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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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스테이블코인, 은행 중심 모델이 해법일까

최근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증권사의 거래소 인수 움직임부터 정부부의 대주주 지분 규제 추진,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다양한 논의, 커스터디 시장 재편 등 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한 유행이 아닌, 가상자산이 제도권 금융과 본격적으로 접점을 넓혀가는 흐름으로 해석됩니다. <바이라인네트워크>는 4회에 걸쳐 이와 같은 변화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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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통화로서의 성격을 중시해 은행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한편, 기술 혁신과 시장 확장을 위해 금융권 주도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디지털자산기본법 관련 자료에서 제도 도입 초기에는 은행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우선 허용하되, 기술 기업이 최대주주 지위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도 정착 이후에는 비금융 기업 참여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 중심 스테이블코인 발행 컨소시엄 허용과 발행사 자회사 설립 가능성 등이 거론되면서 은행권에는 비교적 우호적인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다만 제도화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데다, 해당 사업을 은행 단독으로 추진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당장 가시적인 움직임보다는 컨소시엄 구성 방식과 사업 모델의 적절성을 검토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분위기다.

또 발행사 자회사를 100% 지분으로 보유할 수 있더라도, 준비자산을 단일 은행에만 예치하는 것이 안전한지를 둘러싼 우려도 나온다. 이에 따라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복수 은행 간 협업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왜 은행이어야 하는가

은행 중심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금융 규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준법·리스크 관리 체계를 이미 갖춘 주체가 시장 진입의 문을 연다는 점에서, 한국 현실에서 제도 도입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현실적인 출발 모델로 평가된다.

특히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해 ‘원화’라는 통화적 성격을 고려할 때 제도 도입 초기에는 은행 중심 발행이 타당하다는 의견이다. 사회적 역할 측면에서 통화 발행의 본질적 기능이 은행업과 맞닿아 있다는 이유에서다. 스타트업이 단독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맡기에는 현실적 한계가 크고, 결국 은행의 역할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가격 고정형 토큰을 넘어 결제·금융·제도권 전반을 포괄하는 ‘완성형 통화’로 단계적 진화를 해야 한다는 인식도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싣는다. 무엇보다 우선 과제는 신뢰 확보라는 평가다. 초기에는 은행 중심 발행을 통해 안정성을 담보하되, 제도가 정착되고 안전성이 검증될 경우 민간 기업 중심으로 점진적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은행을 중심에 두더라도 그 위에서 다양한 사업을 시도할 수 있는 유연한 법·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이 일정한 책임을 지고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실제 사업의 주도권은 네이버·카카오 등 대형 IT 기업이 쥘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결국 인터넷은행과 유사한 모델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은행업을 민간에 어느 수준까지 허용할 것인지를 둘러싼 논의는 이미 인터넷은행 도입 과정에서 상당 부분 진행됐다는 평가다.

왜 은행이 아니어야 하는가

은행 중심의 스테이블코인 발행 구조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해외 주요 사례인 테더 기반 달러스테이블코인(USDT)과 서클의 USDC 모두 은행 주도 모델로 출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미국의 경우 별도의 포괄적 법제 없이도 민간 주도로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형성됐다는 점과 대비된다.

글로벌 선례가 없는 구조를 한국에서만 채택해야 할 명확한 이유가 있는지를 두고 문제 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은행 중심 구조가 사실상 국가 주도 모델로 귀결될 수밖에 없으며, 중국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이 주도하는 구조가 과도하게 폐쇄적으로 설계될 경우 핀테크·블록체인 기업의 참여 여지가 축소되면서 혁신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장의 속도와 실험성이 떨어지고, 글로벌 온체인 결제 흐름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혁신 경쟁보다는 면허와 진입장벽을 둘러싼 경쟁이 부각되며 시장 구조가 왜곡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경우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은행의 선불전자 지급수단을 이름만 바꾼 형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다.

