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 인터뷰①] 펀블, 토큰증권 플랫폼 기반 ‘제도권 수익증권사’ 도전
토큰증권(STO)이 제도권 자본시장에 편입되면서 관련 시장이 본격적인 개화 국면에 들어섰다. 올해 1월 국회 본회의에서 토큰증권 도입을 위한 ‘주식·사채등의전자등록에관한법률(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법 개정으로 그동안 제도권 밖에 머물렀던 조각투자 상품은 금융투자상품 범주에 포함되게 됐다. 요건을 갖춘 사업자는 토큰증권을 발행할 수 있고, 투자자는 이를 거래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도 갖춰지게 됐다. 업계에서는 토큰증권 시장이 중장기적으로 367조원 규모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토큰증권 관련 사업을 준비해온 플랫폼 기업과 증권사들도 시장 선점을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토큰증권은 발행과 유통, 거래 내역 등의 정보를 블록체인 기반 분산원장에 기록·관리하는 자본시장법상 증권을 말한다. 그동안 분산원장은 법적으로 인정되는 증권 계좌부에 해당하지 않아 토큰증권의 제도권 편입에 제약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법 개정으로 분산원장도 증권 계좌부로 인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토큰증권의 제도권 편입이 가능해졌다.
토큰증권 플랫폼 펀블은 혁신금융서비스 지위 아래 조각투자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과 해운대 엘시티 등 대형 우량자산을 기초로 한 토큰증권 상품을 선보였다.
특히 5000원 단위의 소액 투자와 모바일 중심의 간접투자 구조를 통해 기존 리츠(부동산 수익 간접 투자상품)나 펀드 대비 높은 접근성을 확보하며 MZ세대 투자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조찬식 대표를 만나 토큰증권 시장 진출 전략과 향후 성장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최근 펀블의 사업 진행 상황은 어떠한가
금융위원회에 비금전신탁수익증권 투자중개업자 인가를 위한 예비인가 신청서를 지난해 6월 접수해 둔 상태다. 비금전신탁수익증권이란 현금이 아닌 실물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분하는 신탁형 증권을 의미한다.
증권 업무단위는 수익증권 투자중개업이며, 전산원장 기반 전자증권 형태의 수익증권을 공모(일반투자자 대상)와 사모(기관·전문투자자 대상) 방식으로 발행·청약·모집할 수 있는 정식 증권업 라이선스(인가)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업 인가가 필요한 사업이며, 최종 인가 시 제도권 수익증권 증권회사로 전환되는 구조다.
현재 금융감독원이 요청한 사항을 보완하는 절차가 진행 중이며, 인가 결정 이후 신규 상품 론칭을 위한 준비도 병행하고 있다. 토큰증권 유통을 담당할 조각투자 장외거래소(유통플랫폼)*가 최종 인가 후 개시돼 원활한 유통 구조가 확정되는 시점에 맞춰 신규 상품 발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수익증권 투자중개업 인가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하반기 발행인계좌관리기관을 신청해 토큰증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이는 발행인이 직접 증권을 등록·관리할 수 있도록 허가받은 기관을 말한다. 기존에는 증권사나 신탁사만 전자등록계좌를 운영할 수 있었지만, 일정 요건을 갖춘 발행인은 자체 계좌를 개설해 분산원장에 권리 정보를 기록할 수 있게 된다. 비금전신탁수익증권 투자중개업자 인가가 완료되면 해당 시스템에 토큰증권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토큰증권은 다양한 증권을 디지털 형태로 발행·유통할 수 있지만, 제도 도입의 핵심은 비금전신탁수익증권과 투자계약증권을 제도권에 편입하는 데 있다. 현재로서는 비금전신탁수익증권 장외거래소(한국거래소 주도 컨소시엄(KDX) 등)에 대한 인가 절차가 진행 중이다.
