐볼 수 있는 게 없을까’라는 시각에서 창업 아이템을 탐색했습니다. 당시 창업 아이템 리스팅만 한 1000개를 한 후, 범위를 좁혀 다시 리스트를 만들었어요.
그 중에서 패션 카테고리가 한국에서 꽤 큰 시장 규모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애슬러를 시작했습니다.
첫째, 스포츠 용품 브랜드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또 주로 해외 브랜드 위주고요.또 스포츠 브랜드는 또 홀세일을 선호해서 저희가 대량매입을 해야 하다보니, 자금이 부족한 스타트업 입장에서 어려움이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스포츠가 온라인으로 전환되기 굉장히 어려운 카테고리라고 생각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골프채를 생각해보면, 소비자가 직접 시타를 해보고 싶어 합니다. 온라인에서 경험을 제공할 수 없기 때문에 로드샵에서 꽉 쥐고 있는 시장이죠. 온라인에서 소비자 경험의 키포인트를 구성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바인드는 이후 일반 패션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김 대표는 “패션 브랜드 경우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판매를 희망해도 자사 브랜드에 맞는 플랫폼을 찾는 게 어려웠다”고 말했습니다. 때문에 기존 플랫폼과 비교했을 때, 바인드가 타깃으로 한 이용자층의 눈높이에 맞는 플랫폼을 만들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입니다.
물론 초기에는 브랜드를 유치하는 데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김 대표는 당시 브랜드를 유치하는 데에만 2, 3개월이 걸렸으며, 10~20여개 브랜드를 유치했다고 회고했습니다. 지금은 브랜드 700여곳이 애슬러에서 상품을 판매하고 있고요.
’35세 이상 남성’의 특징을 파악하라
바인드가 주목한 35세 이상 남성 고객층의 니즈는 ‘직관성’입니다. 김 대표는 “이 연령대가 단순히 “편한 쇼핑을 원한다”는 가설로 시작했다”고 말했는데요.
실제 데이터를 쌓으며 보다 구체적인 패턴을 발견했다고요, 첫째는 ‘신뢰 기반 재구매’입니다. 김 대표는 “한 번 만족한 브랜드나 카테고리에서 반복 구매하는 비율이 높고, 탐색 없이 직행 구매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이들에게 큐레이션의 역할은 새로운 것을 발견시키는 게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기준을 빠르게 충족시키는 것에 가깝다”고 설명했습니다.
바인드가 애슬러를 운영하며 발견한 35세 이상 남성의 다른 특징은 소재와 핏에 대한 명확한 기준입니다. 김 대표는 “20대처럼 스타일 실험을 즐기지 않고, 본인 체형과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기준이 이미 정해져 있다”며 “그 기준 안에서 퀄리티가 높다고 판단되면 가격 저항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분석했습니다. 콘텐츠 소비 방식 또한 뚜렷한 특색이 있습니다.
긴 설명보다 결론이 먼저 보이는 상품 페이지에서 전환율이 높고, 스타일탭이나 코디 콘텐츠를 경유한 고객의 구매 전환율이 일반 상품 리스트 탐색 대비 약 1.7배 높게 관측됩니다. 이 연령대는 “뭘 살지”보다 “어떻게 입을지”에 대한 참고가 구매 결정을 더 빠르게 만든다는 뜻입니다.
바인드는 이에 따라 애슬러 운영에서 보다 직관적인 UI/UX를 만드는 데에 우선 집중하며 이용자층에 맞는 상품을 노출하는 전략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김 대표는 “한번에 많은 상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것보다 직관적으로 보여줘 여러번 반복 구매를 만드는 방향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가 주요한 변곡점으로 짚은 건 지난해 4월 1차 출시한 ‘사이즈 추천 피처’입니다. 키를 포함해 신체 데이터를 입력하면, 어떤 사이즈가 적정한지 알려주는 기능인데요. 브랜드별 사이즈 테이블 표준화와 구매·반품 데이터 기반의 기본 추천 로직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특히 김 대표는 “35세 이상 남성 고객은 치수 편차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어서, 데이터가 쌓일수록 정확도가 빠르게 올라가는 특성이 있다”며, “1차 배포 이후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도화 방향을 잡았다”고 말했습니다.
또 하나의 브랜드를 집중 조망한 에디토리얼 캠페인의 효과가 컸습니다. 바인드가 브랜드와 협업을 결정한 후 모델, 스타일리스트, 촬영, 영상, 편집, 구성 등을 정합니다. 해당 프로모션과 관련된 비용은 바인드 측에서 전적으로 투자하는 방식으로 운영합니다.
그래서 하나의 프로모션을 2주 운영해본 결과, 평소 프로모션 대비 5배 이상 증가하는 효과를 거뒀습니다.
