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활용하니, 오히려 업무량이 늘었다”

AI가 조직원들의 업무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더 많은 업무 부담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AI가 우리의 일을 대신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더 밀도 높은 업무의 소용돌이로 밀어 넣고 있다는 것이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9일(현지시각) 성형 AI 도구가 업무량을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업무 강도를 체계적으로 높이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HBR에 기고한 기사에서 UC 버클리 하스 경영대학원 연구원들은 2025년 4월부터 12월까지 8개월간 미국 소재 기술 기업의 약 200명 직원을 대상으로 생성형 AI가 업무 관행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추적 조사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직원들은 AI 활용 덕분에 업무 속도가 빨라졌고, 담당 업무의 범위가 넓어졌으며, 근무 시간이 늘어났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변화가 회사의 지시 없이 자발적으로 일어났다는 점이다. AI로 인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일례로 AI를 활용해 프로덕트 매니저와 디자이너가 코드를 작성하기 시작했고, 연구원이 엔지니어링 업무를 맡았다. 예전에는 외주를 주거나 회피했을 작업에 직원 개인들이 직접 뛰어들었다.

또 AI 덕분에 빈 페이지를 마주하거나 출발점을 모르는 막막함이 사라지면서 직원들은 이전에는 쉬는 시간이었을 순간에 소소한 업무를 끼워 넣기 시작했다. 점심시간에, 회의 중에, 파일 로딩을 기다리는 동안 AI에 프롬프트를 날렸다.

이런 행위들은 ‘더 많은 일을 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쉼 없이 업무에 지속적으로 관여하는 하루를 만들어냈다.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대화체 스타일이 공식적인 업무보다 채팅에 가까운 느낌을 줬기 때문에, 업무가 의도 없이 저녁이나 이른 아침으로 쉽게 이어졌다고 HBR은 전했다.

연구진은 이런 현상이 리더들에게는 꿈같은 이야기로 들릴 수 있지만, 열광적인 AI 도입이 가져온 변화는 지속 불가능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업무량의 점진적 증가는 인지적 피로, 번아웃, 약해진 의사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핵심 이유는 AI 자체가 아니라 업무 구조가 그대로 유지된 채 도구만 추가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AI로 대체 가능한 일이 무엇인지, 그 일이 여전히 필요한지, 아니면 과감히 없앨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없다면 AI는 단지 더 많은 일을 요구하는 촉매가 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기업들이 AI 사용 방식을 구조화하는 AI 프랙티스를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AI를 어떻게 사용할 것으로 기대하는지, 어떤 종류의 한계가 존재하는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진정한 생산성 향상과 지속 불가능한 강도를 구분하기 어렵게 만드는 효과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연구진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AI는 의도치 않게 더 많은 일을 더 쉽게 처리하게 만들지만, 멈추기는 더 어렵게 만든다”면서 “생성형 AI의 진정한 가치는 업무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리듬에 얼마나 사려 깊게 통합되는지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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