컨소시엄 참여사들이 발행한 증권이 우선 상장·유통될 가능성이 큰 만큼, 참여사 수가 많은 한국거래소 주도 컨소시엄이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참여사가 많을수록 상장 종목과 투자자 유입이 늘어나 거래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펀블은 수익증권을 장외거래소에 상장하는 구조를 준비 중이며, 이를 통해 분산됐던 투자자들이 모여 유동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초기에는 컨소시엄 중심으로 유통이 이뤄지겠지만, 이후에는 다른 장외거래소에서도 거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들도 토큰증권을 발행할 수 있게 되는데 펀블의 경쟁력은
상품 구조 자체는 토큰증권 기업이나 증권사 모두 유사할 것으로 보고 있어 향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다. 다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진행해 온 사업 모델로 정식 인가를 받을 경우, 혁신금융특례에 따라 일정 기간 배타적운영권이 부여된다. 이에 따라 펀블은 부동산 관련 토큰증권 사업에서 최장 2년간 배타적 운영권이 보장된다. 이는 초기 시장에서 일정 기간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주요 증권사들과 토큰증권 관련 협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현재 SK증권이 펀블의 계좌관리기관으로 참여해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계좌관리기관은 투자자 명의의 계좌를 개설하고, 투자 내역과 증권 보유 현황을 공식적으로 기록·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금융기관이다.
펀블이 지난해 6월 제출한 수익증권 투자중개업자 예비인가가 최종 인가를 받게 되면, 비금전신탁수익증권을 법적 효력을 갖는 정식 증권으로 발행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다양한 증권사와의 공동 발행 및 투자자 모집이 가능한 구조로 전환될 전망이다.
공모 상품 규모가 확대될 경우 특정 증권사가 주관을 맡아 상품 구조를 설계하고, 발행 이후 모집 단계에서는 여러 증권사가 공동으로 마케팅을 진행해 투자자를 모집하는 방식이 예상된다.
기존에는 펀블 자체 플랫폼을 통해서만 공모 청약이 가능했으나, 향후에는 SK증권을 포함한 여러 증권사의 채널을 통해 동일한 증권을 동시에 청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다른 증권사들과의 협업 범위도 단계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요즘 집중하고 있는 사업 영역은 어떤 분야인가
부동산뿐만 아니라 다양한 자산을 발행하기 위해 자산 다양성을 확대하는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지적재산권(IP)을 보유한 기업이나 전문 투자회사들과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문화 콘텐츠나 대형 기획사와 협업해 K팝 앨범, 영화 등에 투자하는 상품으로도 자산 범위를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부동산을 넘어 채권, 선박 등 다양한 기초자산을 확보해 자산의 폭을 넓히는 것이 현재 목표다.
중장기적으로는 주식, 채권, 펀드 등 전통 금융자산도 토큰증권 형태로 발행되고 유통되는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주식 토큰화와 관련된 제도 논의와 승인 신청이 진행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 흐름에 맞춰 국내 역시 점진적으로 자본시장 내 자산들이 토큰화되는 과정을 거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아랍에미리트 진출 과정에서 달성한 성과가 있다면
아랍에미리트 금융당국(두바이 금융감독청)과는 약 1년 반 전부터 접촉해 왔다. 한국에서 혁신금융서비스로 운영해 온 사례를 바탕으로 현지 진출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샌드박스(테스트 형태)가 아닌 정식 금융 서비스로 신청해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현재는 두바이에서의 사업 모델을 구체화하고 있으며, 확정되는 대로 현지 금융당국에 정식 금융서비스 사업자로 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한국과의 차이점도 있다. 두바이는 퍼블릭(개방형) 블록체인 사용이 비교적 자유롭고,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자산을 금융 서비스와 연계하는 것도 열려 있다. 가령 리플(XRP) 등과 같은 디지털자산을 결제나 송금 인프라와 연계하는 구조도 검토할 수 있어 사업 확장 측면에서 유리한 환경이다. 두바이는 제도 도입과 혁신 속도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앞서 있는 시장이다. 이에 따라 관련 시장을 선제적으로 선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향후 국내에서 전개될 수 있는 모델을 현지에서 먼저 테스트하고 성공 사례를 만들면, 이후 국내 도입과 운영 과정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아랍에미리트가 펀블을 선택한 이유를 뭐라고 보는지