지금은 핵심 고객층과 잘 맞아떨어지는 브랜드, 그 가운데에서도 어느 정도 데이터 검증이 된 브랜드 중에서 파트너를 고르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다른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접근하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는 브랜드가 애슬러를 찾을 수 있는 방식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애슬러는 지난해 충분한 성과를 거뒀습니다. 바인드가 애슬러를 본격 시작한 2023년 매출은 고작 3억원대에 불과했지만, 그 다음해인 2024년에는 58억원, 2025년에는 124억원으로 급성장했습니다.
지난해 조직 세분화 및 스케일업을 위한 시간을 거쳐 몸집을 불렸음에도 1인당 매출도 함께 증가했습니다. 김 대표는 지난해 1월 구성원이 10명을 조금 넘긴 수준이었다면, 마지막에는 30명 남짓으로 조직을 이끌었다고 말했는데요. MD 영입 등 조직화와 세분화에 신경써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는 설명입니다. 이렇게 2025년 인당 매출을 따져보면, 전년 대비 20%나 늘어난 4억9000만원입니다.
중요한 건 고객이 얼마나 애슬러를 계속해 방문하느냐겠죠. 먼저 CRM 효과가 상당히 큰 편이라고 회사 측은 평가합니다. 애슬러 고객층은 여러 앱을 깔지 않는 성향이 있어 도달률이 타사 대비 30~40% 정도 높다고 합니다.
재구매율 또한 꽤 높은 편입니다. 시즌에 한 번씩 사는 이용자가 전체의 50%에 달한다는 설명입니다. 김 대표는 “지난해 거래액 60%를 재구매 이용자들이 차지하고 있다”며 “플랫폼 구매 경험이 계속 쌓이면서 이용자가 늘어나는 방향으로 성장했다”고 말했습니다.
2026년의 애슬러
애슬러는 올해 3가지에 집중해 성장한다는 계획입니다. 바인드는 애슬러를 운영한 첫 해인 2023년에는 이용자 측면에서 검증을 시작했다면, 2024년에는 판매자 입장에서 니즈가 있나를 확인했고요. 지난해에는 플랫폼을 키우는 데에 집중했습니다.
우선 AI 활용도를 높일 예정인데요. 지난해까지는 개발자의 생산성을 높이는데 AI를 주로 활용했지만, 올해부터는 비개발자까지 AI 업무 활용도가 높아지는 한 해라고 보고 조직 내 AI를 적극 도입할 예정입니다.
고객과의 관계도 재정의해서 개편할 예정입니다. 애슬러가 지금까지 집중해온 35세 이상 고객은 단순히 옷을 사기 편안한 공간만을 필요로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하는 감각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지금까지 애슬러는 “35세 이상 남성을 위한 패션 플랫폼”이라는 기능적 정의 위에서 성장해왔습니다. 하지만 이 연령대 고객과 가까이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이들이 원하는 건 단순히 옷을 사기 편한 공간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이해받는 감각이라는 걸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애슬러가 이 고객과 어떤 관계로 존재할지에 대한 정의 자체를 올해 다시 쓰고 있습니다. 이 작업이 단단해질수록, 애슬러 안에 들어온 파트너 브랜드가 만나는 고객의 밀도와 충성도도 함께 올라간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 한편에서는 셀러 파트너십을 강화한다는 목표입니다. 김 대표는 “애슬러는 입점 브랜드를 단순한 판매 채널의 공급자로 보지 않고, 같은 고객을 함께 만들어가는 파트너로 이해해왔다”며 “올해는 이 관계를 더 깊게 가져가려 한다”고 밝혔습니다. 애슬러의 고객 이해도를 높여, 타깃 고객 내에서 브랜드의 가치를 전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커머스 플랫폼의 힘을 키우기 위한 노력도 지속합니다. 올해 3월부터는 브랜드와 협업해, 애슬러 단독 상품을 출시하기 시작했습니다. 브랜드의 생산 역량과 애슬러의 고객 이해 데이터를 합쳐 상품을 내놓는 겁니다. 김 대표는 “커머스의 경쟁력은 다른 곳에서 팔지 않는 상품을 파는 것”이라면서 “현재 데이터로 검증해 출시한 상품의 별점은 기존 브랜드 상품의 평균 별점 대비 10% 정도 높다”고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플랫폼도 계속해 고도화합니다. 개인화 추천 엔진과 사이즈 추천 2차 버전을 순차적으로 배포해 35세 이상 남성 고객의 구매 전환율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UI를 보다 단순화하고 탐색 없이 결정에 도달하는 경로를 강화한다는 계획입니다.
애슬러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소외(?)된 소비자층의 눈높이에 맞춰 사업을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AI 대격변이라는 시대에 맞물려 운영 또한 활성화한다는 계획인데요. 올해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