블록체인 기반 금융에서 핵심은 상호 운용성이다. 온체인 환경에서는 여러 네트워크가 서로 연결되며 확장되는데, 폐쇄망 중심으로 운영되는 은행 구조는 이러한 연결성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 정보와 시스템 공유에 소극적인 특성상 블록체인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은행이 기술적으로 블록체인을 운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보안과 기존 리스크 관리 체계로 인해 개방적 연결을 전제로 한 실험에 적극 나서기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이로 인해 상호 운용성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온체인 생태계에 대한 경험과 실행력이 축적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예금의 대체 수단으로 작동할 경우 예금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역시 은행의 소극적 태도를 강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기존 수익 구조에 부담이 되는 상황에서 은행이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전략적으로 집중할 유인이 크지 않을 수 있다. 블록체인은 단일 서비스가 아닌 새로운 금융 인프라인 만큼, 기술 혁신 과정에서 일정 수준의 리스크는 불가피하며 과도한 안정성 논리가 오히려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구태 인피닛블록 대표는 “스테이블코인의 본질은 단순 결제가 아니라 개방형 유통과 프로그래머블 머니(조건부 자동 실행 디지털 화폐)의 확장성에 있다”며 “이 부분이 제한될 경우 산업 경쟁력은 구조적으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경쟁에서 후발주자인 만큼 속도와 생태계 확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은행 중심 모델이 오히려 실험과 확장을 지연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할 가능성도 있다”며 “은행은 기존 금융 산업 내에서도 충분한 수익 기반을 갖고 있는 만큼,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신사업에 전략적으로 집중할 유인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냉정하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 입장에서의 기대와 우려

국내 주요 은행들은 단기적인 대응을 넘어, 중장기적으로 디지털 지급결제 환경 변화가 은행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폭넓게 분석하고 있다. 제도와 시장의 방향이 구체화되는 시점에 맞춰 책임 있고 실효적인 참여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은행권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로 참여할 경우 강점도 분명하다고 평가한다. 신뢰를 기반으로 한 금융기관으로서의 위상, 방대한 개인 고객 기반과 자금력, 기존 금융 서비스와의 연계 가능성, 기업 고객 및 파트너와의 확장성 있는 비즈니스 구조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준비자산 관리, 이용자 보호, 자금세탁방지(AML) 등 핵심 역량은 제도권 통화로서 안정성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으로 평가된다.

지급결제 및 정산 인프라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발행·유통·원금 반환 구조 설계가 가능하며, 향후 기업 고객 결제·정산, 해외 송금, 무역 등 실물 기반 금융 서비스와의 연계를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는 점도 기대 요소로 꼽힌다.

은행권 관계자는 “결제·송금 인프라에서 구조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스테이블코인은 24시간 실시간 결제가 가능해 기존 계좌 기반 지급결제보다 속도와 비용 측면에서 경쟁력이 높고, 특히 국경 간 송금과 기업간거래(B2B) 정산, 글로벌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 중심의 기존 구조를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 중심의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기술력을 보유한 핀테크에 주도권을 내주지 않고 이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라고 밝혔다.

반면, 우려도 존재한다. 은행이 뱅킹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유통 채널 역할을 수행하지 못할 경우, 이용자들은 사실상 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해서만 입출금을 처리해야 해 접근성과 편의성이 떨어진다. 이로 인해 은행 역시 원화스테이블코인을 기반으로 한 신규 비즈니스 확장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발행·유통·원금 반환 구조, 준비금 관리, 소비자 보호 장치, 책임 소재 등 핵심 요건이 어떻게 설계될지가 중요한 사안으로 꼽힌다. 사용 범위와 유통 경로가 확대될수록 자금세탁·불법거래 방지, 보안·사고 대응 체계 등 운영 리스크 관리가 더욱 중요해진다는 관측이다.

은행권은 기존 지급결제 체계와의 정합성, 금융시장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법제화 방향성이 아직 정리 단계인 만큼, 은행들은 법·제도적 정합성을 최우선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금융 안정성과 이용자 보호, 보안 관련 리스크 감내 가능성 등을 중심으로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한편, 발행 주체를 단순히 ‘은행이냐 아니냐’로 구분하는 접근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정 주체에 자격을 부여하기보다는 환매(원금 반환)요청 처리 능력, 블록체인 기술 역량, 담보 자산 관리 체계, 보안 통제 수준 등 구체적 요건 충족 여부를 기준으로 발행 자격을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수민 기자>Lsm@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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