아랍에미리트에서는 토큰증권 영역에서 글로벌하게 실증 사례를 만들어 온 기업이 많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 토큰증권을 추진하는 기업들은 많지만, 실제로 법적 기반 위에서 안정적으로 실증 사례를 구축한 기업은 일부 금융 선진국 중심으로 제한적인 수준이다. 증권법 적용을 받는 영역 특성상 정부 승인 없이는 사업이 어렵기 때문이다. 펀블이 실증 사례를 기반으로 안정성을 확보하고 운영 경험을 축적해 온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IT 기술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국가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현지 법인 설립을 추진했지만 중동 전쟁 영향으로 일정이 보류된 상태다. 향후 상황이 안정되면 법인 설립과 유통플랫폼 구축을 순차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아랍에미리트 유통플랫폼에서는 어떤 상품을 구상하고 있나
현재 다양한 상품을 고민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초기에는 이를 중심으로 한 대표 상품을 구상하고 있다. 두바이 역시 한국 문화 팬층이 두터운 시장이며, 국내에서도 두바이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K팝 앨범이나 드라마·영화 제작 관련 상품 등 문화 콘텐츠 기반 투자 상품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앨범의 경우 단순히 완성된 음반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제작비용에 투자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 팬들이 아티스트 활동에 직접 투자하는 형태로 확장될 수 있다는 의미다. 영화나 드라마 역시 제작사가 제작비 조달을 위해 토큰증권을 발행하는 구조를 고려하고 있다. 이는 기존 크라우드펀딩(대중 자금 조달)이 블록체인 기반으로 확장된 형태로 볼 수 있다.
기존 크라우드펀딩이 국내 투자자 중심이었다면, 향후에는 글로벌 거점을 기반으로 전 세계 투자자를 대상으로 자금 모집이 가능한 구조다. 특정 콘텐츠 제작 프로젝트에 투자자를 모집하고, 참여자들이 제작 과정과 성과를 공유하는 구조도 가능하다.
이러한 방식은 제작사 입장에서도 의미가 있다. 기존에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과 계약을 통해 일정 수익만 확보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토큰증권을 활용하면 투자 유치를 통해 제작을 진행한 뒤 플랫폼과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이를 통해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와 공유하고, 추가 투자 유치로 이어지는 것이다.
국내 토큰증권 시장이 어떻게 성장할 것이라 보는가
국내 토큰증권 시장 초기에는 투자계약증권과 신탁수익증권 중심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2~3년 안에는 펀드나 주식 영역까지 단계적으로 도입될 전망이다. 모든 증권이 전자증권 또는 토큰증권으로 발행될지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가령 삼성전자가 주식을 토큰증권으로 발행하면 더 높은 가치를 평가받고 자금 모집이 용이하다면, 이를 선택하는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다. 현재 전자증권이 100%, 토큰증권이 0%인 시장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토큰증권의 비중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으로는 토큰증권 100% 시대도 가능하다. 글로벌 규제 프레임이 완성되면 해외 투자 유치가 가능하며, 유통이 편리해지면 발행자는 자금 모집을 위해 토큰증권 활용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
향후 펀블의 경쟁력은 무엇이 될까
토큰증권 시장은 플랫폼 특성을 지녀, 초기에 선점한 기업이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 이 점에서 펀블은 큰 장점을 지닌다. 기술적 요소와 라이선스 관련 요건을 모두 확보했기에 가장 빠르게 시장에 진입할 준비가 돼 있다. 이러한 점이 시장 선점을 가능하게 하는 펀블의 핵심 경쟁력이다.
국내 토큰증권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 개선돼야 할 과제는
기초자산의 종류를 빠르게 확산시키려면 자산별 가치 평가 시스템이 표준화될 필요가 있다. 현재 투자계약증권으로 그림을 발행하는 회사의 경우, 그림 가치 평가에만 발행 수익보다 더 큰 비용이 들어가기도 한다. 이는 결국 투자자 수익률을 낮추는 요인이 된다. 자산별 표준화된 프로세스를 마련하면 증권 발행 비용을 낮추고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어 시장 확산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은 공인된 감정평가 기관이 있어 비교적 공정하게 평가가 가능하지만, 그림이나 한우 같은 자산은 아직 표준화된 평가 기준이 없어 각 기업이 평가하더라도 비용과 공정성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공인 가치평가 기관을 지정하거나, 지적재산권의 경우 미래 현금 흐름을 바탕으로 회계법인을 통한 평가 등 정형화된 틀을 마련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 시장이 보다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수민 기자>Lsm@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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